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사랑의교회 청년부 사회문화팀에서 실시한 1회 독후감 공모전 최우수상작인 배광득 형제의 글입니다.-편집자 주-

'한국 정치사에 획을 긋는 초유의 대통령 탄핵 논쟁, 국보법을 포함한 4대 입법 논쟁, 행정 수도이전 논란, 최근의 여야의 대립으로 인한 국회 파행'까지 일련의 대립과 투쟁의 소식들은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이념- 본서에서는 이것을 “신념”이라고 칭하고 있다-을 내포한 한국의 자화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아도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테러 반대 세력과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이슬람 세력간의 팽팽한 대립과 같은 국제 정치적 사안’이나 ‘유전자 배아 복제 논란과 동성애, 안락사 등의 윤리적 사안’에 대한 서로 다른 강경한 태도는 이미 익숙한 현상들이다.

이것들은 공통적으로 신념이라 칭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정중함과 예의가 도무지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디지털 사회에서 익명을 보장 받는 네티즌들의 원색적인 표현들 속에서 자신과 다른 견해를 지닌 상대방에 대한 배려 또한 찾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듯한 요즘,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우리에게 기독교적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 바로 ‘무례한 기독교’이다.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복음주의 신학교인 풀러 신학교 총장이자 철학과 윤리학 교수로 활동 중인 리차드 마우가 쓴 것이다.

그는 복음적 진리에 타협을 하지 않는 보수적 신앙인이지만 미국에서도 보기 드물게 보수적인 복음주의 진영에서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인정 받는 인물이다.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할 당시인 1990년대 초반 미국은, 종교 다원주의나 동성애 문제 등 첨예한 이슈로 인해서 문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래서 였을까? 이 책의 행간 곳곳에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그의 치열한 고뇌가 보인다.

몰몬교나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기독교 유사 종교’나 ‘동성애나 낙태, 안락사와 같은 복음주의 진영에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기독교적 진리를 보존하려고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들을 배척이 아닌 품어야 하는 이웃으로 보려고 하는, 얼핏 보면 매우 모순 되어 보이는 두 가지 태도가 그에 의해 적절하게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즉 기독교 진리에 반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신념”을 갖고 대처해야 하지만 이 때에 정중함를 갖고 인내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복음주의적으로 보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신념”과 “시민적 교양”이라는 상호 모순되어 보이는 양자의 모호한 경계가 위험스럽기는 하지만 그것을 쉽게 피하기는 어렵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몇 가지 제시한다. 우리 자신과 타인의 심리적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감정 이입을 훈련하고 인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며 불신자들이나 다원주의에 대해서도 배우려고 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다고 그는 본 것이다.

'무례한 기독교'는 독자로 하여금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책은 아니다. 저자의 우려처럼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에 종종 모호함의 딜레마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 진리가 팽배하기 때문에 신념과 교양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나와 같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은 적어도 나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겸손함과 인내함으로) 대해야 함을 알게 해준다.

어느 새 과거 미국과 같은 서방에서의 문제라고 치부되던 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오게 되었다. 애써 이러한 이슈를 외면하거나 극단적인 태도를 가지려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한 그의 견해는 매우 도전적이었다.

물론 본서에서 제기한 낙태나 안락사의 문제에 대한 저자 리차드 마우의 견해에는 약간의 불편함이 조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한 한국의 복음주의 진영 입장에서 볼 때, 이 책의 내용은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불신앙의 분위기가 팽배한 직장에서 갈등하다가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려는 주변 그리스도인들에게, 현장을 쉽게 떠나지 말 것을 촉구한 점 또한 눈길을 끌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 직장의 후배가 떠올랐다. 동성애의 문제로 고민하던 그에게 나는 성경의 잣대로 동성애의 오류를 조목 조목 지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와의 관계는,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매우 소원하게 되었다. 그의 번민에 집중하기보다 그 문제의 심각성만을 부각하다 보니 한 사람의 영혼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그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 때 만약 좀 더 열린 마음으로 그를 대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이 책을 너무 늦게 읽어서 그의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해 정말 아쉽다. 기독교적 진리에 충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진리를 적절하게 표현해야 그 가치가 온전히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