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의 햇살에

간밤의 눅눅한 꿈을,

젖은 어둠을 말린다.

바람에 실려오는 치자꽃 향기,
오늘도 내가 꽃처럼
자신을 얻어서
향기로운 하루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열매를 위하여
자신을 포기하는
꽃의 겸손 앞에

내가 새삼 부끄러워 창가에 선
한 여름 아침

ⓒ이해인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