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적으로 살아갑니다
조지 브래들리 | 김은경 역 | 프롬북스 | 224쪽

'철학은 신학의 시녀' 명언의 의미
철학 물결, 신학 무자비 침범 우려?
신학은 철학 받아들여야 발전 가능
시녀? 오늘날 비서 등으로 치환해야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최초로 이 말을 한 사람은 베네딕토회 수도자이자 교회개혁가인 베드로 다미아노이다.

보통 이 말을 '철학은 신학보다 하등 하다'는 의미로 해설하는데, 정확한 해설이 아니다. 신학이 더 우위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철학이 중세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돼서는 안 된다.

다미아노는 당시 봇물 터지듯 밀려오던 철학의 물결이 신학의 영역을 무자비하게 침범할 것을 우려하여 이 말을 썼지만,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학을 뒷받침하는 학문으로서의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말을 응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그리스도교 신학을 적절히 융합시켜 스콜라 철학의 기틀을 공고히 했던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를 염두하고 신학은 철학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다는 의도에서 말한 것이다.

시녀는 당시 전혀 천한 직종이 아니었으며,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왕실의 시녀는 귀족 자제들이, 귀족 집안의 시녀는 기사 계급이 맡았다.

이들은 밥 하고 빨래 하고 청소 하는 하인이 아니라, 왕후를 가까이서 보필하는 이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시녀'라는 표현은 차라리 오늘날의 비서 등으로 치환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철학 가운데 중세 기독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스토아 철학이다. 장즈하오의 《철학 진작 배울걸 그랬네》 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스토아 학파의 철학 사상은 후대 금욕주의의 번성에 불을 지폈으며 초기의 기독교 신자들이 이 학파의 사상을 중시하여 중세 기독교의 핵심 교의로 삼았다."

스토아 철학, 고대 후기 철학 대표
고대 그리스 발전, 로마에서 전성기
세네카, 에픽테토스, 아우렐리우스
세 철학자 생각과 글 기반으로 저술

스토아 철학은 기원전 3세기에서 로마 제정 말기에 이르는 고대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한 경향으로, 헬레니즘 철학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었다.

4세기 남짓 그리스·로마의 수많은 지식인이 스토아주의의 영향 아래 있었다. 스토아철학은 키프로스의 제논(Zenon)이 만들었는데, 아테네 광장의 공회당 기둥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기둥(스토아, Stoa)을 뜻하는 스토아 학파로 불렸다.

스토아 철학은 그리스의 교사들과 사상가들이 발전시켰지만 실제로는 로마에서 꽃을 피웠다. 특히 로마의 키케로와 소(小) 카토 같은 유명한 지도자들은 이 철학에 기반한 삶을 살았다.

그 후 스토아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인물은 로마 황제 네로의 스승 세네카(Seneca, 기원전 4-기원후 65), 노예 출신 철학자 에픽테토스(Epiktetos, 55-135),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 121-180)다.

《스토아적으로 살아갑니다》는 주로 이 세 철학자의 생각과 글을 기반으로 쓰여졌다. 저자인 조지 브래들리는 이들의 가르침을 비롯해, 그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오늘 현재의 삶과 연결하고 있다.

저자는 스토아 철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스토아 철학의 원리들은 난해한 이론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으며, 견고하고 검증된 실용 철학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 스토아 철학에서는 난해하고 일상과 거리가 먼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령, 플라톤의 '이상적 원형'은 멋진 개념이지만,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더 나은 인생을 살게 하는 데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좋은 인간이 되는가, 지상에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는가, 잠재력을 어떻게 최대한 발휘 하는가 라는 부분이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스토아적인 내면에 대하여'에서는 스토아 철학의 기본 단계에서 스토아적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1부에서는 여섯 가지 주제를 다룬다.

첫째,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라

스토아 철학자에 따르면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과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에픽테토스는 이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세상에는 우리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의견, 동기, 욕망, 혐오처럼 자신의 행동과 관계된 일은 통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신체, 재산, 명성, 사회적 지위처럼 자신의 행동과 관계없는 일은 통제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은 본래 자유로우며 구속이나 방해의 대상이 아니다. 이와 달리,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의 통제로 인해 쉽게 허물어질 수 있고 굴종이며 구속을 받을 수 있다."

둘째, 자기 수련

윌리엄 어빈은 자기 수련의 유익을 이렇게 말했다. "자기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자기 수련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저 남들의 삶을 따라가며 결국 참된 자기의 인생을 누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과오를 범한다."

저자는 자기 수련에 관련한 스토아 철학의 모든 기술을 다루지 않고 다섯 가지만을 이야기한다. ①부정적 시각화 ②자기 성찰 ③빈곤 실천 ④긍정적 행동 ⑤자기 용서

셋째, 덕을 갖춘 삶

스토아 철학의 미덕은 많이 있다. 그 가운데 중요하게 언급되는 것이 지혜, 정의, 용기, 절제이지만, 이보다 더 많이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람직한 삶의 과정의 일부분이자 보장의 일부분으로 그것은 바로 '평정심'이다.

