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한 장면에서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를 듣게 되자 그는 "Here I am!"이라고 목소리 높여 응답하는 장면이 있다. 두려움과 절망 가운데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를 몰라서 당황하던 그 아이가 아빠의 음성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외친 첫 마디가 바로 "Here I am" 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혹시 어떠한 음성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그 부름에 응답했던 적이 있는가?
성경 속의 아브라함, 야곱, 사무엘, 이사야 그리고 사도바울이 바로 그렇게 응답한 이들이다. 그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Here I am)" 라는 고백을 하며 자신이 현재 처해 있던 자리를 떠나 하나님께서 부르는 그 길로 순종하며 돌아 온 이들이었다. 그 당시 아브라함은 본토 고향집을 떠나야 했고, 야곱은 형 에서로부터 도망치던 길에 있었고, 사무엘은 제사장 엘리의 집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고, 이사야는 무너져 가는 유다 왕국의 모습을 보며 두려움에 처해 있었고 그리고 사도 바울은 예루살렘을 떠나 다메섹으로 그리스도인들을 잡으러 가는 길에 있었다.
실재적으로 어느 누구에게나 하나님과의 첫 만남은 거룩하신 그분과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추한 죄인과의 대면일 뿐이다. 그래서 이사야가 하나님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엄청난 재앙이다. 나는 죽게 되었구나. 이토록 나의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었다니"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추한 모습이 온전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이는 아브라함도 야곱도 그리고 바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Here I am" 이라는 고백은 언제 가능한 것일까? 또한 어떻게 하나님의 부르심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라고 응답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하나님의 사랑의 부르심에 철저히 회개하는 마음으로 순종할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누구를 부르시는 것일까? 솔직히 하나님 나라는 결코 지식이 많거나, 세상적으로 성공한 이들을 부르시기 보다는 오히려 평범한 이들을 직접 선택하시고 정금같이 단련시킨 뒤에 그들을 '하늘의 사람'으로 바꾸어 사용하신다.
그러하기에 아브라함의 경우에는 24년 간의 믿음의 훈련이, 노아에게는 120년의 인내의 훈련이, 모세에게는 40년 간의 광야훈련이 그리고 사도바울에게는 14년 간의 기도와 묵상의 훈련이 있지 않았겠는가? 이들의 공통점은 그 오랜 기다림의 시간 동안에도 하나님의 부름심을 잊지 않고 맡은 자리에서 주어진 일에 인내함으로 순종했다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노아를 선택하셔서 인류를 보존하셨고, 아브라함을 통해서 축복의 조상이 되게 하셨고, 이스라엘을 통해서는 민족을 그리고 예수님을 통해서는 죄로부터 온 인류를 구원하셨던 것이다.
즉 "Here I am" 리더십은 바로 철저한 회심 뒤에 따르는 '인내와 순종'의 리더십인 것이다. 리더로서 선택 받은 자들이 책임감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소홀히 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이들과는 더 이상 일하기를 원치 아니하신다. 즉 제단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할 제사장의 임무를 저버린 이들과는 교통하지 않으신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영적인 각성 및 부흥을 위해 자신이 할 일에 게을리 했던 제사장 엘리 대신에 그의 제자 사무엘을 부르신 것이었다. 왜냐하면 제사장 엘리에게 "Here I am"의 리더십은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창세기 3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아담을 찾으시면서 "Where are you?" (어디에 있느냐?)라고 부르셨지만, 아담은 ".. so I hid myself" (..숨어 있습니다)라고 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하나님께서 아담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 본 질문은 아니었다. 그 질문은 오히려 "아담아, 너는 누구냐?" 혹은 "너는 지금 영적으로 어떠한 상황에 있느냐?"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그 상황에서 아담은 절대로 'Here I am'이라고 대답할 수 없었을 것이다.
'Here I am'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히브리어는 '히네니(Hineni)'이다. 이사야 6:8에서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라는 질문에 이사야 선지자는 가슴이 불타올라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사야를 부르신 그 하나님께서 지금 "Where are you?" 라고 우리를 부르시고 계신다. 이 때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는가? 오늘도 자녀를 돌보는 일과, 바쁜 각자의 삶 그리고 여러 모양의 세상의 일들을 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쳤던 그 제단에 묶어 놓지 않고서는 절대로 하나님의 질문에 "Here I am"이라고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주님이 부르신다. 그리고 이때 이미 세웠던 계획들, 오늘 새롭게 해야 할 일들 그리고 가족의 필요를 채우는 그 시간과 에너지를 잠시 내려 놓고, 은밀하게 들려오는 그분의 음성에 두 무릎을 꿇고 'Hineni (Here I am)' 이라고 응답하며 달려가는 당신의 그 영적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