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학교에서 가르칠 때 연변에서 온 조선족 동포 학생을 한 사람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외모에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남학생이었습니다. 연변에서 성악을 전공했던 그는 한국에 와서 신학을 공부하는 중에 저를 만났습니다. 그는 신학 공부를 하면서 분당에 있는 조선족 동포 교회에서 목회를 했습니다. 졸업 후, 한국에서 조선족 동포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면 더 편하게 살 수 있었겠으나, 그는 상해로 가서 신학교를 세워 목회자들을 양성하면서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마음에는 중국의 거대한 땅과 그 백성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사역하면서 가끔 소식을 보내오더니 한 동안 뜸 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메일이 왔습니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다녀 온 소감을 적은 메일이었습니다. 그 사연의 일부를 여러분과 나눕니다.

“안녕하신지요? 중국 상해에 있는 나광도 목사입니다. 중국 사천에 지진 피해로 소망을 잃은 그 땅을 중보 하고자 15명의 목회자와 신학생과 함께 와 있습니다. 5월 21일, 체멘양 시에 머물면서 가장 피해가 큰 베촨, 안센, 핑우에 달려가 보니, 뉴스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한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주님의 긍휼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주님 앞에 회개 기도를 드렸습니다. 선교를 위해 세운 교회라고 목표를 세운 저희들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십자가 하나 없이 우상이 가득한 그 곳, 수많은 공포와 어두운 영의 세력에 떨고 있는 그들에게 예수의 이름을 선포하며 기도하고 수많은 영혼들이 주께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6월 8일 주일에는 50명 이상 회개하고 주님을 영접했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1000명의 학생이 묻혀 있는 베촨 학교에 가서 기도했으며, 한 마을 주민 5만 명 중에서 3000명만 살고 4만 7천 명이 묻힌 그 땅에 가서 기도 하면서 주님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주의 긍휼이 있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의 메일을 통해 무뎌져 가는 제 양심을 깨우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당장 날아가 그곳의 아픔에 함께 통곡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참으로 눈 뜨고 보기 어려운 아픔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땅을 위해 중보 기도를 올리고, 우리의 것을 쪼개어 나누는 일입니다. 이 일에서나마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실로, 하루하루 목숨을 받아쓰고 있음에 분명합니다. 그 누구도 내일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오늘 우리에게 주신 하루의 생명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 하나님과 동행하며 의롭고 경건하며 또한 선하고 덕스럽게 살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도적같이 임할 마지막 때에 준비하는 길은 그뿐이 아닌가 싶습니다. 끼리에 엘레이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