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 평등한 조직체계와 네트워킹을 통한 참여관계, 비전 중심의 리더…’

어느 대기업 CEO의 말이 아니다. ‘교회혁신의 리더십’으로 아틀란타 지역 최대의 교회를 키워낸 정인수 담임목사가 늘 성도들에게 강조하며, 자신부터 혁신시켜 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제이기도 하다.

아틀란타 최대의 한인교회, 역동적인 팀사역, 가정공동체를 중심으로한 진솔한 삶의 나눔, 1세와 2세가 공존하는 목회 등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하지만 자칫 화려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목회자의 눈물나는 기도와 두려움의 파도를 넘어서 끊임없이 자신을 변혁해 나가고자 도전하는 노력은 간과되기 쉽다.

리더십의 위기가 새로운 전환점으로
12년전 정 목사는 이민교회 중 오래된 교회에 속하는 전통교회지만 만성적인 교회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연합장로교회에 부임했다. 이미 분쟁으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겪어온 성도들은 새 목회자를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맞이했다.

부임 후 분쟁의 상처와 전통교회의 허물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로운 교회로 나아가고자 애썼다. 비전을 제시하며 변화를 시도하려고 애쓰던 정인수 목사가 맞딱뜨린 가장 큰 장애는 변화를 꺼리는 교회 내 보수성향을 가진 교인들의 반대였다.

“대부분의 교회 공동체는 변화를 주저하며 보수적입니다. 전통교회일수록 대다수의 교인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스스로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현재보다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감정적, 심리적, 정신적으로 편안한 무풍지대에 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거죠.

그래서 변화란 때때로 목회자의 목숨을 걸어야 성취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는 확고한 의지, 갈등을 뚫고 나가고자하는 담대함, 반대자도 너그럽게 끌어안는 유연함 그리고 변화의 역동성을 꿰뚫을 수 있는 지혜가 뒷받침되야 변화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부임한지 3년째 교회가 조금씩 성장하자 부목사가 필요하게 됐다. 그런데 부목사 청빙을 놓고 당회가 반으로 갈라지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고, 교회 분위기는 흉용해졌다. 말로만 듣던 리더십의 위기가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이때 정인수 목사는 겸손하게 하나님 앞에 무릅을 꿇었다. 그것 밖에는 길이 없었다. 교회내에 거짓 이야기들이 나돌고 상호비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것이었다.

공동의회가 열리는 날, 예상과는 달리 평소의 2배 가까이되는 교인들이 참석했다. 공동의회는 정인수 목사의 리더십 신임투표같이 되었고, 결국 죽음같은 리더십의 위기에서 오히려 새로운 리더십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부터 교회개혁은 탄력을 받았고, 공동의회는 흔들렸던 리더십이 모든 교인들에게 인정받고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평신도 중심의 사역구조
연합장로교회는 대형교회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셀쳐치와 팀사역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교회를 이끌어가는 수많은 작은교회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정 목사는 덩치는 크지만 변화 앞에 생존하지 못하는 공룡같이 화석화된 교회는 살아남기 힘들고, 설사 생존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는 교회가 되버린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다.

연합교회를 이끌어가는 큰 두개의 축은 셀쳐치와 팀사역이다.

셀쳐치, 즉 가정공동체라고도 불리는 모임은 네, 다섯 가정이 한달에 두번이상 모여 깊은 마음의 교제를 나누고 기도하며, 질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작은교회다. 현재 약 120개의 가정공동체가 있으며, 성도의 65%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정인수 목사는 “교회가 성장하다보니 교인들이 공동체 정신을 갖는게 어려워졌습니다. 예배만 드리고 옆에 앉은 사람과 인사 한마디 없이 썰물처럼 교회를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이게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전에도 구역모임이 있었지만 단지 좋은 음식차려놓고 친교만 나누고 헤어지는 인간적인 성향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4년전부터 시작한게 가정공동체입니다. 큰교회에서는 개인이 소외되기 쉬운데, 가정공동체를 통해 보살핌을 받고 영적으로 성장해가도록 이끌어주는 것입니다. 나아가 불신자 전도와 새신자 정착, 선교에도 많은 열매가 맺어지고 있습니다” 라고 가정공동체를 소개했다.

가정공동체의 가장 큰 강점은 이민사회에 꼭 필요한 ‘치유 공동체’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람 내면에 알게 모르게 자리잡은 유교적, 계급적, 피상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한 영혼을 향한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차츰 내면의 세계를 개방하게 하고 진솔하게 삶을 털어놓음으로 교회에서 해줄 수 없는 ‘진정한 치유’가 이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가정공동체를 이끄는 리더를 ‘동역장’으로 임명해 일년에 두차례 동역장 수련회를 개최하며, 매주 수요일 동역장 훈련을 열고 있다. 3천여명의 성도들이 목사 한 사람만 바라보게 하지 않고, 각 동역장에게 과감하게 리더십을 이양해 이들을 셀쳐치의 목회자로 인정해준다. 동역장들은 훈련을 통해 자신의 사명과 역할을 깨닫고, 자부심을 갖고 교회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다양한 동역장, 예비동역장 훈련. 평신도들은 동역장훈련을 통해 또 하나의 교회를 이끌어가는 사역의 동기와 사명감을 얻게 된다.


