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숫자 '70'의 의미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숫자 '70'이 지니고 있는 의미는 그것의 기본수인 '7'에서 찾을 수 있다. '7'은 일반적으로 완전을 의미한다. 그것은 '7'의 어원적 의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메르어나 아카디아어에서 숫자 7은 '온전함' '전체'을 뜻하고, 우가릿어에서도 '완성' '완결'을 의미한다. 7은 완전을 의미하는 3과 4의 결합이기도 하다. 3은 삼위일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늘의 완전수이다. 반면 4는 땅의 완전수인데, 그것은 사방으로 땅 전체를 표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7은 하늘의 완전수와 땅의 완전수가 결합된 최종적인 완전수라 할 수 있다.

 

숫자 7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쉐바'는 명사뿐만 아니라 '저주하다' '맹세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로도 사용된다. 아브라함이 아비멜렉과 언약을 맺는 내용에서 '맹세'와 함께 '일곱'(암양 새끼 일곱)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이나, 그곳 우물의 이름을 '브엘세바'(브에르쉐바; '맹세의 우물' 혹은 '일곱의 우물')라고 한 것은 숫자 칠과 그 숫자가 지닌 의미를 긴밀하게 연관시킨 좋은 예이다(창 21:28-31). 숫자 7이 맹세나 저주와 깊이 관련된다는 것은 예레미야의 70년 예언 이해를 위해서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은 예레미야의 70년이 언약파기로 인한 저주의 완전한 숫자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2. 노역기간으로서의 70년(사 40:2)

이사야는 이스라엘이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오게 되는 것은 노역의 때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것은 곧 이스라엘의 죄악이 사함을 받은 것이라고 선언한다(사 40:2). 여기에서 '노역'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차바'는 전쟁을 위하여 강제로 동원된 병역기간을 의미한다. 표준새번역에서 이것이 '복역기간'으로 번역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바벨론 포로기간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부여한 복역의 때였다. 그것은 정해진 기한이 지나면 곧바로 원래 상태로 회복됨을 의미한다. 여기에서도 예레미야서에서와 같이 '끝나다'에 해당하는 동사로 '말레'를 사용하고 있다. 복역의 때가 끝났다는 것은 곧 복역의 기간이 채워졌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사야가 선포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회복은 별도의 조건이 따로 필요 없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에 근거하고 있다(사 40:1).

3. 이스라엘 회복 근거로서의 70년(슥 1:12; 7:5; 8:19)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은 이스라엘의 온전한 회복을 예언하고 있는 스가랴서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가랴서의 첫 번째 환상 속에서 여호와의 천사는 여호와께서 폐허화된 예루살렘과 유다 성읍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 이유는 그들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가 이미 70년이 지났기 때문이었다(슥 1:12). 그런 스가랴의 입장은 70년 동안 지켜온 다섯 차례의 금식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으로 이어진다(슥 7:5). 그에 대한 스가랴의 답변은 더 이상 금식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70년의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금식은 오히려 유다 족속에게 기쁨과 즐거움과 희락의 절기가 되었다는 것이 스가랴의 최종적 선언이다(슥 8:19).

4. 땅의 안식년으로서의 70년(대하 36:21)

역대기는 이스라엘의 바빌론에서의 70년 포로기간을 땅의 안식년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레미야가 예언한 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빌론의 포로로 끌려가 있는 동안 황폐되었던 본토의 땅은 오히려 안식을 누리는 기간이라는 것이다(대하 36:21). 이것은 하나님의 심판을 통하여 땅은 새로운 축복의 잠재력을 준비하는 기간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바빌론에서 보낸 포로기간은 외견상 절망의 시기로 보였겠지만, 실제로는 하나님께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시는 기회 곧 땅의 안식년인 셈이었다.

IV. 70년과 관련된 성경에서의 실제적 적용

1. 인간 수명으로서의 70년(시 90:10)

시편 90편은 인간의 한평생 수명을 70으로 보고 있다. 성경이 사람의 수명을 그렇게 본 근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세의 기도'라는 제목을 통해 이 시편의 저자는 모세임을 알 수 있다. 그가 인간 수명을 70으로 설정한 것은 이스라엘의 광야생활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출애굽 당시 전쟁에 출전할만한 장정들의 나이는 20세에서 40세였다. 이들은 모두가 광야방랑기간인 38년 안에 그들의 생애를 마쳤다. 그렇게 되면 출애굽 당시의 장정들은 대략 60세에서 80세를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모세는 사람의 일반적 수명을 70으로 보았고, 강건하면 80까지 살 수 있다고 한 것이다.

2. 한 왕의 연한으로서의 70년(사 23:15).

70년과 관련된 또 다른 성경의 언급은 한 왕의 연한이다. 여기에서 왕이란 개인 아니라 그 왕이 통치하는 전체 공동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곧 한 왕의 통치를 받는 한 국가 공동체의 운명이 70년으로 제한된다는 성경적 관점이다.

그와 같은 성경적 관점과 관련하여 주목할 내용이 있다. 그것은 20세기의 최대 사건이기도 한 공산주의의 발흥과 쇠퇴가 70년 주기와 관련된다는 점이다. 20세기는 소련의 공산주의혁명으로 시작되어 소련 공산주의의 해체로 마감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소련을 비롯하여 중국과 몽골의 공산주의 정권 모두가 70년 만에 종말을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들 세 나라는 모두 우리의 인접국이면서 우리나라의 분단역사와 긴밀하게 연관된 나라들이다.

