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영 박사.
 ▲조덕영 박사.

서해 남북 접경을 둘러보다 보면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탄식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남북 모두 같은 한반도 땅인데 산야의 모습이 어떻게 이렇게 너무나도 다르냐!"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4년 11월 최고 지도자가 평양의 중앙양묘장을 시찰한 이후, 지속적 삼림 복구 전투와 대대적 나무 심기 운동을 지시하고 있다. 김정은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겪는 동안 나라의 산림 자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삼림 황폐화의 심각성에 우려를 나타내곤 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이 그 원인의 전부일까? 

북한 산림 황폐화의 주범

그렇다! 북한 산림이 황폐화되었다. 그런데 그 근본 원인 제공자는 선량한 주민들이 아니다. 김일성-김정일 가계의 책임이 크다. 김일성종합대학 농학부에서 독립하여 북한 유일의 국립농업대학이었던 원산농대에서 객원교수(1984-5)를 지낸, 재일교포 이우홍(李佑泓) 씨를 통해 그 실태가 처음 알려졌다. 1970년대 초 공화국 공로메달까지 수상한 이 씨는, 북한 식량 증산을 위해 사재를 털어 원산농대에서 강의하며 특수 온실 제작에 헌신했던 인물이다.

이 씨는 북한 산림 황폐의 직접적 원인은 바로 무모한 다락밭 건설정책이었다고 했다(북한 4년 체험적 보고, 신기원사, 1989). 북한은 1970년대 경작지 확대를 위한 '자연 5대 개조사업'을 통해, 경사 15도 이상의 땅에 다락밭(계단밭)과 비탈밭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김 주석의 지시로 다락밭 조성을 위해 산의 수목들을 잘라내고 대식한(大食漢) 옥수수를 마구잡이로 심은 결과, 토양은 급격하게 황폐화되고 산림자원과 수자원은 고갈되면서 만성적 홍수와 가뭄 피해가 시작되었다. 이후 산림자원 고갈의 악순환과 식량난이 증폭되면서 산림은 더욱 황폐화되고, 전 산업의 도미노 파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는 농업에 관여하면서 "북한에서 생나무와 통나무조차 구경하기 힘들게 된 것은 바로 두 명의 천재적이고 위대한 지도자들 덕분"이라고 했다(이것은 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잘 알듯, 마치 미숙한 부대장이 무조건 자신이 스스로 토목학자, 원예학자, 인테리어 전문가, 건축학자 등의 노릇을 다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것이 매년 대풍작으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지상낙원이 된 지 오래라는 공화국의 본 모습이었다고 이우홍 씨는 증언하고 있다.

​미숙한 지도자가 <주체사상>, <주체농법>의 전문가 노릇을 한 결과, 산림 황폐화 뿐 아니라 민둥산 하천 범람으로 인한 논밭의 유실, 방수로 없는 주체사상댐으로 인한 수해, 토목공학을 무시한 공사 결과 항구에 배가 못 들어오는 남포 갑문,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체제, 근로 의욕을 뺏는 시스템, 결과에 대해 일상화된 속임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마침내 구조적 흉작에 이르게 된 것이 바로 수령님 교시만 따르는 <주체농법>의 본 모습이었다고 이 강사는 북한 산림 황폐화의 구조적 원인을 고발하고 있다.

북한 산림 황폐화의 오늘

북한은 최근 영국의 위기관리 전문기업 '메이플크로프트'가 발표한 '극단적인 산림 황폐화 9개국'에 포함됐다. 황폐화 9개국은 북한을 포함해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볼리비아 등이다. 이 가운데 북한은 산림 황폐화 지수 3위를 기록했다. 국립산림과학원(원장 남성현)이 1999년부터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 산림 황폐지를 분석해 온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통일에 대비해 1996년부터 인공위성 영상 분석으로 북한 전역의 산림 황폐지와 자원량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산림과학원에 의하면, 지난 약 10년 동안만 해도 평양 면적의 11배인 120만ha의 산림이 사라져 버렸다.

지역별 특징 및 기후대를 고려해 북한 4대 권역(남북접경, 중남부, 중북부, 북중접경)과 권역별 5개 시(혜산시, 평양시, 개성시, 안주시, 신의주시) 6개 군(고성군, 수안군, 북청군, 위원군, 삼수군, 무산군) 등 11개 지역을 대상으로 산림 황폐지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지역의 산림 황폐화율은 1999년 24.7%에서 현재 32.1%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북한 전역의 산림 황폐화율 32%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렴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1990년대 국제적 고립과 수 년간 이어진 자연재해로 인한 '고난의 행군' 시절, 식량 증산을 위해 무분별하게 산지를 개간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연료 부족 때문에 민가 뒷산의 쓸 만한 나무는 땔감용으로 사라졌으며, 외화벌이를 위한 벌목도 울창했던 북한 산림을 황폐화시키는 요인이었다. 1960년대 민둥산 투성이이던 대한민국의 산과 들이 푸르고 울창한 삼림으로 천지개벽한 것과 대비되지 않을 수 없다. 

성경과 산

성경은 산들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당연히 주의 힘으로 산을 세우셨으니(시 65:6) 모든 산이 하나님의 것(시 24:3 ; 36:6)이요 지극히 거룩하다. 그 거룩한 산에서 하나님께서는 찬송을 받으신다(시 48:1). 그 거룩한 산은 결코 인간이 마음대로 핵실험을 통해 오염시켜도 되는 산이 아니다. 산속 바람에 이는 풀잎의 군락조차 하나님께서 하셨으면 '성스러운 수풀'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죄악에 오래 침묵하고 참으신다(사 42:14). 하지만 하나님께서 진노하실 경우, 높은 산과 낮은 산이 다 황폐해지며 풀과 나무는 마르며 강과 연못은 말라 버린다(사 42: 15). 가나안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요, 세례 요한이 메뚜기와 석청을 먹고 살 만큼 울창한 산림 지역이었다. 복음이 사라진 가나안 땅은 황폐해졌다. 북한 주체왕조는 허구한 날 남탓만 하지 말고, 왜 아름답던 북녘 산하가 그렇게 황폐해져 버렸는지 성찰하고 산과 들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한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가 통치하신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산 넘는 발이 참으로 아름답다(사 52: 7).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던 아름다운 아침의 땅 아사달, 곧 북녘 평양에 그 날이 다시 오기를!

조덕영 박사는

환경화학공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신학자다. 한국창조과학회 대표간사 겸 창조지 편집인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여러 신학교에서 창조론을 강의하고 있는 창조론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창조신학연구소'(www.kictnet.net)는 창조론과 관련된 방대한 자료들로 구성돼 목회자 및 학자들에게 지식의 보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퍼온 것이다. '기독교와 과학' 등 20여 권의 역저서가 있으며, 다방면의 창조론 이슈들을 다루는 '창조론 오픈포럼'을 주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