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원로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기도하고 있다
(Photo : ) ▲김삼환 원로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안수기도하고 있다

 

 

담임목사직의 세습이 비성경적인가요?

[질문]

음지에서 고생하시고 생사를 걸고 선교하시는 이름 없는 훌륭한 목사님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대형교회 하나가 담임목사직 세습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니 가뜩이나 신망이 떨어진 기독교가 더더욱 그럴까 난감합니다. 그런데 지방의 소형교회에는 담임 목회자가 은퇴하시면 후임목사를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목사님의 아드님이 마침 목사라서 교회 측에서 교회를 맡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생겨도 교단법으로 막아버리면 교회가 힘들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대형과 소형교회로 나눠 법을 적용하면 형평성에 어긋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목회세습이 비성경적인가 하는 것이 제 질문입니다.

[답변]

성경이 침묵하고 있다면?

먼저 확실히 해둘 것은 성경은 이 주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은 오히려 대제사장직을 레위지파 중의 아론 가문의 아들이 세습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레8장, 민16:40, 18:1) 그러나 당시의 사정을 오늘날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레위 지파 중에 아론 가문을 따로 구별하여 세운 것은 신정국가를 지향하여 성소가 중앙에 하나뿐일 때에 적용되었던 규정입니다. 종교가 삶이고 삶이 종교였던 시대입니다. 하나님이 각 지파별로 기업을 완전히 나눴습니다. 레위 지파는 기업을 주지 않는 대신에 제사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백성들의 헌물로 생계를 유지하게 했습니다. 그 중에 아론가문은 직접 성소에 들어가 속죄제를 담당하는 직무를 맡았습니다.

따라서 대제사장직을 아론의 아들에게 세습을 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제사장직을 맡을 사람을 하나님이 따로 불러내어서 하나님이 맡기셨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에 적용하면 목회자는 반드시 하나님으로부터 구체적이고 확실한 소명(calling)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거기다 남북으로 왕국이 분열되고 우상숭배와 혼합종교로 타락하면서 지파별 기업의 승계는 물론 아론 가문의 대제사장직 승계도 차츰 유명무실해졌습니다. 북왕국의 멸망 이후로 각지로 유대인들이 흩어지기 시작하면서 유대교는 성전보다 회당중심으로 변화되었습니다. 회당장도 지파의 구별 없이 회당원들의 신망을 받는 장로가 맡았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는 이방인인 로마총독이 임의로 대제사장을 임명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이처럼 율법의 제사장직의 세습은 하나님이 임명했다는 뜻입니다. 신약성경에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담임목사직의 세습 가능 여부에 대해 신구약 성경 모두가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럼 성경이 침묵하고 있는 사안을 교회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과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성경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든 성경의 전체적인 뜻에 비추어 합당하고 판단되면 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 첫째입니다. 둘째 입장은 명시적으로 행하라고 규정된 것만 행하고 나머지는 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기록될 시기와 지금과는 상황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문화, 관습, 제도, 법률은 물론 사고방식이 합리적 객관적으로 많이 발전했습니다. 실제로 모세의 율법 중에 제사법과 정결법은 폐지되었고(히9:10) 도덕법 사회법도 그 정신만 이어받으면 됩니다. 따라서 성경에 명문 규정이 없는 사안은 성경전체가 일관되게 말하는 뜻에 따라 판단 결정 시행하면 됩니다. 상기 두 가지 중에 전자의 입장이 옳습니다.

세습여부보다 자격여부를 따져라.

