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분야만을 진료하시는 선생님들은 물론 예외이겠지만 일반적으로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들과 이야기 해 보면 80% 이상의 환자가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기에 감기는 흔한 병이고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잘못이다. 감기를 포함하여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 질환 환자를 주로 관리하는 의사로서 감기라는 병과 감기 증상과는 구별하여야 하며 이것이 꼭 쉽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소아환자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보호자께 ‘어떻게 오셨나요’하면 ‘감기 때문에 왔어요’하시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옳지 않은 대답이다. 물론 감기일 가능성이 많고 또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구체적인 아이의 증상을 듣기를 바랐던 나는 또 다른 질문을 드려야 한다.
‘감기가 들어서 아이가 어때요’하는 질문이다. 그러면 흔히 나오는 대답이 ‘기침을 해서요’ ‘열이 나서요’ ‘코가 막혀서요’ ‘재채기를 해요’ 등의 다양한 증상을 말씀하신다. 심지어는 ‘설사를 해서요’ ‘토해서요’라고도 말씀하시는데 물론 이런 증상도 감기와 같이 올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증상을 무조건 감기로 생각하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또한 이런 증상들이 매우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는 감기의 합병증 아니면 감기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일 경우가 적지 않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에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이 말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무서운 병도 처음에는 감기증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이해되어야지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기에 모든 병이 감기에서 시작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여하튼 외래에서 진료하다보면 ‘우리 애는 감기를 달고 살아요’ ‘이 애는 감기가 끊어질 날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엄마를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아이들일까? 소아과 책에는 소아의 경우 일년에 여섯 번에서 여덟 번까지는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보다 자주 감기를 드는 아이들이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감기를 달고 사는 애들’은 어떤 애들일까?

감기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아이들이다. 특별히 기침과 천명 그리고 콧물, 코막힘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코 증상이 오래 지속되는 아이들이다.

이런 양상을 보이는 질환은 매우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알레르기 질환이다.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이 대표적인 질환으로 생각된다. 이런 질환들은 지금도 흔하지만 그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데, 또 증상의 중증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데에도 특별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관지 천식은 흔히 가족 내에 다른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경우가 많고, 같은 증상이 만성적으로 반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쌕쌕거리는 소리(천명이라고 함)를 동반한 기침과 호흡곤란이 특징적인데 기침이 밤에 심해져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런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하나 전혀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도 그래서 이런 증상들을 ‘발작’이라고 한다는 것도 하나의 알레르기 증상의 특징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물론 최근에 천식이라는 진단을 너무 쉽게 붙인다는 의료계 내에서의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천식이 아니라고 하여 그대로 두어 적절한 치료의 시기가 늦어져 기관지에 구조적으로 이상을 초래하는 문제와 같이 고려할 때, 가능하면 일찍 관심을 갖고 정확히 진단을 붙이고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함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역시 소아에서 증가하고 있다. 흔히 알레르기 비염은 나이가 들어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어린 소아에서도 흔하게 관찰되고 있는 것이다. 특징적인 증상이 콧물(대부분 맑은 색의 콧물임), 코 막힘, 재채기 그리고 코나 눈의 가려움증이다. 이 역시 올바른 치료가 시행되지 않으면 증상이 계속되므로 감기가 오래 간다고 흔히 이야기 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비염 역시 비염이 오래 가는 경우 알레르기 비염의 특징적인 소견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흔히 진단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축농증(부비동염) 역시 3주 이상 기침을 하는 소위 만성 기침 환자에서 흔히 관찰되는 질환이다. 흔히 코 막힘이 동반되고, 물론 낮에 기침을 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밤에도 그리고 새벽에 기침을 한다고 자주 호소한다. 이런 환자를 진찰하면 목 뒤로 코가 넘어가는 것이 자주 관찰 된다.

알레르기 비염 이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비염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비염이라고 하면 특별한 병으로 생각하는 환자나 보호자가 많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흔히 감기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의학 용어로는 ‘급성 비인두염’인데 이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기 역시 비염이 같이 있다는 말이 된다.

혈관성 비염, 콧속에 이물이 들어간 경우 그리고 지금은 흔하지 않지만 결핵이나 매독 등이 코에 있는 경우도 만성적인 비염의 소견을 보인다. 흔히 코가 막히는 경우 혈관을 수축하여 막히는 증상을 완화해 주는 약물이 투여되기도 하는데 이런 약물을 자주 오랜 기간 사용하는 경우 그 약물에 의한 비염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 이외에 기관지염, 기관지 확장증, 폐결핵, 기도 내 이물, 선천성 또는 후천성으로 발생된 호흡기 기형, 면역 결핍 질환 등 어떤 것은 흔하고, 어떤 것은 매우 드물기는 하나 심각한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이 ‘감기를 달고 사는’ 양상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오랜 동안 지속되는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즉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가 있을 때 자세한 병의 경과에 대한 질문과 진찰 소견 그리고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하고 그 진단에 따라 정확한 치료를 하여야 한다.

진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의 진행 과정 중에 나타나는 자세한 소견과 증상의 구체적인 양상이다. 물론 의사가 이런 증상이 있는 경우 자세한 병력 청취 등을 통하여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하여야 하는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중요한 소견들이 주로 엄마의 관찰에서 얻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어떤 병이든지 마찬가지지만 엄마의 아기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특별히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들의 정확한 감별진단에 가장 중요한 것임을 어머니들이 알아야 하며 따라서 의사들에게 정확히 얘기하는 것은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기를 원하시는 모든 엄마들에게 맡겨진 숙제라는 사실을 꼭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병관(인하대 의과대학 부속병원 소아과 교수. 대림교회. E-mail:sonbh@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