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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으로 탈북하여 모란봉클럽 등 언론매체를 통해 북한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다 북한으로 재입북해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서의 삶과 언론 출연 등의 모든 것이 거짓과 조작이었다"고 말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임지현(본명 전혜성) 씨를 놓고 각종 설(說)이 난무하다.

일부는 그가 위장간첩이라고 하고, 혹은 중국에서 납치나 회유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등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는 과연 간첩이었을까?

먼저, 굳이 북한에서 탈북민으로 위장한 간첩을 남한으로 침투시킬 이유가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이미 대한민국 내부에는 북한과 비공식적으로 내통하는 공공연한 채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냉전 시대처럼 정보 습득이나 국가 반란 도모를 위해 탈북민들을 위장시켜 내려보낼 이유가 없다. 또 그들을 간첩으로 파견하는 일에는 사상전향이라는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면 각종 간첩설이 난무한 일부 탈북민들은 누구인가? 이는 먼저 북한 사회를 이해해야 그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겪으며 살아온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의 사망과 함께 찾아온 혹독한 '고난의 행군'이라는 시련을 겪었는데, 이때 대량 탈북이 처음 시작됐다. 김정은 시대를 맞이한 지금은 그 수가 실로 엄청나다.

현재 남한에 들어온 탈북민 수만 3만 1천여명, 중국에 있는 탈북민 수는 어림잡아도 15만명 이상은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공교롭게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단절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은 다시 경제적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런 북한의 시대적 상황을 틈타, '노동당보다 더 위력적인 장마당'이 북한 내부에 활성화됐고, 각종 외부 문화와 한류 문화가 판을 치게 된다. 김정은은 지금 무섭게 퍼져나가는 한류 문화와 외부정보 때문에 엄청난 위기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 확산의 주축이 바로 탈북민들인 것이다. 이에 북한 정권은 위기감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김정은 정권은 체제 불안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는 물론, 실향민들도 철저한 사람의 분단 속에서 북한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우선 소통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탈북민과 그 가족들은 다르다. 이들은 소통이 쉽고, 우선 경제적 지원도 북한 내부와 내통의 끈이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입북'당해' 북한 매체에 출연한 임지현 씨.
(Photo : ) ▲재입북'당해' 북한 매체에 출연한 임지현 씨.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설에 의하면, 김정은 자신도 이런 현실에 위기를 느끼고 노동당 간부들에게 "60만명의 한국 군대는 공화국에 두려운 존재가 아니지만, 수만명의 탈북자들은 조선노동당과 공화국에 위협적인 존재들"이라며 "이들을 협박·회유해서라도 잡아들여 군중 교양과 탈북을 막는 일에 가치있게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런 지시에 따라, 국가보위부 방탐부서는 당연히 대책을 강구했으리라 짐작된다. 북한은 지금까지 분단 상황 가운데 한국의 여론 조작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위부는 탈북 과정에 체포된 자들과, 한국 탈북민들과 내통하다 발각된 탈북자 가족을 협박해, 이들을 '간첩'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애초 이들은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첫째, 다시 재입북을 강요하여 지금처럼 북한 언론에 출연시켜 내부 사상교양과 국제적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둘째, 한국 정보기관에 노출돼 체포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쪽 여론을 이용하려는 고도의 전략일 것이다.

또 탈북민 간첩이 잡혔다는 여론몰이로 한국 사회와 탈북자 간의 불신을 조작하려는 전술적 목적에서이다. 솔직히 탈북자는 남한에 정착한 이후 평생 좋은 용어로는 '보호대상'이지만, 나쁜 용어로 '관리대상'이다.

신분이 노출된 탈북민이 간첩으로 활동할 궁극적 가치가 있을까? 간첩은 역사적으로 고도의 훈련과 숙련으로 철저히 포장된 자들을 말하긴 하나, 탈북민 간첩은 한결같이 멍청하다는게 더욱 의욕을 부풀리는 수수께끼다.

우리나라는 분단 72년을 통해 정치적 분단과 함께 철저하게 사람의 분단이 돼 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지금 김정은 정권에서는 대북방송 같은 대북심리전을 엄청나게 두려워하고 있다.

사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대북방송과 심리전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그때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던 대북방송이나 심리전을 왜 지금 이토록 두려워할까?

그 이유는 김일성·김정일 시대에 38선 일대에 복무했던 인민군대 구세대는 소위 남조선을 너무도 몰랐다. 하여 대북방송을 들어도 내용에 무지했기에 효과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소위 혁명 1세대는 세월과 함께 제대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지금은 새로운 청년들로 세대교체가 되었다. 문제는 이들이다.

이 청년세대들은 고향에서 이미 한국영화, 드라마, 음악을 들었거나 보아온 세대들이다. 이들은 북쪽에서 남조선에서 들려오는 확성기 소리에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북한은 이를 심히 두려워하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 체제는 내부사상 동요를 심히 두려워하고 있다. 이들은 체제 유지의 우선 과제를 내부결속에 두고, 각종 전략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정치·문화적으로, 특히 종교적으로 되어질 통일을 구상하고 전략과 전술을 모사할 때,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이 민족적 분단을 걷어내고 평화적·복음적 통일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강철호 목사(새터교회, 북기총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