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남캘리포니아대학) 저명한 종교사회학 교수이자 이 대학 ‘종교 및 시민문화 연구소’(CRCC) 소장인 도널드 밀러는 그의 저서 <미국 개신교 재발견: 새 천년 기독교>(1997)에서 ‘미국 개신교 새로운 얼굴’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 교회’의 12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1960년대 중반이후 출발함 △회중 구성원 다수가 1945년 이후 태생으로 비교적 젊은 세대임 △목사(목회자) 신학 교육이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임 △예배(worship)가 현대적임 △평신도 지도력이 높게 평가됨 △수많은 소집단 사역을 하고 있음 △목사와 회중이 통상 비공식적인 옷차림새를 함 △서로 다른 개인적 스타일에 대한 관용이 높이 평가됨 △ 목회자이 잘 드러나지 않고, 겸손하며, 또한 자기 계시적임 △예배 속에서 단순히 인지적인 참여가 아닌 신체적 참여가 정상임 △‘성령의 은사’가 긍정되고 강조됨 △강해 설교가 주제 설교보다 우위에 있음.

새로운 교회 패러다임 열두가지 특징 중 목회자에 대한 강조가 눈에 띈다. 목사라면 반드시 받아야하는 신학교육이 선택이라는 점, 목사가 잘 드러나지 않고, 겸손하고, 자기계시적이라는 점이다. 목사에 대한 이해는 교인마다 다르다. 공통적인 것도 있지만 교인마다 목사에 대한 서로 다른 개인적인 관점과 이해를 갖고 있다. “목사는 이래야 한다”라는 개인적인 생각과 이해를 갖고 있기에 목사에 대한 교인 평가와 판단은 늘 다를 수 밖에 없다.

목사는 누구인가? 토마스 오덴은 목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목사는 하나님과 교회에 의해 부름을 받고 안수 받아 교회를 대표해 말씀을 선포하고 성례전을 집례하고, 하나님 자기 계시에 완전히 응답하도록 기독교 공동체를 인도하고 양육하기 위하여 구별된 그리스도 몸의 한 지체이다.” (Oden, 1987, 116 : 비교, Calvin Inst. 3. 20, 4. 3, 4. 9)

목사와 목회를 성경적 교회론에 근거해서 설명한 사람은 맨슨 패터슨(Mansell Pattison)이다. 패터슨 교수는 목사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목사는 본질적으로 구조(system)를 돌보는 목자라고 생각한다. 목사는 교회 지체 구조들(subsystems)을 양육하고 인도해야 한다. 목사 역할은 목사가 생체 구조에서 어떠한 기능을 가진 존재인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목회란 살아있는 생체 구조(system)로서 교회를 돌보는 것이다.”(Pattison, 1981)

교회는 그리스도 몸이며 생물학적 구조(Living System)를 갖고 있다. 목사는 그리스도 몸인 교회 구조를 돌보는 사람으로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 교회에 속한 모든 지체들이 지체로서의 기능과 사명과 역할을 감당하도록 지체 구조를 훈련하고 지도하는 사명이 목사에게 있다.

교회가 건강한 그리스도 몸의 생물학적 공동체가 세워지려면 목사와 교인 사이에 몇단계 상호작용을 경험하면서 몸 구조가 잡혀간다. 우리 몸에는 복잡하고 끊임없는 생명구조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구조 작용에 의해 생명이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교회도 동일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패터슨은 이렇게 쓰고 있다. “지도자와 구조 사이에도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구조(System)는 생명을 가진 유기체와 같이 발생하고 성장하며 소멸하는 생명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각 단계에 따라서 지도자와 구조와는 각기 다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지도자는 구조가 성숙해 감에 따라 자신 기능을 수정하며 지도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 단계는 혼란단계, 형성단계, 구범화단계, 수행단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1)혼란 단계
이 단계는 개인들이 집단으로 모이기는 하지만 아직 체계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단계이다. 지도자는 구성원과 유리돼 있으며, 개인은 공동 가치나 목표 때문이 아니라 타의에 의하여 모였다. 그러므로 이 상태는 완전한 구조를 갖지 못하고 전인성, 개방적 공동작용, 그리고 동질성 등도 갖지 못했다. 이 단계에서 교회 목사는 그 교회 목표와 방향을 분명하게 지도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에 따라서 교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분명한 목표를 지향해서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2)형성단계
이 단계는 지도자가 제시하는 비전을 교인이 자기 비전으로 받아들이며, 그 비전을 함께 나누는 공동 정체성과 목표를 갖는 단계이다. 구성원 서로간에 "우리는 비슷한 이상과 가치를 갖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단계에는 구성원 간에 공동 질서와 목표가 생겨난다. 그러나 문제는 지도자 역할 때문에 성숙한 생체구조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도 한다. 교회구조 지도자인 목사는 이 단계서 자기 권한을 축소시켜 집단이 올바른 목표와 방향을 따르도록 도울 때 교회구조를 성숙시킬 수 있다.

3)규범화단계
이 단계는 제 2단계에서 형성된 집단정체성으로 인해 개인과 집단간 갈등이 노출되면서 조화 규범을 만들어가는 단계이다. 교인은 이제 형성되기 시작한 집단정체성, 집단적인 가치와 목표, 집단 의지에 압도당한다. 집단 성취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때 집단 구성원 가운데는 개인 헌신을 꺼려해 저항하고 그 집단을 떠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단계에서 교인은 합의를 거쳐 집단 정체성을 규범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 규범은 공동정체성과 개인정체성 관계, 지도자 역할, 개인 역할, 공동목표와 비전과 가치를 선언하는 것 등을 포함할 수 있다.

