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몬교도들(Mormons)은 '예수가 오시기 전 사람들, 복음을 듣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은 천국과 지옥 중 어딜 가는가?', '이순신 장군 같은 훌륭한 애국자도 지옥에 가는가?'라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던지며 그리스도인들에게 접근합니다.
그들은 예수께서는 '모든 이들의 죄'를 위해 죽으셨으며, 죽은 후 복음을 들을 기회가 없었던 자들을 구원하시려고 옥(獄)에 내려가 옥의 영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셨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를 위하여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으니(벧전 4:6)"라는 말씀을, 음부에 있는 자들에게 그리스도가 전도하러 내려갔다고 해석합니다.
물론 이들만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사한 주장을 해 온 로마가톨릭이 있으며, 그들의 연옥(purgatorium)교리는 여기서 파생됐습니다.
곧 구원받지 못한 영혼이 금생의 가족이나 신자들이 그들을 대신해 많은 공덕을 쌓으면 연옥에서 낙원으로 올라간다고 가르칩니다. 오늘 그리스도인들 중에도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의 구원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내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구원을 인간의 선택에 달린 것으로 보는 사람들
구원의 서정을 하나님의 작정에서부터 시작하는 이들이 있고, 구원을 하나님의 예정과 결부시키는 것을 반대하는, 곧 구원이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반(反)예정론자들이 있습니다. 물론 예정론(predestination)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예지예정론자들(foreknowledge foreordination)도 있으나, 엄밀한 의미에서 그들은 예정론자들이라 할 수 없습니다.
성경의 가르침대로라면, 예정론을 배제하고 구원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구원 기원의 영원성(엡 1:4)에서부터 구원의 피동성(롬 8:30), 은혜성(행 15:11, 갈 1:6, 15)에 이르기까지 구원을 설명할 때 예정(predestination)을 배제하고서는 곧 벽에 부딪히고 맙니다.
특히 '복음을 듣지 못한 자들의 유기(Reprobation, 遺棄)'는 오직 예정론으로서만 설명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복음을 듣지 못해 못 믿은 자들을 어쩔 수 없이 구원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원 택정을 받지 못한 자들을 구원받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그들에게 복음을 들을 기회를 차단시킵니다. 구원은 반드시 복음의 부르심을 통해 받기에(살후 2:14), 복음에서 배제됐다면 사실상 구원에서 배제된 것입니다.
사람이 복음을 몰라 지옥에 간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은, 복음을 듣고 신·불신의 결단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지옥에 던져진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음의 배제가 사실상 하나님의 의도된 구원 배제임을 안다면, 그런 생각을 철회할 것입니다. 성경은 곳곳에서 구원을 하나님의 작정으로부터 출발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사 거룩하신 부르심으로 부르심은 우리의 행위대로 하심이 아니요 오직 '자기 뜻'과 '영원한 때 전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하심이라(딤후 1:9)",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롬 8:30)."
구원의 통로인 '믿음' 역시 인간의 자의적 결단의 산물이 아닌, 복음을 통한 구원에의 부르심에 대한 이끌림 곧, 피동적 응답입니다. "볼찌어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계 3:20)", "너희가 그 은혜를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었나니 이것이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엡 2:8)", "멸시함을 받은 주의 십자가에 나의 마음이 끌리도다(찬송가 135장)."
구원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할 때 누가 복음을 듣지 못해 구원받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 배제는 복음의 시(時)·공간(空間)적 배제와 직결됩니다.
복음의 '시간 배제'란 유기(Reprobation, 遺棄)하기로 작정된 특정한 시대에 복음이 제시되지 않는 것을 뜻하며, 그 시대는 하나님의 구원에서 배제됐다는 뜻입니다. 주전 2천년 경 아브라함에게만 나타났던 복음은(갈 3:8) 다른 시대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따라서 당연히 그 시대에는 구원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공간 배제'입니다. 주전 2천년 경 하나님은 팔레스타인이라는 공간을 택하여 자신을 나타내시므로, 그 외의 다른 지역에서는 하나님의 계시가 배제됐습니다. 그 당시 극동(極東)의 한민족은 하나님 없이 오직 샤머니즘과 우상숭배에 올인해 있었습니다.
◈복음의 점진적 확산 원리와 그에 따른 복음의 감춰짐
하나님의 구원 계시인 복음은 일시에 전 우주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점진성의 원리에 의해(이는 계시의 점진성[Progressive revelation] 원리와는 다름) 점진적 확산을 했습니다. 이 복음의 점진적 확산 원리를 따르게 되면, 불가피하게 복음이 배제되는 지역과 사람들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태양이 온 땅을 원만히 비추는 중천(中天)에 이르기까지는 그늘진 곳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성경은 복음의 점진적 확장 원리를 곳곳에 말씀합니다. 처음에는 복음이 특정 시대, 특정 지역에만 나타나다가 그것의 절정에 이르면 온 세상에 나타날 것을 말씀합니다.
