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
김영길 목사(감사한인교회)

미국 서부의 겨울은 앨러지 계절입니다. 저도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앨러지로 인하여 겨울철 한두 달 동안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릅니다. 앨러지를 일으키는 요인은 한둘이 아닙니다. 곰팡이에서 꽃가루에 이르기까지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저는 주로 꽃가루 때문에 고생합니다. 특히 배꽃처럼 하얀 꽃이 필 때가 되면 극에 달합니다.

앨러지가 오면 우선 재채기 때문에 점잖은 자리에 앉아있을 수가 없습니다. 눈 가장가리가 가려워서 비벼대니 눈꺼풀이 두꺼워지고 얼굴 피부도 거칠어집니다. 앨러지와 싸우느라 온몸은 지쳐 나른해지고 매사에 의욕이 떨어집니다. 신체 내부의 방어능력이 소진되어가니 마음도 뒤따라 약해지고,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정신적으로 우울함을 느끼게 됩니다.

매년 앨러지에 좋다는 새로운 약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작년에 잘 듣던 약이 올해에는 잘 듣지 않습니다. 그동안에 효험이 있었던 세 종류의 약을 번갈아가며 사용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앨러지도 영리하여 약의 효력을 피해 가는 것 같습니다. 앨러지를 치료하는 약은 예수님 오실 때까지(?) 계속하여 제약회사의 효자종목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 건강한 사람은 앨러지가 오더라도 그렇게 심한 괴롭힘을 당하지 않습니다. 앨러지를 이길만한 저항력이 몸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몸이 지치고 피곤한 상태에서 앨러지의 습격을 받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탈진한 몸으로는 도저히 앨러지의 공격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수면도 넉넉히 취하여 우리 몸이 기진맥진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앨러지와 싸우다가 문득 우리들의 신앙 세계에서 일어나는 영적 전투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들을 영적으로 주저앉히려는 영적 앨러지의 출처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앨러지처럼 영적인 전쟁도 우리들을 탈진하게 합니다. 해결방법은 단 한 가지입니다. 평소에 영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찬송하는 신앙생활은 마치 시냇가에 심겨진 나무가 철을 따라 잎이 무성하고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을 건강하게 해 줄 것입니다.

어제는 두세 차례, 깊은 잠을 잤습니다. 몸이 회복될 때마다 저는 깊은 잠을 잡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몸에 새로운 저항력을 불어넣어 주시는 은혜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다시 앨러지를 이기게 해주십니다. 때가 되면 앨러지 계절도 지나간다는 평범한 사실이 우리에게 큰 은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