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의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151)
▲권혁승 교수 |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 6:10)
주기도문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를 직접 가르쳐 주신, 기도의 모범이다. 기도는 창조주이시자 우리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과의 대화이다. 그런 점에서 주기도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 주는 신앙고백서이기도 하다. 기도는 단순히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한 그대로 실천해야 바른 기도이다. 예수께서 실천이 없는 기도는 이방인의 중언부언하는 기도라고 경고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마 6:7).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 내용 중 하나가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이다. 그것은 우리가 드릴 기도 내용이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자녀로서 우리가 어떻게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 준다. 이 기도를 통하여 예수께서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신 중심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가 있다.
첫째로 하늘에서부터 땅으로의 방향성(方向性)이다. 우리의 기도는 땅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바른 기도는 하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기도는 나의 생각이나 계획을 하나님께 보고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는 오히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분별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는 기준과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사도 바울도 바른 신앙생활의 기본으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한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라"(롬 12:2)고 권면하였다.
둘째로 하늘과 땅의 상합성(相合性)이다. 하늘에서 시작된 하나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은, 신앙 안에 하늘과 땅의 만남이 함축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즉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삶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의 뜻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중 합창곡이 되어야 한다.
예수께서 탄생하셨던 때, 베들레헴 들판의 목자들에게 나타난 천사들은 하늘의 기쁜 소식을 이렇게 전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눅 2:14) 성탄의 참된 의미는 하나님의 영광이신 예수께서 땅의 기쁨이 되시기 위하여 친히 이 땅에 성육신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를 구주로 모시고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예수께서 주시는 삶의 참 기쁨과 행복으로 하늘의 영광을 선포해야 한다.
셋째로 하나님의 궁극성(窮極性)이다. 우리의 기도를 궁극적으로 이루어 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세심하게 들어 주실 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응답하여 주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기 위하여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는 분'이시다(시 121:4). 하나님은 우리들보다 앞서 기도의 응답을 준비하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부르기 전에 응답하시고 말을 마치기 전에 들으시는 분이시다(사 65:24). 우리의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미리 다 알고 계신 분이시다(마 6:32).
우리들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의 뜻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질 것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것은 소극적 차원의 수동적 기다림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우리의 삶을 맞추며 그 뜻을 실천하는 적극적 차원의 기다림이다. 막연한 것이 아니라 삶의 원동력이 되는 그런 기다림이다. 기다릴 있다는 것 자체가 기도의 우선적 응답일 수도 있다. 하나님을 신뢰하며 바라보는 것이 신앙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