"그 날에 생수가 예루살렘에서 솟아나서 절반은 동해로, 절반은 서해로 흐를 것이라 여름에도 겨울에도 그러하리라 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리니 그 날에는 여호와께서 홀로 하나이실 것이요 그 이름이 홀로 하나이실 것이며(슥 14:89)", "이 물이 동방으로 향하여 흘러 아라바로 내려가서 바다에 이르리니 이 흘러내리는 물로 그 바다의 물이 소성함을 얻을찌라... 이 강이 이르는 각처에 모든 것이 살 것이며 또 이 강 가에 어부가 설 것이니 엔게디에서부터 에네글라임까지 그물 치는 곳이 될 것이라(겔 47:8-10)."
구원의 복음이 처음에는 오직 이스라엘이라는 특정 민족에게만 독점적으로 나타났다가(암 3:2, 시 72:18) 점차 모든 이방 민족에게로까지 확산됐습니다. "호세아 글에도 이르기를 내가 내 백성 아닌 자를 내 백성이라, 사랑치 아니한 자를 사랑한 자라 부르리라 너희는 내 백성이 아니라 한 그 곳에서 저희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 부름을 얻으리라 함과 같으니라(롬 9:25-26)".
이는 교회 시대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가 강림하여 대속의 복음을 완성하고, 성령 강림으로 교회가 설립됐을 때도, 복음의 은혜가 팔레스타인(Palestine)을 중심한 일부 지역으로 한정됐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곧 그리스도 재림시 비로소 세계복음화가 이루어집니다. 그 때까진 부득불 복음이 배제된 곳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복음의 점진적 확산 원리는 예수님의 말씀에서도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겨자씨 같이(마 13:31-32)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아주 미미하게 시작됐다가 점차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확장될 것(행 1:8)'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증거 되는(마 24:14)", 세계 복음화가 이루어지기까지 일부 지역과 민족들에게는 복음이 감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자연 만물에 계시된 하나님의 신성이 불신자들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믿지 않은 것에 대한 핑계가 될 수 없게 한다 고 한 것은(롬 1:20), 복음이 원만히 계시되기 전까지 복음을 듣지 못해 믿지 못할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그들이 하나님의 정죄를 받게 될 것을 시사한 것입니다.
◈복음 자체의 비밀성이 복음 공유자까지 구원에서 배제시킵니다
앞서 하나님의 구원 택정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시·공간적 택정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시·공간적 택정을 받는다고 모두 구원택정을 받는 것이 아님을 성경은 말씀합니다. 즉 복음을 시·공간적으로 공유하면서도 유기(Reprobation, 遺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인, 이스마엘, 에서' 같은 이들이 그 대표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구원의 사람들인 '아벨, 이삭, 야곱'과 시·공간을 공유했으면서도 구원에서 배제됐습니다. 그들은 모두 경건한 한 부모 아래 태어나서 복음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양분됐습니다.
예수님 당시, 그로부터 직접 복음을 들은 사람들 중에도, 유기(Reprobation, 遺棄)를 당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는 그들이 구원 택정을 받지 못하여 하나님이 그들의 눈과 귀를 멀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백성들의 마음이 완악하여져서 그 귀로는 둔하게 듣고 그 눈을 감았으니 이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 돌아와 나의 고침을 받을까 함이라 하였으니(행 28:27)". 가룟 유다(마 27:5)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교회 시대에 들어와서는 니골라(Nicola, 계2:6), 데마(Demas, 딤후 4:10)'등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구원의 사람들과 복음을 함께 공유했으면서도, 왕래가 불가한 '낙원과 음부'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멉니다(눅 16:26). 이처럼 하나님이 복음이 편만하여 누구든지 복음을 들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아도, 복음을 깨닫는 자가 있고 깨닫지 못하는 자가 있고, 그로 인해 당연히 '구원받을 자'와 '유기될 자'가 생겨납니다.
'공개된 비밀'이라는 복음의 별명 그대로, 복음 자체의 비밀성(고전 4:1, 엡 6:19, 골 1:26) 때문이기도 하고, 더 근원적으로는 하나님의 구원 작정에 근거합니다.
몰몬교도들(Mormons)이 그리스도가 오시기 전 복음을 듣지 못해 구원받지 못한 자들에 대해 시비를 거는 것은 복음에서 배제된 자만 구원에서 유기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복음의 홍수 속에 있는 자들까지도 유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데서 나온 것이고, 더 근원적으로는 구원이 '영원 전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님의 작정에 근거한다'는 것을 부정한 데서 나온 것입니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byterian@hanmail.net)
저·역서: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