4) 수행단계
이 단계에서 구조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집단정체성을 갖게 되며, 구조 구성원은 구조 집단성을 공유하면서도 자기 독자적인 개인정체성을 갖는다. 아직도 개인 성취와 집단 성취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제 3단계에서 이미 규범화된 공동 가치와 방향을 자기 성취와 조화시키려고 힘쓴다. 수행단계에서 그 구조는 자기 독자적인 공동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며, 구조 원칙에에 따라 구조가 하나 생명체와 같이 움직인다.

이 단계에서 지도자 역할은 구조 구성원 간에 발생하는 갈등, 그리고 구조 공동 정체성과 개인이 개인정체성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을 창조적으로 조정하며 해소하는 일이다. 지도자는 끊임없이 집단정체성을 강화시키면서(비전제시, 가치관 교육 등) 동시에 개인이 자기 성취를 할 수 있게 돕는다.

교인이 원하는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교회로 발돋움이 필요하지만 교인에게 진정한 교회목표가 공유되지 않는 한 교인이 원하는 교회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교회가 건강한 생물학적 구조와 기능을 성취하기 위해 목사는 교회 집단 내에서 적절한 위치와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패터슨 교수는 생체구조 지도자로 목사 기능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1)상징화 기능
생동적으로 기능하는 모든 생체구조는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공통 가치와 목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목사는 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교회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이 된다. 즉 목사는 교회 목적, 가치, 방향, 목표 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교회 머리되신 주님을 기억나게 하고 그분께 충성할 수 있게 그리스도에게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기능이다. 목사의 기능은 사람들을 예수님 주의에 모이게 하는 것이다. 목사는 언제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그 분을 중심해 살아가는 법을 지도한다. 세례요한 손 끝이 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있듯이 목사 삶과 교역과 가르침은 언제든지 주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

2)존재 기능
상징화가 교회 집단정체성을 보여주는 기능이라면 존재 기능은 목사 개인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목사는 교회 상징으로 완전하신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 목사 자신은 불완전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목사는 그리스도 모형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고 힘쓸 것이다. 목사에게는 실패도 있을 것이요, 결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끊임없이 자기 참된 모습을 보여주며, 상처를 보여주며, 연약한 자기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목사가 존재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목사도 모든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연약하고 결함투성이이나 하나님 은혜안에서 열심히 그리고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3)공유 기능
목사는 교회가 아니다. 목사는 교회구조 한 부분이다. 따라서 목사는 교회구조와 함께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 교회구조 책임과 권위와 통제 기능 등을 목사 혼자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목사와 교회를 혼동하는 잘못이요, 목사자신이 교회구조 부분임을 깨닫지 못하는 무지이다. 이런 목사는 교회구조에 장애를 초래하고 목사와 교회와 갈등을 만들어 내며, 결국 교회를 메마르게 만든다. 목사는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하나님은 모든 교역을 교회에 위임했기 때문에 목사가 자기 책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 책임을 교회와 나누어 질 수 있어야 한다. 교회 모든 교역을 목사 혼자서 수행할 수 없다. 모든 지체는 각기 자기 책임을 담당하며 그 일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교회 교역은 목사 교역이 아니라 교회 교역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4) 능동적 기능
목사는 지도력을 수행하는 지체구조이다. 그러므로 목사는 능동적으로 교회구조 기능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비전을 교회에 제공하고, 교회구조 집단정체성을 중심으로 모든 교인을 통합시키며, 모든 교인이 공동 의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 세가지 요소가 있다.

① 능동적인 지도자로서 목사는 계획을 작성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교인의 역할을 설정하고 교회 자원을 활용하고 분배하여 하나님의 사역을 추진하는 자이다.
② 능동적인 지도자로서의 목사는 모든 교인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소명을 받게 하며, 하나님의 비전을 보게하며, 교인들의 삶에 이미를 부여하고 교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③ 목사는 문제 해결과 변화 가능성이 있는 일을 수행하면서 교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모든 교인들과 함께 그 일을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Mills, 1974,82)

5) 능력부여의 기능
위에서 언급한 6가지 기능들은 결국 능력부여(enabler)의 기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능력부여자로서 목사는 다음의 기능을 수행한다.

① 목사는 연결시키는 자(connector)의 기능을 수행한다. 목사는 교회구조에 속한 서로 다른 지체구조들을 상호연관시켜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한다.
② 목사는 중재자(mediator) 기능을 갖는다. 목사는 여러 지체구조들, 교인간에 그리고 교인과 구조 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교회구조를 질서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③ 목사는 촉진자(facilitator) 기능을 수행한다. 계획을 세우고, 교회에 동기를 부여하고, 구조를 조직화시킴으로 그 과제를 수행해 갈 수 있게 돕는 기능이다.
④ 목사는 촉매자(catalyst) 기능을 수행한다. 촉매는 서로 다른 물질 화학반응을 촉진시킨다. 목사는 교회 기능을 촉진시키기 위해 촉매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촉매는 힘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교회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힘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조력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목사는 교회가 스스로 하나님 사역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회가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을 촉발시키는 일을 한다.

생명체인 교회에서 목사가 제 기능을 다할때 교회 구조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랑으로 가득할 수 있다. 목사는 생체구조인 교회 지도자로 세움을 받았다. 그러므로 목사가 생체구조 지도자로서 기능을 수행함으로 하나님 교회는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산호세중앙침례교회 조경호 목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