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목사, 행복한 목회
30년 아틀란타 한인이민역사와 함께 성장해온 유서깊은 대형교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제일장로교회. 수많은 양떼를 인도하는 서삼정 담임목사는 가장 분주할법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늘 서두름 없는 여유있는 미소가 띄워져 있다. 목회자실도 상담과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노크 한번으로 들어가 볼 만한 낮은 문턱이다.

시집 ‘조약돌’을 펴낸 시인이기도 한 서삼정 목사. 치열한 이민목회현장에서 한 편의 시를 적을 수 있는 여유와 감성이 메마르지 않는 비결이 뭘까?

“글쎄요. 하나님께서 78년부터 저에게 특별한 행복감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이후 늘 기쁘고 감사하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습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교인을 섬기는 일뿐 아니라 대사회적인 일도 많아졌지만,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시간에도 여유가 생기고, 시간에 여유가 있으니 혼자 산책하며 기도하고 묵상할 때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한달에 3일 정도는 기도원에 혼자 올라가 깊이 기도하며 주님을 대면하고 돌아옵니다. 아무래도 저에게 허락하신 특별한 행복감은 ‘영적인 충족’이 아닐까요?”

그래서일까? 막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교인부터 30여년을 함께해 온 이들까지 담임목사의 설교가 늘 새롭고 신선하다고 입을 모은다. 갓난아기가 엄마의 젖을 늘 새롭게 먹듯, 서 목사는 설교 안에 복음의 핵심을 담되, ‘오늘을 살아가는 성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묵상하며 말씀을 준비한다.

서삼정 목사는 “일년 내내 많은 집회와 행사, 부흥회 인도 등으로 스케줄이 꽉차 있어도 정말 복음을 전해야 하는 자리는 갈 시간이 언제나 있고, 그렇지 않은 일에는 늘 시간이 없습니다.”라며 ‘행복한 목사’로 ‘행복한 목회’의 비결은 영적인 충족과 감사라는 답을 안겨줬다.

세계선교의 꿈을 좇아 태평양을 건너다
서삼정 목사를 미국 땅으로 이끈 것은 세계선교의 꿈을 품은 뜨거운 청년의 가슴이었다. ‘선교사 350명 파송’을 품고 기도하던 중, 군목시절 만났던 목사님이 아틀란타에 오길 권해왔다. 당시 아틀란타 한인 인구는 팔 백명에서 천 명 사이. 생각보다 한인수가 너무 적어 LA로 떠나려고 준비하던 중, 성령께서 이곳에 머물기를 원하신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때부터 서 목사는 척박한 이 땅에 눈물로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젊은시절 품었던 세계선교의 꿈은 하나 둘씩 이뤄져, 지금은 전 교인들과 함께 꿈꾸며 기대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으로 자리잡았다.

서 목사는 “제일교회는 현재 100여명의 선교사를 후원합니다. 올해 말까지는 목표는 130명, 2010년까지는 비전으로 세운 350명을 파송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탄탄하게 자리잡은 선교회와 구역으로, 각 선교회는 나이별로 구역은 지역별로 나뉘어서 한 선교사 이상을 물질과 기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꿈을 하나님은 귀하게 보시고 합심해서 선을 이루도록 인도하시고 계십니다”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세계선교의 꿈을 좇아 건너온 태평양, 하나님께서는 그 꿈을 성도들과 합심하여 이룰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셨다.

영성이 살아야 예수 믿는 맛이 난다
해마다 100~150가정이 새로 등록하는 제일장로교회는 소리소문 없이 건강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교회다. 최근에는 멀리서 오는 교인들을 배려해 스와니 지성전을 마련했고, 금년 안에 젊은 세대를 위한 다목적 체육관을 완공한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모를 정도로 잡음없이 성장해가는 제일장로교회는 수평이동이다, 성전건축이다 하며 으레 있을법한 목사와 당회원 사이 갈등이나 성도들간의 마찰이 적어 의아할 정도.

