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일이 있었습니다. 일하시는 하나님은 사람을 자신과 비슷한 일꾼으로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천지와 만물을 다 지으시고, 마지막에 아담을 만드셨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 아담은 흙으로 빚어져 하나님의 생기를 받아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담은 하나님께서 미리 창조하신 에덴동산으로 이끌려 갔습니다.
아담은 일하는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이브가 만들어지기 직전, 홀로 에덴으로 인도함을 받아 잠깐 동안 수행한 “일”(work)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구경하시는 가운데, 그는 에덴동산으로 인도함을 받아 다가오는 모든 동물에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총명하고 지혜로웠을 첫 번째 인간이 처음 감당한 일은 곧 하나님이 창조하신 많은 생물의 이름을 짓고, 구별하고, 앞으로 다스리게 될 동물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가축과 짐승과 새의 암수를 훌륭히 구별하였고 창조의 아름다움을 즐겼을 것입니다.
에덴동산의 아름다운 환경에서 일하는 아담이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 깊은 잠이 떨어진 것이 아닐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담이 혼자 일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앞으로 모든 짐승을 다스림이 적지 않을 터인데, 돕는 자(helper)를 사용하여 동역을 하고, 후손을 통하여 분업(分業) 하기를 원하였을 것입니다. 아담은 죽음 같은 잠에 빠집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아담의 옆구리 갈비뼈를 가지고 이브를 만듭니다.
황혼이 서서히 다가올 시간에 아담은 자신의 옆구리에서 나온 아내를 보고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창 2:23)이라고 경탄합니다. 일하는 존재로 창조함을 받은 아담은 일하는 것을 돕기 위하여 지음 받은 동역자 이브를 만나고, 하나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립니다. 이제 모든 것이 완성되었습니다. 인간의 부부가 탄생함으로 하나님의 일주일의 일이 끝난 것입니다. 사람은 이제 사명도 받았고, 사명을 감당할 조력자도 얻었습니다.
안식일이 도래하기 전에 아담이 한 일은 사람이 일을 위하여 존재함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태초에 일이 있었습니다. 일은 인간의 운명입니다. 창조함을 받은 인간에게 하나님은 먼저 일을 향한 소명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이브가 돕는 배필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존재의 필수적인 것입니다.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 한다”(요 5:17)는 말씀은 인간이 하나님과 예수님을 닮아 일해야 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초에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노동이 아니었습니다. 생소하지 않았던 일은 그러나 타락 후에 노동이 됩니다. 일의 소외(疎外, alienation), 일이 생소하고 낮 설어지는 그것은 타락 이후의 산물입니다. 일은 고역이 되기 시작합니다. 힘든 일은 스트레스를 주는 소외된 노동이 됩니다. 일의 대가가 자기에게 주어지지도 않는 노동은 결국 가시나무와 엉겅퀴 속의 일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스도만이 이러한 노동(labor)을 다시 의미있는 일(work)로 바꾸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