또 한가지 교회를 이끌어가는 축은 팀사역이다.

“처음에 교회에 부임했을때 극소수만이 사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열정을 갖고 시작했지만,과도한 업무로 점차 소진되고(burn-out) 평신도들은 그저 따라가야만 하는 비효율적인 구조였죠. 성도들이 가진 잠재력은 무한한데 이를 개발해서 자신이 가진 은사로 섬길 수 있는 팀사역을 제안했습니다. 지금은 110개 정도의 팀사역이 활발합니다. 그중에서도 자발적으로 생겨난 팀사역이 가장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팀사역의 범위는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행정팀, 문서팀, 회계팀과 같이 일반적으로 교회사역을 돕는 팀이 있는 반면 교도소선교팀, 장애인선교팀, 싱글마더선교팀, 돌탕전도팀처럼 선교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나눠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사역을 이끄는 팀도 있다. 또 특별집회 베이비시터팀, 음료담당팀 등과 같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팀이 구성되어, 아무리 작은 은사를 가진 성도라고 해도 한번 관심을 갖고 참여해볼만하다.

일년에 한번씩 열리는 팀사역박람회는 모든 성도들이 자신의 은사를 활용하고 헌신하도록 이끌고 있으며, 온 교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팀사역으로 수평질서적인 교회를 만들어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감당해가고 있다.


▲가정공동체 찬양축제와 팀사역박람회 모습.

교회 안에 큰 두개의 우산
“이민목회는 2세를 벗어나서는 미래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교회에 성부와 성자, 성령님의 다양성이 공존하듯, 1세와 2세는 필연적인 갈등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에게서 배울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림으로서 시너지효과를 크게 할 수 있는 공존의 관계로 발전해야 합니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는 1세가 2세에게 배워야 할 부분이고, 헌신과 희생의 자세는 2세가 1세에게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KM과 EM 목사들은 교회 내 부목사들이지만 KM, EM교회에서는 담임목사로 인정해주고 독립적으로 교회를 운영하도록 합니다. 한 교회 안에 큰 두개의 우산과 같이, 상호의존하며 가지만 사역은 독립적으로 해나가며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기성세대 못지 않은 창의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교회 내에서는 비주류세력으로 분류되어 교회 내 핵심사역보다는 찬양, 영상, 건물관리 등 한정된 부분에서만 사역을 하고 있다. 이런 사역의 소외는 KM청년보다는 EM청년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인수 목사는 ‘젊은이들을 교회의 새로운 주체적인 주인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EM의 경우 이제 빠르면 40대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은 누구보다 탈권위적이며, 관료적이고 변화를 부정하는 교회 내 분위기를 거부해 부모가 다니던 교회에 출석하기 보다는 자기 취향과 필요에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교회와 예배 분위기를 쇼핑하듯 찾아 다닌다. 정 목사는 23년의 이민생활을 바탕으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젊은세대를 교회의 주체적인 리더로 세우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목회자 가운데 하나다.

변화에 목숨을 거는 목회자
명문대에서 출세가 보장된 학과를 나온 정인수 목사. 미국 유학을 마치고 조국으로 돌아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하리라 인간적인 야망을 갖고 올랐던 유학길에서 그는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다. 본인의 꿈과 출세의 길을 버리고 뒤늦은 나이에 신학교에 입학해,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거쳐 지금의 아틀란타에 오기까지 그를 이끌어온 원동력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의 노력’이 아닐까.

스스로를 ‘교회개혁의 전도사’라며 허허 웃어버리지만, 정인수 목사가 걸어왔고 또 외쳐온 교회개혁은 분명 쉽지 않은 길이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긴장과 대결을 유발합니다. 때로는 목숨을 거는 것처럼 피를 말리는 자기와의 싸움이 있지만 인내하면서 타성에 젖지 않도록 교인들을 깨우고 비전을 향해 갈때 믿음의 축복이 오고, 교회가 새롭게 거듭나는 사역의 열매를 주십니다.”

분쟁으로 갈라진 교회를 지금의 건강한 교회로 바꿔낸 그의 12년의 몸부림과 변혁의 두려운 파도에 맞서 함께 노를 저어온 수많은 평신도 지도자들이 있기에, 연합장로교회의 미래는 비록 거칠고 고될지라도 희망의 등대빛은 밝게 빛나는 듯하다.

*연합장로교회는 KM 장년을 위해 1부~4부 예배(7:50, 9:30, 11:30am, 1:30pm)를 본당에서 드리고, EM 성인을 위한 예배가 오전 11시 30분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다. 이외에도 KM청년들을 위한 청년닷컴예배가 오후 7시 14분 본당에서 드려지며, 다양한 연령층과 언어를 배려한 교회학교가 활발하다. 월~금요일 새벽 5시 45분, 토요일 6시에는 새벽기도회가, 매주 수요일오후 8시 KM, EM을 위한 수요예배가 각각 드려지며 금요일에는 가정공동체 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주소는 2534 Duluth Hwy, Duluth, GA 30097, 전화 (770) 939-HOPE(4673).
웹사이트 www.yunhap.org(한국어), www.saveministries.org (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