“우리교회는 개척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함께 걸어온 교인들을 포함해 오래된 이들이 많고, 한번 등록하면 잘 떠나지 않는 것이 자랑입니다. 이는 중보기도가 살아있고, 깊은 영성이 담긴 구역교재와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받은 성도들이 늘 은혜에 젖어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서삼정 목사가 중시하는 목회철학 가운데 하나가 ‘뿌리깊은 영성’이다. 부흥전도사로 미 전역은 물론 세계 곳곳을 다니며 동분서주한 서 목사는 ‘부흥의 이론과 기술만으로 부족한 2%는 성령의 임재하심’이라고 단언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어떻게 교회를 부흥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부흥의 이론과 적용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부흥비결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는 법. 이론과 실제의 괴리 가운데 찾아진 진정한 ‘성령의 역사하심’이었다. 이론이 조금 부족해도, 기술이 조금 어설퍼도 성령의 역사하심을 체험하면 그 부족분을 채우고도 남을 능력과 은혜가 쏟아진다는 것이 저서 <영성이 살아야 예수 믿는 맛이 난다>의 핵심이다. 서 목사는 오랜 목회경험과 연구를 통해‘영성’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립시킨 영성분야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구역교재와 성경공부 교재, 무엇보다 예배말씀은 성도들의 가슴에 뜨거운 영성을 옮겨 심었고, 그것이 자라나 지금은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은혜를 나누는 믿음의 공동체로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노인들의 기도가 밑거름이 되어…
“1982년부터 매주 토요일 교회 노인들은 다음세대를 위해 기도해오고 있습니다. 우리교회 또 다른 비전인 ‘2050년 다음세대 세계주역’의 밑거름은 이런 노인들의 희생과 기도가 아닐까 합니다. 2050년까지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들이 한인 가운데 일어나도록, 아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자 격려하고 기도하며 성공한 리더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고 있습니다”

다음세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한 제일교회의 노력은 단지 기도로 그치지 않는다. 85년부터 동남부지역에서 최초로 시작한 한글학교 프로그램, 운동시설, 카페 등을 구비해 청소년이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건축 중인 2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체육관은 다음세대의 지적, 육적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무엇보다 2세 사역자들의 독자적인 권한은 소신을 따라 자유롭게 2세 목회를 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연령별로 묶여 제일장로교회 선교의 기반이 되는 선교회 헌신예배 모습, 드림선교회와 드로라2선교회(위), 2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본당 예배 모습(아래).

은퇴 후의 기쁨이 목회의 기쁨보다 더합니다
30여년간 척박한 아틀란타 땅을 강력한 영적 리더십으로 일궈온 서삼정 목사. 그의 은퇴가 멀지 않았기에 후임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서 목사는 “최근 미주한인교회 가운데 1.5세 유능한 목사님들이 대형교회 후임으로 사역을 이어받는 경우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2세 사역자들도 그 대열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제일장로교회도 사역을 이어갈 준비된 2세 목회자를 놓고 뜨겁게 기도하고 있습니다.”라며 함께 기도해주길 요청했다.

“소망이 있다면 사역하는 동안 젊은시절 허락하신 세계선교의 꿈이 이뤄지고, 새로운 새대를 위해 짓고 있는 비전센터를 완공시켜 후임자는 건축의 부담이 없었으면 합니다. 또 이민사가 오래되면서 늘어나는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만들어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감당해 갈 것입니다. 은퇴 이후에는 파송했던 선교사를 재훈련하는 목회자로, 시인으로 작가로 살고 싶습니다. 은퇴 이후의 기쁨을 생각하면 지금 목회의 기쁨보다 더합니다”

*아틀란타 제일장로교회는… 미국장로교(P.C.A) 소속으로 본성전은 6175 Lawrenceville Hwy. Tucker, GA 30084 (770-934-8282), 스와니성전은 3671 Smithtown Rd. Suwanee, GA 30024(770-614-1911)에 위치하고 있다. 주일예배는 6번(영어예배와 젊은이예배 포함) 드려지며, 각 세대를 위한 예배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수요일 오후 8시 수요예배, 금요일 오후 8시 금요예배 그리고 주일을 제외한 매일 새벽 6시 새벽기도회가 드려진다. www.kfpchurch.com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벚꽃이 화사하게 핀 제일장로교회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