평정심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어떤 상황에서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신속하게 생각하기 위한 공간과 명료성, 침착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넷째, 두려움을 없앤다는 것

스토아 철학자들은 두려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두려움이 무엇인지, 두려움을 어떻게 인지하는지,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거나 극복하는지, 그것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두려움을 직시하고 줄이는 세 가지 주요 기술을 가르친다. 시각의 재구성, 목표 설정, 그리고 부정적 시각화의 활용이다.

그리스 역사가·철학자 헤로도토스 동상. ⓒ픽사베이
그리스 역사가·철학자 헤로도토스 동상. ⓒ픽사베이

결국 스토아 철학에서 두려움을 다루기 위한 모든 기술은 한 가지를 목표로 한다. '평정심'에 이르는 것이다.

두려움은 내면의 깊은 평정심을 향해 성장하는 능력과, 평정심에 이르렀을 때 이를 즐기는 능력에 영향을 준다.

다섯째, 좌절 속에서 찾는 기회

라이언 홀리데이는 좌절 속에서 기회를 찾는 방법을 이렇게 말한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라. 감정을 통제하고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흥분하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남들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요소들을 무시하다. 거시적인 안목을 유지한다. 눈앞의 현실에 집중한다. 통제 가능한 부분에 집중한다."

여섯째, 근면과 인내

세네카는 《어머니 헬비아에게 보내는 위로》에서 추신으로 인내에 대한 생각을 썼다.

"지속적인 불행에는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불행은 그것이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람을 강인하게 만들고서 끝나는 것입니다."

인내와 근면은 최악의 상황을 견디게 도와주는 한 방식이다. 또한 긍정적인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2부 '스토아적 마음에 대하여'에서는 1부에서 말한 원리들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2부에서 다루는 주제는 네 가지다.

첫째, 의사결정

에픽테도스는 이렇게 말했다. "목재가 목수의 매개체이고 청동이 조각가의 매개체이듯 당신의 삶은 당신이 삶의 기술을 실천하는 매개체이다."

삶의 기술을 실천하려면 끊임없는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음상태는 '평정'이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자신이 통제할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한 의사 결정은 좀 더 큰 목표 체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둘째, 멘토십

멘토는 멘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서 이를 지지하고, 멘티에게 무엇이 동기부여가 되는지 알아봐야 한다. 다음 단계는 실행을 돕는 일이다. 그리고 멘트는 멘티와 공명판과 도덕의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셋째, 사실주의

겉으로 드러난 인식 문제와, 세상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사실적 사고 능력을 키우려면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세상을 보고 객관적인 인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한 후 그러한 객관적 역량을 자기 자신에게 발휘해야 한다.

넷째, 기민성

세네카는 망명을 처벌로 '생각하지 않고' 기회로 생각했다. 그는 망명생활 속에서 기쁨을 누렸고 그야말로 '즐겁고 쾌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네로 황제에서 조언하는 직책에서, 신경써야 할 일들로부터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기민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세네카와 같이 환경을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왜냐하면 생각은 적어도 인간의 통제력 내에 있기 때문이다. 환경은 주변적인 것이며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스토아적 정신에 대해' 다루고 있다. 3부에서도 네 가지 주제를 다룬다.

첫째, 자아에 대한 진정성

자아는 스토아적 삶에서 다듬어야 할 원재료다. 자아는 당신의 기준선이고 밑바닥 층이다. 자아는 나의 기준선이고 나의 밑바닥 층이다. 이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아를 수용해야 하며, 자아를 중심으로 스토아 철학에 기반한 행동 도구들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우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되도록 스스로를 돕기 위해서다.

둘째, 과거에서 배우다

과거를 통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악보다 미덕을 선택할 능력이 있는 지금, 노력하고 향상하고 우리 존재의 특정한 측면을 통제할 수 있는 바로 '지금', 우리의 결정과 우리라는 존재에게 정보를 주고 지지를 보내는 기반으로 과거를 활용해야 한다.

과거가 없다면,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해왔는지에 대한 존중과 깊이 있는 지식이 없다면, 그저 순간의 연속을 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사회성

윌리엄 어빈은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며 타인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해도 계속해서 타인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스토아 철학이다."

인간의 본성에 사회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다. 사회성을 발휘하면 즐거움이 생겨난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평정심이 증가된다.

사회성을 발휘하는 것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삶의 광채를 더하는 이로운 요소들'을 적절하고 균형 있게 즐겨야 한다.

넷째, 감사

기쁨은 감사에서 나온다. 감사는 만들어질 수 있다. 감사는 부정적 시각화를 통해 무(無)인 상태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연습을 통해 감사 능력과 감사의 질이 증가될 수 있다.

부정적 시각화를 하면서 합리적 행동을 지속적으로 연습하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감사표시를 북돋우는 평정심에 이르면 감사하는 능력이 형성된다.

이 책은 스토아 철학이 중세 기독교의 핵심 교의로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생활 가운데 그리스도인들이 적용하며 살아가야 할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스토아적인 삶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 그리스도인은 성경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예수 중심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천국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소속이 하나님 나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 나라에 소속된 하나님의 백성이기에, 이 땅에서 살아가지만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가야 한다. 그렇게 살아갈 때,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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