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
김영길 목사(감사한인교회)

"한 없이 반복하나 결말이 없는 상태"를 두고 "다람쥐 쳇 바퀴 돌 듯 한다"고 합니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다람쥐가 끝도 없이 쳇 바퀴를 돌리는 모습을 연상하게 됩니다. 더구나 기계문명과 IT산업이 제공해주는 편리함 속에 묻혀 살면서, 우리는 서서히 비인격화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마치 남의 인생 쳐다보듯 하며 살아갑니다. 얼굴은 무표정하게 되고 목소리의 톤은 자동차 내비게이션(navigation)에서 나오는 음성처럼 점점 기계적이 되어 갑니다. 어느새 사람들이 기계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만일 다람쥐가 쳇 바퀴를 벗어나서 잠시 옆으로 비켜선다면 전혀 다른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달려도 바퀴의 속도를 극복할 수 없어 포기했다가 다시 도전하는 무료한 반복을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다람쥐가 두 발로 서서 먼 산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로움은 커다란 축복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기계적인 삶에서 벗어나 풍요로운 인격을 누리는 삶과 같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쳇 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첫째로,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십시오. 베푸신 은혜를 생각하고 감사드리며 찬송을 불러 보십시오. 오늘 나에게 주시는 말씀을 듣기 위해 성경을 펼쳐보십시오.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묵상해 보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얼마나 존귀한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둘째로, 가족들이나 이웃들과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어보십시오. 판에 박힌 대화가 아닌, 좀 더 차분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보십시오. 대화(對話)는 상대가 있는 이야기 입니다. 가슴을 열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해 주어야 합니다. 대화를 나누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몇 마디의 위로나 칭찬, 혹은 격려로도 얼마든지 대화의 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대화가 있는 삶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셋째로, 자연을 만나 보십시오. 요즘 저는 뒤뜰에 있는 오렌지 나무를 쳐다보면서 감격에 젖곤 합니다. 추운 겨울 짙은 초록색 잎사귀로 겹겹이 옷 입고 서있는 오렌지 나무에서 생명력이 발산됩니다. 그리고 잎사귀 사이로 탐스럽게 열려있는 샛노란 오렌지들은 아침마다 색다른 인삿말을 전해옵니다. 자연에 나타난 하나님의 색감(色感)은 항상 보아도 완전무결합니다. 만일 초록색 오렌지 나무에 다른 색깔의 열매가 맺혔다면 어딘가 어색했을 것입니다. 자연을 만나는 동안 우리의 삶은 긴장감과 피로감으로부터 자유하게 되고, 쫓기던 삶은 여유로운 삶으로 찬란하게 변색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쳇 바퀴를 벗어난 다람쥐처럼, 하나님의 은혜의 세계로 들어가 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