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다의 특성상 회당은 기도처나 마을회관으로 사용되었을 것
2천년 동안 감춰졌던 요새, 마사다

◈마사다(Masada)와 회당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던 주거지 어느 곳에나,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반드시 있는 곳은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는 회당이다. 회당은 때로는 마을 회관과 같은 기능으로, 때로는 성경공부를 하는 곳으로, 그리고 때로는 기도하는 곳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법정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마사다라는 곳의 특성상 이곳의 회당의 주된 기능은 기도를 하거나, 마을 회관과 같은 기능이 훨씬 더 강했을 것이다.

마사다와 회당
마사다와 회당

로마군에 대항하여 싸우던 그 긴 전쟁이 끝나기 전 마지막 날 밤이었다. 시카리의 지도자였던 엘르아살이 모든 가장(家長)들을 이곳 회당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아주 유명한 연설을 했다. 최후가 다가온 날 저녁에 엘리에젤은 용맹스런 동료들과 모든 요새 안의 유대형제들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였다.

“형제들이여, 우리는 이미 오래 전에 진리되시고 정의로우신 인류의 주인이신 오직 한 분 하나님의 종으로만 살아가겠노라고, 그리고 절대로 로마인들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고 결의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킬 때가 되었습니다. 이제 날이 밝으면 로마군은 총공격을 해 올 겁니다. 형제들이여, 우리의 아내가 능욕을 당하기 전에, 우리 자식들이 노예가 되기 전에 죽음으로 자유를 선택합시다… 우리는 로마인들을 대항하여 들고 일어선 첫 번째의 사람들이었고, 우리는 지금 그들과 대항하여 싸우는 마지막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영예입니다. 우리에게 아직 힘이 있을 때에 용감하게 자유인으로 죽읍시다!”

하지만, 유대인들의 법에 자살은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르아살은 항아리를 깨뜨리고 깨뜨린 항아리의 파편에 가장들의 이름을 쓴다. 그리고 제비뽑기를 해서 순서대로 자기 가족들을 모두 죽인 후에 다시 회당으로 돌아오는 거다. 마지막 가장들만 남았을 때에, 열 명을 선택해서 다른 이들을 죽이고, 나머지는 서로 죽여주기로 했다. 마지막 한 사람만이 스스로 죽어야 했으니, 사실 그 한 사람이 960명의 모든 짐을 다 짊어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예로부터 전쟁에서 내가 남긴 물건은 적군의 보급품이 되는 법이다. 그래서 물은 쏟아 버리고, 먹을 것들은 태워버리고, 화살은 꺾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엘르아살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였다. 먹을 것을 그대로 두라고 한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싸울 것이 없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을 로마 군인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간곡한 연설에 일부는 동조하였으나 가족들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일부가 망설이자 재차 연설하게 된다.

“우리는 로마를 섬기지 않고 하나님 한 분만 섬겼소. 참되시고 의로우신 하나님의 은총으로 우리에게는 자유롭고 고귀하게 죽을 수 있게 되었소. 살아 노예가 되어 치욕을 당하는 것보다(중략) 우리의 자유를 위한 고귀한 선택을 하도록 합시다” “세상에서 자유를 추구하면서 영원한 자유를 꺼리는 것은 분명히 어리석은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결국 성경의 예언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졌다. 이들이 최후로 읽은 성경은 겔37:1-6,11,12,21절이다. 자신들은 죽지만 이스라엘은 회복될 것이고 고국 땅은 반드시 부활될 것을 확신하면서 죽어갔던 것이다. 이곳에서 발견된 사본들은 시81:85; 150: 레위기 일부, 겔37장 신 33장, 34장 등이다.

마사다는 시편 18편에 나오는 산성, 요새, 바위라는 히브리어 뜻을 가지고 있다. 마사다는 실패한 땅이 아니라 결국 하나님의 섭리가 발견되어지는 성공의 땅이 된다. 여호와는 지금도 산성이 되셔서 믿는 자를 지켜 주신다. 비굴하지 말자. 두려워하지 말자. 믿음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죽기까지 힘을 내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마사다

마사다는 1838년 사해 바닷가를 여행하던 두 미국인 학자 로빈슨(Robinson)과 스미스(Smith)가 우연히 바위산 위의 폐허 흔적을 망원경으로 멀리서 발견해 아름아름 알려지기 시작하다가 1963년 이스라엘 정부가 유대인 고고학자 야딘(Yadin)에게 발굴을 의뢰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사다는 1963년부터 1965년까지 이스라엘 고고학자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발굴되었다. 거의 2,000년 동안 이 요새가 사람의 손에 닿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이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험난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관광객의 트래핑을 위한 샛길이 나 있으며 따로 케이블카도 설치되어 있다. 헤롯 대왕의 두 개의 궁전과 빗물을 저장했던 거대한 수조, 로마식 목욕탕과 유대 반란군의 막사, 창고 등이 발굴되어 복원되어 있고 로마군이 요새를 둘러 쌓았던 성채와 그 외곽에 로마군 막사의 유적도 발굴되어 있다.

