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목회를 위해 목회자들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역이 무엇일까? 그리고 이민 교회 목회자면 누구나 마주하는 어려움, 바로 '갈등'을 해결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형제교회에서 이어지고 있는 '우리교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참가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5개의 질문과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답이 4일 패널 토의 시간에 발표됐다. 패널로 윤덕곤 목사(웨스트LA교회, 이하 윤), 정수일 목사(샌디에고 한빛교회, 이하 정), 김형석 목사(캘거리한인침례교회, 이하 김) 목사가 나섰으며 정찬길 목사가 사회를 맡았다. 패널들은 설문조사 질문과 OX퀴즈에 답하며 목회 현장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터놓았다.

1) 나는 목회를 위해 '이것'에 목숨 걸었다.
3위) 심방과 양육
2위) 설교
1위) 예배


▲패널 김형석 목사
김) 이 질문을 통해 '무엇에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지금까지 교회 재정의 25%를 선교비로 책정해 선교에 집중했는데 이제 기도와 전도에 좀 더 비중을 두겠다.

정) 예배에 비중을 두고 있다. 우리 교회는 가정교회 사역을 실시하고 있어서 다른 답들은 사역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윤) 나는 '예배'에 사생결단을 걸었다. '이민목회는 심방목회'라고도 하는데 심방보다는 양육과 예배에 신경썼다. 예배 자체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고, 성도들이 축도받고 나가는데 순간까지도 신경썼다. 심리적으로 '무언가를 얻고 나간다'고 느낄 수 있는 예배가 될 수 있게 노력했다.

성도들에게 있어 예배는 '설교'가 아니라 한 폭의 그림, 이미지로 다가오는 것 같다. 설교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영적 역사로 말미암은 그림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2) 성도와, 교회 리더들과, 또는 나 자신과의 관계 가운데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있다. 갈등을 해결하는 비법은 무엇인가?
3위) 멘토나 친구를 찾아간다.
2위) 기도한다.
1위) 당사자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패널 정수일 목사
정) 샌디에고는 한인 사회가 좁다. 한인교회가 60여개지만 힘든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면 언젠가는 다시 그 말이 돌아올 것 같아 다른 목회자와 속내를 나누기 어렵다. 그래서 기도하면서 많이 운다. 근래에는 부인과 말하면서 푸는 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결국 당사자와 만나서 해결한다.

윤) 볼링장에 가서 볼링을 실컷 한다. 인간은 나약하고 실수할 수도 있는 존재다. 때로는 힘든 마음을 이렇게 발산하는 것도 필요하다. 볼링을 하다보면 마음이 정리된다. 갈등 관계에 있는 당사자와 만나지 않는 편이지만 가난하고, 힘이 없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어서 꼭 만나야 할 것 같은 사람은 만난다. 어떤 때는 내 잘못을 말하면서 무릎도 꿇어본 적이 있다. 성격이 강한 편이라 그렇게 하지 않고는 내가 꺾이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갈등 관계 가운데 있던 사람들이 결국 내 편이 되더라.

김) 목회를 처음 시작할 때는 순진한 마음에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칭찬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도 겪게 됐다. 주로 오해 때문이나 부교역자가 사역지를 옮길 때, 교인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때 갈등이 형성되는 것을 보게 됐다. 부인에게 마음을 털어놓으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화가 나기도 하고 내 편을 들어줄 때 고맙기도 하다. 지역 목회자들을 만나 운동을 하면서, 또는 친한 목회자와 나누면서 갈등을 해소한다.

윤) 갈등이 형성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인들은 문제가 터진 후 수습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예방하는 것은 약한 것 같다.

오해가 왜 생기는가? 목회자들이 평소에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표현하고 설명하기 않기 때문이다. 성도들에게 목회 철학과 방향에 대해, 교회 사정에 대해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통하고 문제가 덜 생긴다.

3) 모든 교회는 성장하고 부흥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성도들이 교회를 떠날 때도 있다. 나는 성도들이 교회를 떠날 때 이런 생각을 한다.
3위)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왜 교회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했는지 생각해본다.
2위) 축복한다.
1위) 죄책감이 든다.


김) 나는 늘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내가 좋은 목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도들은 좋은 성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우리 교회는 좋은 교회'라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를 떠나겠다는 말을 들으면 '좋은 교회를 왜 떠나나'하는 생각과 함께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고 '조금만 참지'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도 떠나겠다는 말을 하고 가는 교인이 말없이 떠나는 교인보다 낫다. 2위로 '축복한다'는 답이 나왔는데 처음부터 축복이 나오지는 않는다. 교인이 떠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축복하게 된다.

정) 말없이 떠나는 교인에게는 화가 나고, 떠나겠다고 말하는 교인을 보면 당황스럽다. 나 역시 축복을 해주기는 어렵다. 죄책감이 들고 '그동안 노력했는데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하는 생각과 신뢰감을 잃었다는 자조섞인 생각이 든다.

윤) 자학에 가까운 생각이 든다. 교회를 떠나겠다는 고백을 들을 때는 주저앉고 싶거나 숨막힐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자격 없는 목사인 것만 같고 부족하다는 생각만 든다. '내가 관계성에 약한 목사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기도해보자"고 말하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떠난 사람보다 새로 오는 사람이 많을 때 아픔을 잊기도 한다.

