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담임목사
김성민 목사(남가주새소망교회)

벌써 추석이 되었다. 하지만 미국 LA에서 있으면 90도를 오가는 더위로 인하여 추석이 오는지 가는지 잘 모른다. 추석이라면 긴팔도 입고, 계절의 변화도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추석이 되면 어릴 때에 먹었던 송편 생각이 난다. 송편을 찔 때면 어머니께서 특별한 것을 늘 준비하시는 것을 보았다. 솔잎이다. 아침마다 남산에 산보를 가셨던 아버지께 부탁을 하신 모양이다. 금방 따오신 싱싱한(?) 솔잎을 냄비 밑에 깔고, 그 위에 금방 빚은 송편을 올려놓고 익혔던 기억이 난다. 얼마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송편을 식혀 가면서 입에 넣으면 그 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밤을 속에 넣은 송편보다는 깨와 설탕을 섞어 넣은 송편을 훨씬 더 좋아했다. 그래서 밤 넣은 것이 손에 안 잡히기를 바라면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추석이다.

그런데 미국에 이민 와서 송편을 만들어 먹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마도 마음과 생활이 모두 바빠서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인 마켓들이 생겨나면서 이맘때가 되면 송편 한판 정도는 늘 사서 먹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사서 먹는 송편은 내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그 이유를 찾았지만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 문제를 발견했다. 미국에서 사서 먹은 송편에는 솔잎의 향긋한 냄새가 배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솔잎을 깔고 만든 송편을 사서 먹는다고 어릴 때에 먹었던 그 맛이 그대로 재현될까?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릴 때에 먹었던 그 송편에는 아버지의 땀 흘린 노력이 배어 있었고,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으로 빗은 손맛이 첨가되었을 것이며, 맛있게 생긴 것을 서로 골라먹고자 했던 누나와의 사랑의 경쟁이 그 맛을 이루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석은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시간인가 보다. 어릴 때에 먹었던 송편 맛을 다시 보기 위해서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인생의 맛을 주셨다. 세상이 줄 수 없는 사랑이다. 그 사랑을 이렇게 설명해 주신다.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로마서 8장 37-39절) 바로 이 맛이 진짜 인생의 맛이다. 추석에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것과 같이 우리는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아무리 세상에서 찾아 보아도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의 맛과 같은 것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만 얻을 수 있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시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것이고, 주님 앞에 나아와 기도하며, 찬양하고, 예배하는 것 아닌가?

성도에게는 매 주가 추석과 같다. 예배하며 은혜 받고, 성도들과 나누는 식사의 교제가 바로 우리의 본향인 천국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늘 추석을 아쉬워하는 것과 같이 우리도 그러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감사하고, 성도들을 사랑하며 서로를 먹일 때에 행복한 믿음생활이 될 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