위에서 로마군이 겪었던 고생을 그대로 겪은 발굴단이기에 마사다 발굴 작업은 세계 고고학계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발굴 작업으로 손꼽힌다.

이스라엘 국방군 장관이었던 모세 다얀은 이곳의 고대 신화를 이스라엘 국방군의 상징으로 보고 신병훈련을 마사다에서 끝마치게 했다. 부대에서 이곳까지 명예스러운 행진을 하며 밤에 이곳을 올라 "다시는 마사다가 함락되게 하지 않는다!"는 맹세를 하는 의식을 한다. 유대인들의 결사항전 정신의 상징이 되어 이스라엘 군인들은 모두 훈련소에서 퇴소할 때 이 요새의 정상에서 "마사다는 다시 함락되지 않는다!"고 외치면서 전의를 다진다고 한다.

오늘날의 마사다
오늘날의 마사다

케이블카를 통한 관광도 가능하며, 근처 박물관에 있는 복원 모형은 매우 세밀하다. 심지어 요새의 수로 구조를 보여 주는 모형에는 실제로 옆에 물을 부어서 체험해 볼 수 있다. 대신 문 닫는 시간이 오후 4시로 운영시간이 매우 짧다.

마사다 요새는 지형 자체가 450미터에 가까운 고지대인데다가 남북 길이 650미터, 너비 300미터 평균 120미터인 평평한 마름모꼴 정상이라 사람이 거주하기 편안한 장소다. 사방이 절벽인데 올라가는 장소도 좁은 길 하나뿐이라 현대에서도 케이블카를 제외하곤 걸어 올라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다. 간혹 젊은이들은 걸어서 올라가기도 한다. 필자도 고대의 길을 따라 동쪽에서 한번, 그리고 서쪽 로마군 진지 능선을 따라 올라가 보기도 하였다. 동쪽으로 오르는 뱀 길은 꼬불꼬불 2시간 정도 올라야 한다. 보기에는 가깝지만 강렬한 태양 아래서 끊임없이 올라야 하는 고된 길이다.

플라비우스 요세푸스가 저술한 유대 전쟁사에선 마사다 항전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마사다에 대한 기록이 이것뿐이라 믿는 사람이 없었단 점이 특유의 지형과 더불어 늦게 발견하게 한 이유가 되었다. 심지어 요세푸스는 유대인을 배신하고 로마에 붙은 사람이었으니…

이스라엘의 국립공원으로서 사해 쪽아래에서 케이블카(84인승)를 타고 5분이면 정상으로 올라간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동쪽에 만들어진 거대한 물 저장고를 볼 수 있다. 고대에 물 저장하는 신기한 방법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출입문으로 올라가면 마사다 요새 전체를 볼 수 있다. 곳곳 마다 놓여있는 모형도를 보고 안내인이 설명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발걸음을 옮겨 채석장을 지나면 요새의 창고 지역이 나타난다. 거대한 요새의 병사들과 관리들을 먹이기 위한 식량창고와 무기 창고 등이 오늘날까지 잘 보존되어 있는 모습을 본다.

헤롯의 사우나탕은 전형적인 로마 스타일의 목욕문화를 보여준다. 이곳을 지나 북쪽 궁전으로 나아가면 발밑에 아스라이 보이는 로마군의 진지들과 방어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3층 궁전에서 북쪽으로 눈을 돌리면 잡힐 듯 다가오는 엔게디의 모습이 보이고, 북서쪽으로 마온 황무지, 십 광야, 유대 광야 등이 보인다.

이제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보자. 서쪽 저수지가 있고 회당이 있다. 최후의 연설이 있었던 곳이며 요새의 거주민이 안식일을 지키고 절기를 지키며 기도하던 곳이다. 회당 옆 부속건물을 따라 남쪽으로 가면 구멍 뚫린 집이 보이는데 비둘기집들이 있었던 곳이다. 연락용으로 키웠으리라 생각된다.

마다사 중간부에 가면 서쪽 구릉이 보이고 로마군 진지가 보이고, 돌 포대도 보인다. 로마군들이 쏘아올린 돌 포탄들을 지금도 이곳에서 혹은 아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비잔틴 문을 통과하여 로마군 진지를 향하여 내려가는 길도 있다. 서쪽 궁전은 천연 돌로 만들어진 2.000년된 모자이크를 볼 수 있고, 남쪽으로 계속 가면 거대한 저수지와 묘지, 비둘기집 등을 볼 수 있다. 마사다에서는 에스겔의 소망도 보고, 다윗도 만나고, 이스라엘과 함께하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