담임목사직의 세습은 일단 후임목사의 청빙 결정에 관한 문제이고 또 그 이전에 교회가 목사를 어떤 사람으로 세우느냐에 관한 사안입니다. 성경은 목사의 자격에 관해선 딤전3:1-7, 딛1:5-9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목사를 선발 청빙 위임하는 절차는 그런 자격을 갖춘 자 중에서 교인들이 자신들이 존경하고 영적인 가르침에 순종할 수 있는 자를 택해서 교인들이(개별교회가) 세우면 된다고 말합니다.(행1:21-26, 6:1-7)

바울이 디모데를 후임 목사로 지명해서 교회를 맡긴 적이 있습니다만(행19:22, 살전3:1,2), 당시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제 막 교회가 설립되기 시작한 때라 영적지도자는 사도 혹은 사도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자가 맡아야만 했습니다. 그에 대해서 교인들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십자가 구원의 복음을 정확히 알고서 다른 이를 가르칠 수 있는 자들이 그들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아직은 개별 교회들이 하나의 조직공동체로 체계를 세우기 전이었습니다.

또 바울이 개척한 교회인지라 모두가 바울을 전적으로 신뢰했습니다. 디모데 또한 어려서부터 신앙이 좋고 구약성경에 능통한 자로 사람들의 신망을 받았습니다.(딤후1:5, 빌2:22) 나아가 바울은 디모데에게 계속 목회직을 수행하기보다는 후임 장로를 세우라고 명했습니다.(딛1:5) 전임 목사가 개인적 독단과 임의로 후임목사를 지명한 경우와는 전혀 다릅니다. 오늘날에는 신학교에서 목회자 훈련을 받은 자들 가운데 선발하기에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결국 후임목사 청빙 위임 절차에 대해 성경이 규정하는 바는 크게 셋입니다. 첫째로 성품과 학식과 영성에서 목사로서 충분히 자격이 되는 자를, 둘째로 교인들 대다수가 진심으로 존경 순종한다면, 셋째로 교회가 공정하고 투명하며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위임하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교회가 이 셋의 기준을 지키면 성경적인 목사 위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각 교회의 개별적인 사정은 별개로 치고 모든 교회가 최소한 이 셋의 조건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문제가 된 M 교회의 경우, 제가 자세히는 모르지만 첫째 조건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둘째와 셋째 조건은 완전히 위반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먼저 셋째 조건으로 따지자면 관련된 당사자들이 여러 번 교회 앞에 즉, 하나님 앞에서 약속한 말을 뒤집었습니다. 최종적으로 교단법을 완전히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적용했습니다. (이에 대해선 아래의 인터넷 기독신문에서 퍼온 칼럼을 참조하십시오.)

목회직을 세습하는 미국교회들

문제는 둘째 조건입니다. 그 교회의 다수 교인들이 세습을 인정하고 있으니 위반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교단이 금지한다는 것은 그 교단에 속한 교인들이 목회세습을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그 교회가 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한에는 교단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그 규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치려 시도하든지 교단을 탈퇴해야만 합니다. 독립교회를 따로 세우고 교회정관에 후임목사를 아들이라도 자격이 되면 선임할 수 있다는 규정 하나만 제정하면 만사가 해결됩니다.

미국에선 아들이 승계해도 교회 안팎으로 아무도 문제 삼지 않고 또 후임으로써 사역을 잘하고 있는 예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빌리그래함 선교회는 아들 프랭클린 목사가 맡고 있습니다. 엘에이 수정교회는 로버트슐러 목사 후임으로 아들과 딸이 맡아서 사역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는 엘에이의 미국 중견 교회의 예도 있습니다.

아들이 맡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 까닭은 상기 세 조건을 다 충족시켰기 때문입니다. 만약 개별교회의 정관이나 교단법에서 세습을 금지하는 명문규정이 있었다면 아예 그럴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 미국교회입니다. 미국민들은 대체로 공사의 구별이 엄격하고 준법정신이 철저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18세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은 큰 수치로 여깁니다. 아들 목회자가 아버지의 목회를 물려받을 생각도 아예 하지 않으며 물려준다고 해도 그대로 받을 사람도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이런 문화적 사회적인 배경 때문에 목회를 설령 세습해도 목회자로서 자격이 있고 개별교회가 인정한다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것입니다.

