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돼 올해 1월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그의 대통령 당선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변(異變)이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못되는 약 11개월의 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그런 이변들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보수적 성향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 그가 펼쳐온 정책들은 이변이 아니었다. 이미 어느 정도 기대했던 것이었을 뿐이다. 트럼프가 만들어 온 이변 아닌 이변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의 지난 11개월을 추적해 봤다.

1. 존슨 수정헌법 폐기 의사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존슨 수정헌법'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수정헌법은 린든 B. 존슨 전 미국 대통령(1963~1969)이 상원의원 시절인 1954년 발의해 제정된 것으로,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교회 등 비영리단체들의 정치 활동이나 정치적 발언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면세 혜택을 박탈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법에 대한 폐기 의사를 밝히면서 "종교의 자유는 신성한 권리다. 그러나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내 정부는 종교 자유의 수호를 위해 모든 힘을 다 기울이겠다"고 했었다.

이를 두고서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환영한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수호해 온 '정교분리'에 대한 도전이라며 반발했다. 물론 정교분리의 의미 자체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흔히 정교분리를 국가와 종교의 '상호 불간섭'으로 이해하지만, 미국의 역사를 고려하면, 이는 종교에 대한 국가의 억압을 막기 위한 것이지 종교, 그러니까 미국의 경우 교회가 아예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해 입을 닫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주장도 얻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종교의 자유'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존슨 수정헌법을 폐기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완화했다는 게 현지의 평가였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이 "종교적 신념을 가진 개인이나 사업체, 교회, 그리고 다른 기관들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연방정부가 가능한 최대한 법적으로 이를 허용하도록 보장하라"고 연방기관에 지시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2. 반(反)동성애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미국은 동성애에 매우 우호적이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15년 6월 26일 5대 4의 판결로 미 전역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기도 했다. 동성결혼식에 쓰일 케이크 제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는 뉴스는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우려하는 이들이 자주 언급할 만큼 유명한 일화 중 하나였다.

트럼프가 여기에 브레이크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취임 직후 백악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소개됐던 동성애자의 권리와 관련된 내용을 모두 지웠다. 이어 그의 행정부는 법무부와 교육부 명의로 전국 학교에 "성전환 학생의 화장실 이용에 대한 정부의 기존 지침을 폐기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여기서 '기존 지침'이란 지난해 5월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공립학교에서 성전환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게 남성·여성 화장실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콜로라도 주 당시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했다. 이것이 동성애와 관련해 중요한 이유는, 미국 법원이 성문법보다 관습법(common law)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런 법원의 판결이 미국 사회의 방향을 정하는 까닭이다. 그 동안 미국의 친(親) 동성애 정책도 주로 법원의 판결에 힘입은 바 컸다.

최근에는 그의 행정부가 동성애자 결혼식을 위한 케이크 제작을 거부한 기독교인 잭 필립스를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를 연방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난 8년 동안 매년 정부 지정으로 6월 지켜진 'LGBTQ 긍지의 달'을 올해에는 더 이상 지정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현지 동성애(LGBTQ) 운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그가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동성결혼 절대 반대' 입장의 사람들을 연방대법관, 부통령으로 임명한 것도 그가 반 LGBTQ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게 LGBTQ 단체들의 시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명령 종교의 자유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의 자유'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NBC뉴스 보도화면 캡쳐

3. 반(反)이민 행정명령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일주일이 지난 1월 27일 난민과 비자에 관한 정책을 강화하는 이른바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과격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입국을 막는 한편 핍박을 피해 온 기독교인 난민들에 대해서는 입국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 골자였다. 대상 국가는 이슬람 7개국, 즉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멘이었다.

이후 미국 안팎에서 찬반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를 지지한 자들은 트럼프 스스로가 밝힌 것처럼, 안전을 그 주된 이유로 들었다. 무슬림들을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다간 미국이 테러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염려였다. 그 가운데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행정명령의 대상국가로 지목된 7개국에서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일어나는 핍박도 이들로 하여금 트럼프의 결정을 더욱 지지하게 했다.  

반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있고, 무엇보다 '이민의 나라'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꼴이라는 비판도 거셌다. 미국 내 법원에서도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판결들이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전면 인정했다. 그 사이 이 행정명령의 내용도 일부 바뀌어, 당초 7개 대상국가들 중 이라크와 수단이 제외되고 북한과 차드, 베네수엘라가 새로 포함됐다.

4. "예루살람, 이스라엘 수도" 선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지난 1995년 미국 연방의회는 예루살렘 대사관에 관한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이전 대통령들은 '중동 평화'를 이유로 그 시행을 미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식화 하자 세계인들의 눈이 그와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과 전망이 나왔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그의 입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5. 방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언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1월 7~8일 1박2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25년 만에 이뤄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이었다.

그 하이라이트는 8일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었다. 그는 약 35분 동안의 연설에서 24분이나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 특히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고 기독교인들을 핍박하는 것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전쟁 전에 기독교의 근거지였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기독교인들과 다른 기타 종교인들 중 기도를 하거나 종교서적을 보유했다 적발되면 억류와 고문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처형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며 "북한은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한 미국대사관

이상 취임 후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행적을 돌아봤다. 미국의 한 시사 평론가는 그에 대해 "그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보인 행보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가치, 즉 기독교 정신에 따른 건국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는 말의 의미도 그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