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신임 총장
김인수 목사(미주장신대 전 총장)

초기 한국교회는 교회 정식 회원이 되는 대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다. 예수를 믿고 세례를 받으려 해도 그렇게 쉽게 세례를 받을 수 없었다. 세례는 철저한 교육을 받은 후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태국(Thiland) 선교 역사를 보면 선교가 시작된 후 첫 세례 지원자가 나오기까지 장장 27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였다. 첫 세례 지원자는 나이 추네(Nai Chune)라는 기독교 학교 남자 교사였다. 그가 세례를 받겠다고 나섰을 때 선교사들의 감격과 기쁨은 그 무엇으로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냉큼 그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았다. 실로 한 세대 만에 나온 세례 지원자의 진심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교사들은 세례식을 미루며 그의 신앙 상태를 검증하기 시작했다. 제법 오랫동안 점검한 결과 그의 신앙의 확고함과 기독교 진리에 대한 명확성을 파악한고 난 후 감격의 첫 세례식을 거행했다.

한국교회는 태국과는 전혀 상황이 달랐다. 선교사 내한 이전에 벌써 수세자가 여럿 있었고, 성경이 번역되어 널리 반포되어 결신자가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언더우드가 북쪽으로 첫 여행을 갔을 때, 의주에서 100여명의 결신자들이 세례를 신청한 일도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한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사들의 복음 선교는 순풍에 돛 달고 밀려가는 배처럼 미끄럽게 앞으로 나갔다. 즉 세례 신청자들이 밀려 왔다는 말이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입교 동기는 달라도 교회는 그들을 아무런 검증 없이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일정한 조건과 훈련을 요구했다. 불신자가 교회생활을 시작하고 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간 동안 교리를 배우고 신앙생활의 기본을 가르치는 학습제도가 1894년부터 시작됐다. 입교인들이 학습교인이 되려면 적어도 6개월간 교회 출석하면서 교리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학습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물음에 답해야 했다.

-왜 당신은 그리스도인이 되려 하나요?
-용서받아야 할 당신의 죄악들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용서를 받았습니까? 용서를 받은 증거가 무엇인가요?
-누구를 통하여 용서를 받았나요?
-예수는 누구인가요?
-그는 어디서 나셨나요?
-그의 어머니는 누구인가요? 그의 아버지는 누구인가요?(답에 ‘하나님’이라 해야 함.)
-하나님과 당신과의 관계에서 예수는 누구인가요?
-예수님은 죄인이었나요?
-왜 그는 죄인으로 죽으셨나요?
-그는 완전히 죽으셨나요?
-그는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그는 다시 세상에 오시나요?
-언제 그리고 무엇 하러 오시나요?
-그리스도인들이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불신자들이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만일 당신이 오늘 저녁에 죽는다면 어디로 가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십계명과 주기도문을 외울 수 있나요?
-날마다 기도하시나요? 하루에 몇 번 기도하시나요?
-누구의 이름으로 기도하나요?
-모든 우상을 숭배하는 것을 포기하였나요?
-날마다 성경을 읽나요?
-얼마나 연속으로 읽나요?
-다른 이에게 예수 믿으라고 전도해 본 일이 있나요?

이상과 같은 질문들에 만족할 만큼 대답을 하면 학습교인으로 받고, 다시 6개월간 세례교육을 시켜 세례문답에 임하도록 했다. 세례 지원자는 먼저 다음이 요구됐다.

첫째, 누구든지 교인이 되려면 조상숭배를 해서는 안 된다. 교인은 오직 하나님만을 섬기고 어떤 경우에도 다른 신을 섬길 수 없다. 따라서 조상신을 섬기는 제사는 어떤 경우도 용납될 수 없다.

둘째, 안식일을 거룩히 지켜야 한다. 주일은 안식의 날이고 거룩한 날이므로 사람이나 짐승이나 모두 안식을 취해야 한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해서는 안 되고 엿새 동안 힘써 일하고 주일은 쉬어야 한다(그러나 긴급을 요하는 일은 할 수 있다.)

셋째, 부모를 공경하라. 살아 계신 부모에 대한 효도는 하나님의 명령이므로 살아생전에 부모 섬기기를 주께 하듯 해야 한다.

넷째, 불법적인 혼인 관계를 금하라. 하나님께서는 일남 일녀를 지으시고 부부로 삼으셨으니 서로를 버려서는 안 되고, 첩을 두거나 음란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먼저 자신의 가족에게 복음을 전하라. 모든 교리를 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므로 자기 가족을 설득하여 찬양하고 기도하며 일심으로 하나님을 의뢰하고 순종케 해야 한다.

여섯째, 생업에 근면하고 계명을 지키라. 하나님은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고 하셨다. 어느 누구도 일하지 않고 먹을 수 없다. 게으르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시기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정직하게 돈을 벌고, 힘을 다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라.

일곱째, 악한 범죄를 피하라. 성경은 술 취함과 노름을 금하고 있다. 이런 것에서 분쟁과 싸움, 살인과 상해가 나온다. 포도주, 아편을 만들거나, 먹거나, 팔지 말고, 도박 집을 개설하지 말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남을 타락시키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다음 세례문답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학습교인이 된 후에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기쁜가요? 왜 그런가요?
-주일을 성수하십니까?
-어떻게 성수하는지 말씀해 보세요.
-가정예배를 드리나요?
-당신은 술을 마시나요? 그리고 술을 집에 두고 있나요?
-당신은 당신 집에 일하는 일꾼들에게 술을 주나요?
-아내를 둘 두는 것이 옳은 일인가요?
-불신자와 결혼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요?
-죄를 갖고 천국에 들어갈 수 있나요?
-어떻게 당신은 천국에 들어갈 수 있나요?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 다른 길이 있나요?
-두려워해야 할 [악]영들이 있나요? 왜 없나요?
-교회에는 무슨 성례가 있나요?
-세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누가 이 예식을 집행하며, 누구의 이름으로 하나요?
-무엇으로 [세례] 집행하나요?
-세례는 구원에 필수적인가요?
-그러면 왜 당신은 세례를 받으려 하나요?
-성찬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빵은 무엇을 상징하나요? 포도주는 무엇을 상징하나요?
-누가 성례에 참예하나요?
-주의 성찬에 어떤 정신으로 참예해야 하나요?
-다른 이를 그리스도에게 인도한 일이 있나요?

위에 적은 물음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야 세례를 베풀고 교회의 정회원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초기 교회의 세례교인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늘 한국 교회는 어떤 교육과 표준으로 세례를 베풀고 있는지 자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