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국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비교적 비행기를 자주 타는 편이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이 제게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제게는 언제나 모험입니다. 그리고 도전입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마음을 비웁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는 연습을 합니다. 또한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훈련을 합니다. 비행기에 내 몸을 맡길 때면 맡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해 봅니다. 또한 누구에게 나의 생애를 맡기는 것이 가장 안전한가를 생각해 봅니다. 비행기 안에 거하면서 예수님 안에 거하는 훈련을 하고, 비행기 기장에게 나의 생명을 맡기면서 나의 영원한 생명을 예수님께 맡기는 훈련을 합니다. 그래서 비행기 여행은 제게 영적 훈련의 시간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중에 제 마음 속에 왠지 모르는 따뜻한 사랑이 흘러 넘쳤습니다. 저는 무의식중에 며칠 전, 누군가로부터 받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오대원 목사님이 선물로 주신 책을 읽으면서 그 사랑이 오목사님 내외분을 통해 온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오목사님이 쓰신 작은 책은 그분의 조선사랑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두려움의 집에서 사랑의 집으로》는 하나님이 얼마나 조선을 사랑하시는지를 말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 속에는 오목사님이 전 생애를 바쳐 한국 민족을 사랑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저는 일찍부터 오대원 목사님을 존경해 왔습니다. 오목사님은 미국선교사로 한국 사람보다 우리 민족을 더 사랑해 오신 분입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익혀 한국말로 말씀을 전하시는 분입니다. 1989년 로고스교회를 개척한 후에 첫 번 부흥회 강사로 누구를 모실까 기도하는 중에 오대원 목사님을 초청했습니다. 오목사님은 기쁨으로 오셔서 몇 명되지 않는 로고스가족들을 섬겨 주셨습니다. 집회 마지막 시간에 저와 제 아내를 성도님들 가운데 무릎을 꿇게 하신 후에 온 성도님들과 더불어 축복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그 당시 로고스교회가 개척교회였기 때문에 사례도 잘 해드릴 수 없었습니다. 부흥집회 후에 작은 선물을 가지고 오목사님 내외분이 머물고 계신 숙소로 찾아뵈었습니다. 두 분께서는 제 앞에서 무릎을 꿇으시며 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32살의 청년 목사인 제게 기도를 받기 위해 두 분이 무릎을 꿇으셨습니다. 제 생애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두 분과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도 저희 교회에 오신 사모님은 제 아내의 손을 잡고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극구 사양하는 아내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으시고 기도를 받으셨습니다.
오목사님께서 점심을 나누는 중에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성서공회에서 생일 선물로 전해 준 큰 성경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국성서공회가 오목사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목사님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큰 성경이었습니다. 큰 성경을 받으신 후에 목사님은 하나님께 여쭈셨답니다. “왜 이토록 큰 성경을 주십니까? 나이가 들수록 큰 성경이 너무 무겁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크다. 그리고 너는 너무 작다. 하나님의 큰 말씀 앞에 너는 작은 종이다.” 목사님은 그 말씀을 하시면서 하나님의 말씀은 참으로 크고 능력이 있으며, 자신은 정말로 작은 종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고백 속에서 오목사님의 아름다운 인격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짧은 만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목사님 내외분은 이번에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두 분이 떠난 후에 제 가슴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충만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만남이 남기고 간 향기는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습니다. 두 분을 만나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그 동안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가 아닌 악취를 풍기며 살았던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이번 모국을 방문하는 중에 저를 만난 분들이 그리스도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큰 말씀을 전하는 작은 종이 되어 섬기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나의 성취가 아닌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신 십자가의 사랑을 전했으면 합니다. 부족하고 미천한 저를 늘 아껴주시는 성도님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에도 여러 교회를 방문하고 말씀을 전하게 됩니다. 또한 두 번에 걸쳐 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하게 됩니다. 중보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성도님들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