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진부해서 또 한번 쉽게 끝나버릴 것 같았던 한국사회의 이념논쟁이 벌써 몇년째 확산되고 있다. 이 논쟁은 이미 교회 안에도 깊게 침투해 교인들마저 좌·우로 나뉘어 치고받게 만드는 기막힌 모습까지 연출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파국을 맞은 것은 '진보(한국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재정립이 필요하지만 기자는 편의상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을 그대로 차용한다)'를 자처하는 이들이 과거를 편향된 잣대로 평가하고 정죄하며 몰아붙인 탓도 있지만, '보수' 쪽에도 잘못은 시인하고 옳은 것을 수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그저 쉬쉬 하고 덮으려고만 했던 책임이 있다.

이념의 갈등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것은 결국 애꿎은 성도들뿐이다. '이념'이니 '과거'니 '좌·우'니 하는 것보다 당장 자신에게 닥친 영혼의 갈증을 채워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갈급했던 성도들은, 인도자들이 도통 어렵기만 한 문제를 가지고 설전을 벌이는 것을 보며 그저 안타까워 해야만 했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가 혼재돼버린 이 시대에 우리 교인들은, 아니 우리 국민들은 교회가 제시할 해답을 기대하고 있다. 믿는 자이든 믿지 않는 자이든 교양과 학식을 갖춘 이들은 오늘날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독교가 제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해결책임을 인정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예수의 정신'이 얼마나 큰 능력을 가졌는지 지켜봤기 때문이다.

한 주요 일간지는 얼마 전 기독교계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사회개혁 노력을 'New right(신 보수)'로 규정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는 교회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정작 기독교는 아직도 편이 갈려 이같은 노력을 평가 절하하는 '제살 깎아먹기'에 바쁜 실정이다.

지금의 사회는 left도 right도 아닌 'light'를 원하고 있고, 한국교회는 이같은 시대적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아주 조금씩이지만 변화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야 그 주도세력이 '정치적'이니 '수구'니 외치며 일단 반대하고 보자는 것보다는, 먼저는 이 노력이 꼭 성과를 거둬 한국사회에 '진리의 빛'을 던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그렇게 기독인들이 똘똘 뭉쳐 'New light 운동'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