1917년 11월 혁명으로 시작하여 소련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일당독재체제를 이루었던 소련 공산당은 1991년 소련 연방의 해체로 마감되었다. 소련연방의 해체 조짐은 1985년 고르바초프의 등장과 그가 추진한 개방/개혁(글라스노스트/페레스트로이카) 정책으로 이미 시작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1985년과 1991년 사이인 1987년 곧 소련공산당 시작으로부터 70년이 되는 해로 보는 것도 큰 무리가 없다.

중국 공산당이 창당된 것은 1921년의 일이지만, 그 원초적 시작은 1919년에 있었던 5.4운동이었다. 그로부터 70년이 되는 1989년 중국의 변화된 사회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던 중국 최대의 민주화 시위가 천안문에서 벌어졌다.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공산당을 제1당으로 삼고 있는 공산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으로 시장자유경제가 도입됨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국가가 되었다.

몽골은 청나라의 강희제 시절 내몽골과 외몽골로 분리가 되었었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멸망하자, 외몽골은 그 해 12월 1차 혁명을 일으켜 자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이 일어나자 1920년 중국의 국민당이 외몽골의 자치를 철폐시켰다. 그러자 외몽골에서는 그 해 몽골인민혁명당이 결성되었고, 1921년 2차 혁명으로 중국으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쟁취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몽골공산당은 1991년 소련이 해체된 후 1992년에 복수정당제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를 채택하여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폐기함과 동시에 시장경제정책을 도입하였다. 국호도 몽골인민공화국에서 민주공화국 체제의 몽골로 개명하였다. 몽골공산당 역시 1991년 소련의 연방붕괴와 함께 70년 만에 공산주의체제를 종식하였다.

3. 다니엘의 70이레 예언(단 9장)

예레미야의 70년은 다니엘에게도 중요한 주제였다. 다니엘과 관련된 예레미야의 70년은 새로운 미래를 위한 70이레 예언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다니엘은 예레미야의 70년 예언과 관련된 하나님의 말씀을 새롭게 깨우치고 난 뒤 자기 민족을 위하여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기도하였다. 다니엘은 기도의 응답으로 가브리엘을 통하여 하나님의 이스라엘 백성들과 거룩한 성을 위한 70이레의 계획을 전달받았다(단 9:24). 이레(week)는 7년을 표현하는 용어로서 70이레는 490년을 의미한다.

하나님께서 다니엘에게 알려주신 70이레의 비밀은 "허물이 그치고 죄가 끝나며 죄악이 용서되며 영원한 의가 드러나며 환상과 예언이 응하며 또 지극히 거룩한 이가 기름 부음을 받으리라"(단 9:24)인데, 그것은 예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십자가를 통한 구속사역을 완성하심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다니엘의 70이레는 다시 7이레와 62이레, 그리고 한 이레로 세분된다(단 9:25). 이것은 예수의 초림으로 시작된 다니엘의 70이레 예언이 예수께서 재림하시어 세상나라를 심판하시고 이 땅에 하나님나라(천년왕국)를 세우심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 7이레와 두 번째 62이레는 "예루살렘을 중건하라는 영이 날 때부터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곧 왕이 일어나기까지"(단 9:25)의 역사와 관련된다, 예루살렘의 중건 명령은 주전 445년 페르시아의 아닥사스다 왕이 그의 술 맡은 관원 느헤미야에게 예루살렘 재건을 명령함으로 이루어졌다(느 2:1-8). 70이레 가운데 첫 번째 7이레인 49년은 예루살렘 재건 명령이 내려진 주전 445년으로부터 구약의 마지막 선지자 말라기가 활동했던 주전 397년까지이다. 이 7이레 후 이스라엘에는 세례 요한의 등장까지 약 400년 동안 선지자가 나타나지 않은 중간사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가 다니엘 70이레의 두 번째 기간인 62이레(434년)이다. 이 기간의 마지막에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 곧 왕이 일어날 것"(단 9:25)이라는 다니엘의 예언이 정확하게 성취되었다.

그러나 62이레 이후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끊어져 없어질 것이요, 한 왕의 백성이 와서 그 성읍(예루살렘)과 성소를 무너뜨릴 것"(단 9:26)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받아 죽으실 것과 그 후 70년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 멸망하게 될 것을 예언한 것이다.

70이레 예언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한 이레 7년이다. 다니엘의 예언에 의하면, 한 왕(적그리스도)이 와서 이스라엘과 한 이레 동안 언약(평화조약)을 맺게 된다. 그 왕은 이스라엘과 언약을 맺으면서 그들에게 평화를 약속하고 성전재건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이레의 절반(3년 반)이 지난 뒤 그 왕은 성전에서 제사와 예물을 금지하고, 그 대신에 성전에 세운 자신의 우상숭배를 강요하게 된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에게 본격적인 환란이 시작되어 아마겟돈 전쟁으로 정점을 이루다가 마지막 예수의 재림으로 끝나게 된다. 요한계시록 6장부터 19장은 다니엘의 마지막 한 이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