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제가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 오면서 제일 많이 듣던 질문이 “동부와 서부 목회 차이가 무엇입니까?”였습니다. 저의 대답은 항상 “목회가 목회이죠”였습니다. 제가 속해 있던 교단이 총회로 모이면 서부에서 목회하시는 목사님들이 저같이 동부에서 목회하는 목사님들에게 “양반 목회하는 분들”이라고 반 농담조로 말씀하시는 것을 종종 들었습니다. 그 말은 서부 목회가 동부 목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마치 서부극에 나오는 총잡이들의 삭막한 현장임을 시사하는 듯했습니다. 이제 10년을 넘게 서부에서 목회한 사람으로 동부와 서부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의 대답은 여전히 “목회가 목회”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 동부와 서부의 차이가 있다면 바다입니다. 대서양과 태평양은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특별히 바다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동부에서 겪은 바다는 좀 무섭고 물이 차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서부에서 경험한 바다는 항상 석양에 차분하고 조용한 바다입니다. 바쁜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가정에서 만나는 어머니의 따뜻한 분위기랄까… 쉴 틈 없이 몰아쳤던 이글거리는 태양도 그 숨을 고르며, 시원함으로 두 뺨을 만져주는 연인의 손길 같기도 합니다. 동부 보스턴에서 만난 바다는 거친 바람과 함께 몰아치는 정열이었다면, 서부에서 만난 바다는 안식과 영글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회는 어쩌면 거친 파도 같은 동부 바다의 정열, 그리고 안식과 성숙의 열매를 보는 서부 바다의 만남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꿈과 비전을 향해 달리는 정열과 그리고 성숙하게 열매로 영글어가는 보람 있는 사역의 조화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건강한 목회라고 믿습니다. 동부 바다의 정열에는 사람이 다칠 수 있고, 서부 바다의 석양에는 사람이 쳐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합치면 조화가 이루어집니다.
한낮의 수고에 지쳐진 눈가에 해 떨어지는 붉은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짐은 영원한 석양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하나님이 미리 보여주시는 응답이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이 기울어지는 마지막 주일에 아쉬움도 있지만, 라구나 비치의 석양과 같이 절대 외롭지 않은 여유와 따뜻함으로 우리의 마음이 데워짐은 하나님의 붉은 위로가 넘치기 때문입니다. 낮의 소음도 집안으로 숨어버린 석양에 두 노부부가 손잡고 바닷가를 저만치에서 참 행복하게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