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소명감을 안겨준 100대 교회 선정
“침체된 교회에서 건강한 교회로 변화되어, 미국 100대 교회 중에 Korea라는 이름이 나오니까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습니다. 솔직히 교회의 양적인 부흥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 이 시대에 소망이 되고, 사회에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가 되야 겠다는 ‘소명감’을 갖게 됐죠”

지난달 3일, 매년 미국 최대 교회와 최고 성장 교회 100곳을 선정하는 아웃리치 매거진에서 1년간 6백여 명의 새신자가 등록해 올해 급성장하는 교회 부문 66위를 차지한 애틀란타 한인교회 김정호 목사는 100개의 교회 안에 ‘Korea’의 이름이 들어갔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덧붙여 김 목사는 ‘이제 한인교회도 한인들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미국교회와 당당하게 겨루며, 교회가 속한 지역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공동체로 성장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목사는 1997년 아틀란타 한인교회에 부임해 주일 출석 100여명이던 교회를 2007년 현재, 주일 출석 2000명에 이르는 교회로 성장시켰다. 아틀란타 한인교회는 미연합감리교회에서 ‘정체에서 부흥하는 교회로 전환된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고, 2004년도 1차 700만 달러 규모의 다목적 센터를 건축에 이어, 2007년도에는 1700만 달러를 들여 1500석 규모의 예배당과 교육센터를 건축하고 있다. 그야말로 성장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아틀란타의 대표적인 한인교회라 할 수 있는 아틀란타 한인교회, 그 중심에는 김정호 목사가 있다.

하지만 김정호 목사는 자신이 ‘슈퍼스타’가 되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한다.
“한국교회는 목사에 대한 기대가 참 큽니다. 교회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그 목회자를 모델로 삼아, 약점까지도 극대화되어 자랑이 되고, 목사가 ‘영웅’처럼 떠받들여지곤 합니다. 이렇게 목사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교회는 평화로와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험합니다. 목사도 인간이고 부족한 것이 많지 않습니까?”

이번에 출간된 10년의 목회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책 ‘예수님이 중심이 되는 교회’의 서문에도 김정호 목사는 자신의 부끄러울수 있는 과거를 여지없이 실어냈다.

서문에 김 목사는 현재의 교회에 이력서를 내고 자신을 추천해준 장로에게 이렇게 덧붙였다고 한다. ‘장로님,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세가지 사실을 염두해두시기 바랍니다. 첫째, 저는 통일운동을 하다 ‘빨갱이’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둘째, 타 종교를 포용하는 말을 하다 ‘이단’으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셋째, 현재는 교단의 감독이 파송한 교회에서 저를 거부하는 바람에 강단에 서지도 못하고 오갈데 없이 공중에 떠 있습니다’

▲김정호 목사의 방에는 십자가가 가득하다. 하나 하나 사연과 의미를 담은 십자가를 보며, 예수의 삶을 묵상하게 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
고등학교 재학 중 도미해, ‘먹고 살기’위해 엔지니어를 전공하고 신앙보다는 사회개혁에 더 큰 관심을 가졌던 열혈청년 김정호 목사가 하나님의 사역자로 부름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47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일기장’이었다.

“19세에 홀홀단신으로 월남하신 아버지는 대학교수도 하시면서 소위 잘 나가던 분이었죠. 그러다 40이 넘어 안수를 받고 43세에 개척을 하시다가 47세에 추수감사절 설교를 하다가 강단에서 쓰러져 돌아가셨습니다. 월급도 없이 밤에 다른 일을 하시면서도, 20명도 안되는 개척교회를 하시는 아버지가 이해안되고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저는 교회를 떠나 하나님을 원망하며 방황했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됐다는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인생에서 그 어떤 때보다 행복한 시기’를 감사하는 글이 적혀 있었다. 김 목사에게 그것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였고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생각했던 아버지의 삶과 판이하게 다른 해석이었고, 그 ‘알수 없는 세계’에 대한 갈망이 21세에 회심해 23세에 목사안수를 받는 원동력이 됐다.

‘시대변혁’에서 ‘거룩한 삶의 변화’로
젊은 나이에 목사가 된 김정호 목사는 ‘시대변혁’의 꿈을 안고 90년대 시카고 대학에서 대학목회를 시작했다. 미국기독학생운동에 속해 한국인으로서 첫번째 실행위원도 맡았고, 1인 반전시위도 무수히 좇아 다녔다. 때로는 첫째 딸까지 동행해 시위현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게 동분서주 하나님 일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39살에 이르러 파송받은 교회의 거부사건으로 강단에 서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에 처하면서 큰 아픔과 좌절로 목회를 포기하려는 그때 만난 것이 지금의 아틀란타 한인교회였다. 김정호 목사는 목회를 포기하려던 목사였고, 한인교회는 오랜 침체로 아픔이 있는 교회였다.

