이런 저런 경로로 아시는 분들도 많지만, 모든 교우들께 인사를 드림이 좋을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지난 1월 한국에서 강의하던 중에 이화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1년간 초빙교수로 오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양해야 하는 제의였고, 또 다른 학교에서들도 제가 한국에 장기간 체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리 짐작하여 초청조차 하지 않는 상황인데, 이 제의를 쉽게 넘기지 못하는 이유가 이번에는 있었습니다.

저는 무남독녀로 자라나 25년 전에 미국에 왔습니다. 몇 년 지난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동안 어머님이 한국에 혼자 계셨습니다. 노령이신데도 정정하시고, 또 독립심이 강하셔서 제가 한국에 가도, 공무로 왔는데 개인적인 일로 시간 쓰면 안 된다고 하시며, 제가 체류하는 호텔에 와서 며칠 계시는 것을 주장하셨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제가 한국 안에만 있어도 좋겠다는 말씀을 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또 생활비를 몇 달치씩 한꺼번에 드리곤 했었는데, 금년 1월에는 한 달 것만 달라고, 그거면 된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많이 불안했습니다. 내가 한국에 가서 살 수도 없고, 여기 모시고 올 수도 없고,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던 차에 이러한 제의를 받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 연세가 91세, 얼마나 사실지 알 수 없고, 결혼 한 후 한 번도 곁에서 산 적이 없어 이대로 돌아가시면 우리 모두에게 한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던 중이라 일단 연세 대학교에 한 학기만 하도록 해 보겠다는 대답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식구들과 의논하였더니 모두 좋은 마음으로 대답해 주었고, 웨슬리에서도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어려운 결정을 해 주었습니다. 안식년이기는 하지만 제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어 하던 일은 계속 하기로 하였는데, 정 에스더 전도사님이 제 사무실에서 일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교회에서 특별히 하는 일도 없었고, 잦은 출장으로 함께 예배드리지 못했던 때도 종종 있었지만 여러분과 4개월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내키지 않는 일입니다. 미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여러분께 한국에 선교사 하나 보내는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석사와 박사 과정 강의만 했었는데, 이제 처음으로 학부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교육은 이를수록 그 효과가 큽니다. 교회학교 선생님들, 영아부 담당 선생님들, 참으로 중요한 일 하시는 것입니다. 연세대학교라면 그래도 한국의 지도자들을 길러 내는 학교이니, 제가 가서 잘 가르쳐 한국의 미래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웨슬리 일을 계속해야 되기 때문에, 또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여유의 시간이 많지는 않겠지만, 시간을 내어 학생들과 개별 상담도 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으러 매 여름마다 대학생들이 워싱턴에 오는데, 그들을 만나보니 좁은 땅에서 경쟁하며,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잘못된 가치관에 휩싸여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학생들에게 다르게 살 수도 있다는 것과 다르게 살아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축복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에는 아시아 쪽으로 여행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번 가을에는 아시아 쪽의 일을 주로 하려고 합니다. 특히 중국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아 전체의 기독교인을 3억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1억이 중국에 있습니다. 또 중국 화교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고, 특히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엄청난 영향력을 각 나라에 끼치고 있습니다. 중국에 선교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그 영향력은 막대할 것입니다. 현재 수많은 선교사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여 선교하고 있는데, 부족한 것은 현지인들을 훈련시킬 신학교입니다. 지하신학교들은 열악한 환경을 면치 못하고, 삼자 신학교는 13억 인구에 단지 16개가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4년제는 4개 밖에 없어 학사 학위를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중국에 신학대학원 과정을 설립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래서 자체 내에서 신학교 교수들을 양성하여 그들이 신학교들을 세우고 가르칠 수 있다면, 그 결과는 창대할 것입니다. 이번에 이 꿈을 가지고 갑니다. 여러 가지 정황상 결코 쉽지 않은 일이고,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지만, 무슨 일에든 "처음"이 있는 것이고 또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루실 것이기에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어려운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좋은 말로 보내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목사님은 어떡해요?”라고 이 목사님을 걱정하시는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염려해 주시니 잘 챙겨 주실 테니까요.^^ 여러분을 위해 더욱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방법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저의 한국 전화번호(010-7271-3059)와 이메일(Khinlee@wesleyseminary.edu, 혹은 Kshinlee1@hanmail.net)을 통해 언제든 연락주세요. 기쁜 일도, 힘든 일도, 비밀도^^.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하나님이 지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