한국적인 특수 상황

한국은 미국과 상황이 판이하기에 위 셋 외에 하나 더 감안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교인들은 물론 국민정서가 세습을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유교적 문화와 관습의 전통이 너무 강해 부모 자식 간에 복종과 유착이 심합니다. 이미 세계 최대교회인 여의도의 S교회의 예에서 보았듯이 교회권력이 사유화 되고 부정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또 아들 목사 본인의 노력과 경험 부족으로 인한 미숙한 교회 운영이 염려됩니다. 목사의 아들로(pastor's kid) 자라온 배경이 - 성경에도 아들이 아비보다 나은 경우는 거의 없음 - 원만한 목회 운영에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버지 목사의 후광에 힘입어 손쉬운 목회를 함으로써 본인의 뼈를 깎는 노력과 성도들과의 개인적 교류가 결핍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국인들은 대체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고 공사간의 구별이 엄격하지 않아서 세습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성경을 정확히 몰라서 대부분의 신자들이 세습 자체를 성경이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도 교회는 교인들에게 성경을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끔 공정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아무리 따져 봐도 한국인 정서로는 세습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면 바울의 권면대로 따라야 합니다. "그러므로 만일 음식이 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나는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아니하여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고전8:13) 만일 목회세습이 형제를 실족하게 하면 교회는 영원히(혹은 미국처럼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여 자격이 되고 교인들이 존중하는 아들을 공정하게 청빙할 수 있는 단계가 되기까지는) 세습을 금지해야 합니다.

문제의 M교회의 경우로 돌아가 보면 세습을 받은 아들 목회자는 바울의 바로 이 권면을 어기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목자로써의 자격에도 하자가 발생합니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교회 안팎으로 기독교의 신망을 떨어트리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너무나 많은 교인들과 목회자들이 반대를 하고 성경을 모르는 불신자들도 손가락질을 한다면 본인 스스로 당장에 사임을 하든지 처음부터 세습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대신에 스스로 교회를 개척하면 됩니다. 그럼 세습을 찬성한 기존의 교인들이 정말로 그분을 존경하고 가르침을 좋아한다면 따라 나가면 됩니다. 교회를 옮기는 문제는 별개로 다뤄야할 주제이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영적 스승으로 삼겠다고 옮긴다면 비성경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은 각 개인의 영성이 바로 서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또 정말로 그만큼 영성이 뛰어나고 말씀의 권위가 있는 목자라면 스스로 모교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개척해도 금방 교인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이 간단하고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을 쫓지 않고 구태여 세상조직도 잘 행하지 않는 편법과 무리수를 동원해서 세습을 강행한 것은 무슨 뜻입니까? 아무리 따져 봐도 기존의 교회건물 재산 교인들을 그대로 손쉽게 차지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어떤 그럴싸한 영적 핑계를 대더라도 그 속내는 불신자라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니 더더욱 이 일을 강행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러나 질문자께서 제시한 예의 경우는 다릅니다. 교회가 도무지 후임 목사를 청빙할 형편이 안 되는데 아들 목사가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담임을 맡아주겠다면 누가 그분과 그 교회에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후임으로써 엄청난 고생을 하고 스스로 그 짐을 지겠다고 헌신했는데 말입니다.

그럼 아들이 후임이 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는 뜻입니다. 교단법이 세습을 금지해도 특별예외 사항으로 인정해줄 것이고 한국의 교인과 국민들은 정에 약해서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질문은 다시 강조하지만 상기에서 말한 1) 목사의 자격이 되느냐 2) 교인이 그분을 존경 순복하느냐, 3) 교회가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청빙하느냐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하루 속히 한국의 교회들도 각 교회의 헌법이나 정관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교회 직분자들은 물론 일반 교인들도 교회 일을 공사 간을 엄격히 구분하여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경도 자기주장을 뒷받침하는 목적으로만 동원 적용하지 말고 성경이 말하는바 그대로 정확히 가르쳐져야 합니다. 미국처럼 성숙된 시민의식과 공정 투명한 교회운영체계에선 아예 문제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이처럼 온 교계와 교인들이 얼굴을 붉히는 일은 하루 속히 없어져야 합니다.

[박진호 목사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