“아틀란타로 오면서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꿈이 아니라 건강하고 거룩한 삶, 가정과 개인의 삶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40대 중반이 되서야 가정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그리고 이제야 목회자체가 무엇인지 조금 알것 같습니다. 이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파란만장한 김정호 목사의 삶의 여정이 그를 겸손히 고개 숙이게 만들었고, 더 낮아져서 다른 이들을 위한 거름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안에 여전히 개혁과 변화에 대한 열정은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2세대들을 사회 지도층으로
아틀란타 한인교회의 가장 큰 프라이드 중 하나가 어린이와 청소년 사역이다. 특히, 한인교회는 EM 청소년, 청년 층의 사역이 활발하다.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불리는 2세대들은 딱히 한국인이다 미국인이다 규정짓기 힘들다. 자신이 아무리 미국인이라고 생각해도 세상은 그들을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본다. 자신의 뿌리를 제대로 알고 미국사회 속에 뚫고 들어가 복음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지도자가 되라는 것이 한인교회의 교육방침이다.

“우리교회에서는 아이들이 목사에게만, 교회에만 의존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천하에 가장 사랑받는 존재로 인식’할 수 있게 돕고, 성숙한 삶을 사는 청소년으로, 생각할 수 있는 청소년으로 인도하고자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들이 목사나 전도사가 되는 것보다 대통령이 되고 시장이 되고, 사업가가 되어서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고 선교 지향적으로 세상으로 흩어지는 크리스천이 되길 바랍니다.”

▲루지애나 복구를 돕고 있는 EM 청소년들. 소속감과 가치의식, 책임의식을 심어주는 교회로 한인 2, 3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한인교회가 되고 싶다고 한다.

최근에는 EM교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흑인 신학생을 지도교사로 고용하기도 하고, 아와나, FNL(Friday Night Line) 등의 프로그램으로 청소년 양육에 더 힘쓰고 있다. EM과 KM이 상호존중하며 서로 배우며, 스탭 미팅도 영어로 진행해 EM사역자들도 모두 참석하게 한다. 2, 3세 한인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교회가 되고 싶다는 한인교회.

세상에 흩어지는 교회가 되자
교회가 부흥하면 거룩한 부담감도 커지기 마련이다. 성전을 건축하고, 교회 부지를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더 하나되고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어야 ‘우리들만의’ 교회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만 스퀘어피트 부지에 새성전을 짓기 시작하니 주변에 미국교회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고 한다. 요지는 ‘너희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데 이 좋은 위치에 그렇게 큰 성전을 짓는거냐?’

“우리교회는 미국사회에 오픈을 많이 합니다. 교회 위치도 그렇지만, 미국사회에도 한인교회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쳐 증거받는 교회가 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둘루스 시장선거 입후보자들의 소견발표를 마련했고, 둘루스시에 소방관이나 경찰관 순직자들의 자녀 장학금을 계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Pan Asian 봉사센터의 사역도 오랫동안 돕고 있구요. 다른 교회 성도들도 동성애 문제, 교회의 어려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상담을 요청해와서 나름대로 돕고 있습니다”

한인교회의 사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 이민자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 및 성인영어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교단 내 다른교회들과 함께 북한에 빵공장, 국수공장을 지어주는 사역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대받는 아시안 여성을 위한 ‘Safe Haven’ 여성보호 센타 건립도 가능성을 고려해 추진하는 중이다.

▲베트남이민자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와 성인 영어교실

현재 시작단계에 있는 HEOM사역(서로돕기사역)은 교회 내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셜워커나 카운셀러 등 전문인력을 활용해 전문지식이 필요한 문제를 겪고 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한 것으로, 이것이 활성화되면 교회 밖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Partner Church’ 설립을 기획하고 있다. 아틀란타 한인교회의 브랜드 네임으로 지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회 시스템을 공유하고, 각 목사들이 가진 달란트를 갖고 팀이 되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 함께 공부하고 키워나가는 교회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정호 목사는“이 시대에 소망이 되고, 사회에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로, 교회의 본래 사명을 잊지 않고 목적이 분명한 교회로 빛과 소금이 되는 아틀란타 한인교회가 되겠습니다”라는 다짐과 같은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틀란타 한인교회는 주일 오전 8:15, 9:45, 11:45 그리고 오후 1:45에 한어권 주일예배를 드리며, 오전 10시 영어권 주일예배를 드린다. 수요예배는 수요일 오후 8시, 월-금요일 오전 5:30, 토요일 6:00에 새벽기도회를 드린다. 이외에도 교회학교와 중고등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주소는 3205 Pleasant Hill Rd. Duluth, GA 30096. 전화는 (678) 381-1004이다. 웹사이트 www.kcaumc.org**

김정호 목사 약력
일리노이공대 화공학 학사
보스턴 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
시카고 신학대학원 신학 석사(Th.M)

아틀란타 한인교회(1997~현재)
시카고 한마음연합감리교회 개척, 담임(1983~1997)
시카고대학 한인교회 개척, 담임(1987~1995)
시카고지역 대학목회실장(1983~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