4) 목회를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언제인가?
3위) 정말 사랑하기 힘든 성도를 만났을 때
2위) 교회가 성장하지 않을 때
1위) 아직도 깨지지 않은 내 모습을 발견했을 때


▲패널 윤덕곤 목사
윤) 목회 초기와 지금의 이유가 다르다. 초기에는 관계, 교회 성장, 심령의 변화 등 보이는 것 때문에 그만두고 싶은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역자로서 위기감과 절망감이 들 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있던 교회에 있을 때 겪었던 일이다. 교회가 안정권에 들게 되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이렇게 계속 교회가 가는거구나'하는 생각에 앞이 깜깜하고 위기감과 좌절감이 들었다. 목회를 그만 두고 싶은 절망이 몰려왔다. 그래서 '아름답게 목회를 마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목회 현장을 통해 어린 시절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분열이나 여타 문제들은 극복된 것들이었다.

김) 목회자는 성도들의 사랑과 신뢰를 먹고 사는 존재다. 목회자로서의 자신감과 신뢰가 깨질 때 두려움이 생긴다. 진실이 곡해되고, 화해하고자 하는 노력까지도 오해로 비춰질 때, 그런 상황이 올 때 목회를 그만두고 싶다.

정) 지금까지 목회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 3번이다. 성도들끼리 싸우고 내게 상담을 요청했었다. 그런데 그 싸움이 성도들 사이의 것으로 변하게 된 것이 있다. 그 때가 첫번째다. 두번째는 어린 사람이 인격을 무시하며 상대할 때, 세번째는 치사한 불신이 들 때다. 치사한 불신이란, 내가 어느 정도는 신뢰를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다. '내가 이정도야?', '그동안 이렇게 신뢰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건가?'하는 마음이 들 때 목회를 그만두고 싶었다.

5) 지금 내게 1만불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3위) 헌금
2위) 가족 여행
1위) 교회에 필요한 물품 구입


김) 가족 여행을 하고 싶다. 교회는 평생 섬기게 될텐데, 가족은 다같이 모일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난 해 아들이 먼 곳으로 대학을 가게 돼 떨어져있게 됐다. 자녀들과 함께 있을 기회가 많지 않다. 함께 있을 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윤) 가족 여행을 하고 싶다. 몇년 전 교회에 핸드벨 사역을 꼭 하고 싶었다. 어느 교회에서 부흥회를 하고 받은 사례금으로 핸드벨을 구입해 교회에 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똑같은 기회가 생긴다면 가족 여행을 떠나겠다.

하나님과 교회만 바라보는 아버지를 보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것, 그것이 내 안에 굉장한 장애로 다가온다는 것을 목회 하면서 발견하게 됐다. 글고 아들을 통해 또다른 나를 보게 되면서 '가정이 1차 사역지'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역도 중요하지만 자녀를 하나님의 자녀로서 올바르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정) 질문지를 보고 많이 고민하다가 기타란에 '저축'이라고 적었다. 무조건 저축했다가 나중에 쓰고 싶다.

지난 번 건축 헌금을 거둘 때였다. 그런데 담임 목사인데 낼 헌금이 없는 것이었다. 담임 목회자로서 하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건축 헌금을 할 돈이 없다는 것이 씁쓸했다. 1만 불이 생긴다면 써야 할 기회가 있을 때를 위해 저축하겠다.


1) 나는 목회에 목숨 걸었다.


윤) X
노스캐롤라이나와 피닉스에서 사역할 때는 목숨 걸고 했다. 지금은 '하나님 앞에 목회를 누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한다.

경험해보니 부흥도, 목회도, 성도들의 마음도 하나님께서 만들어주시는 것이더라. 목숨 걸고 목회했던 것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교회를 일구고 교회가 성장해 안정권에 들다보니 허망해지기도 했다. 지금은 목숨을 걸기 보다는 즐기는 목회를 하고 있다.

정) O
목사 외에 다른 직업을 가져보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목회는 내 인생의 전부다. 목회에 목숨을 걸다보니 신중하게 목회할 수 있다.

김) 소명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목회 외에는 다른 생각 해본 적이 없다. 목숨 걸지 않으면 하나님께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2) 그래도 나는 설교를 좀 하는 편이다.

▲패널들 모두 '나는 설교를 좀 하는 편이다'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김) O
나는 내가 설교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믿고 있고, 또 앞으로 설교 잘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가고 싶다.

정) O
나는 주일 예배 후 차 안에서 CD나 테이프를 통해 내 설교를 듣고 다닌다. 팔불출같지만 내 설교에 은혜 받아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생각나서인 것 같다. 내 설교는 논쟁적이고 설득적이고 때로는 공격적이기도 하다. 설교하면서 때로는 농담해도 반응이 썰렁하다. 성도들을 즐겁게하는 것이 내게는 어렵다. 그래도 좋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

윤) O
초창기 때 설교를 다시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실망해서 그 뒤로는 다시 들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 설교문 준비를 끝내고 차 안에서 설교 연습을 한다. 그 때 은혜를 받기도 한다. 목양과 설교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도 설교 잘한다고 '착각'하고 산다.

3) 하나님께 칭찬받을 것이 하나도 없다.

▲패널들 모두 '하나님께 칭찬받을 것이 적어도 한 가지는 있다'고 대답했다.

정) X
잘하건 못하건 끝까지 한 길을 걸었다는 것은 칭찬받을 것 같다.

윤) X
목회자 가정의 2대 목회자로서 대를 이어 끝까지 목회했다는 것은 칭찬받을 것 같다.

김) X
하나님을 믿었다는 것, 그것 하나 때문에 칭찬받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