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거 뭐야 여보!" 아내가 호들갑을 떨길래 보았더니 창문이 뜯겨져 있었고, 뒤뜰로 나가는 문이 열려져 있었습니다. 한 3시간 정도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도둑이 든 것입니다. 황급히 2층으로 올라가려는 아내를 붙잡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들어올 때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밖으로 내보내고, 차고로 달려가 야구 방망이를 뽑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아래층 문을 조금 열어놓고는, 내려오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었습니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경찰은 오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걸어 모든 상황을 설명했는데도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말처럼, 911에 전화를 걸어 그냥 끊었으면 상황이 위급한 줄 알고 금방 출동을 했을 텐데... 제가 너무 침착하게 설명을 했던 탓인지, 신용카드 회사 3곳에 전화를 걸어 용무를 다 마칠 때까지도 경찰은 오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러다가 예수님 오시겠다..."
혼자서라도 2층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45분이 지났으니, 혹시 도둑들이 2층에 있었다 할지라도 뒤쪽 창문을 통해 벌써 도망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때쯤 기다리던 세리프가 도착을 했고, 상황 설명을 듣자마자 총을 빼 들고는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한 10분이 지났고, 그제야 모든 상황이 종결되었습니다.
2층은 말 그대로 난리였습니다. 원래 가진 것이 없어서 뭐 별로 뒤질 것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도 돈이 될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 다 뒤집어 놓았습니다. 특히 큰 방에 붙어있는 옷 방은 전쟁터를 방불했습니다. 아내의 보물 상자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26년이 지나도록, 고생하는 아내에게 변변한 금붙이 하나 사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결혼할 때 시어머니가 사주셨던 예물들, 언니와 오빠와 동생들이 사줬던 귀걸이며 반지들을 그리움과 함께 고이고이 간직해 왔었는데, 그것들이 싸~악 사라진 것입니다. 아들들이 사준 시계와 가방까지... 할 말이 없었습니다.
헝클어진 집을 정리하는데 속이 상했습니다. 도둑맞은 물건 때문에 속이 상한 것이 아니라 도둑맞은 평안 때문에 속이 상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얼마나 자주 제 마음을 도적질 당하고 있는 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얼마나 자주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마음을 도적질 당합니까? 하나님을 향해 고이 간직하길 원하는 우리의 고백, 우리의 결심들을 얼마나 자주 악한 영들에게 빼앗기는 삶을 살고 있습니까? 집에 도둑이 들면 야구 방망이를 들고 흥분을 하면서도 마음에 도둑이 들면 전혀 흥분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잠언 4:23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집이 뚫리는 것보다 마음이 뚫리는 것을 두려워 할 수 있는 신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금붙이를 잃는 것보다 하나님 잃는 것을 두려워 할 수 있는 성도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반석이시요, 우리의 요새시요, 우리를 건지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강도 만난 우리들을 찾아오셔서 구원의 소망을 주신 하나님께 참된 감사를 드릴 수 있는 감사주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주 안에 참된 평안이 있는 것을 믿으실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