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김형태 한남대 총장

명도(明道) 선생은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使民各得輸其情 御吏曰 正己以格物(백성으로 하여금 각자 그들의 뜻을 펴게 하고, 관리의 도리는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 남을 교화해야 한다)"이라고 가르쳤다.

 

똑같이 대야에 물을 담아 왔지만, 예수님은 사랑의 표시로 제자의 발을 씻어주셨고, 빌라도는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며 자신의 손을 씻었다.

인간행동 방정식은 B=∱(P․E)로 표시된다. 행동은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소의 유기적 합성(合成)과 함수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유전적 요인은 부모에게서 받은 DNA이므로 이미 결정된 요인이다. 그렇다면 후천적으로 경험하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변수다.

환경요인은 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3요소로 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인간적 환경요인은 부모, 형제, 스승, 친구, 국가지도자 등 다양하다. 사람 중에는 가까이해야 할 사람도 있고, 멀리해야 할 사람도 있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나의 단점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두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가장 간사한 사람은 필요할 때만 이용해 먹는 사람이고, 가장 나쁜 친구는 잘못한 일에도 꾸짖지 않는 사람이다. 가장 해로운 친구는 무조건 칭찬만 해주는 사람이고, 가장 어리석은 이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사람이다. 가장 거만한 이는 스스로 잘났다고 설쳐대는 사람이고, 가장 가치 없는 이는 인간성이 없는 사람이다.

가장 큰 도둑은 무사안일하여 시간을 도둑질하고, 가장 나약한 사람은 약자 위에 군림한다. 가장 불쌍한 사람은 만족을 모른 채 욕심만 부리고, 가장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가장 불안한 사람은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는 이고, 가장 가난한 사람은 많이 갖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이다.

가장 게으른 사람은 일을 뒤로 미루고, 가장 무가치한 사람은 먹기 위해 산다. 가장 우둔한 사람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자만하고,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물러날 때를 모른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정신병 환자(인격 장애)이고, 가장 파렴치한 사기꾼은 아는 사람한테 사기 친다. 가장 추잡한 사람은 양심을 팔아먹고, 가장 큰 배신자는 마음을 훔친다. 가장 나쁜 사람은 나쁜 일인 줄 알면서도 계속 진행한다.

이 세상에는 내가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만남도 있고, 운명적으로 결정되는 만남도 있다.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 그러나 배우자나 친구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목회자나 스승은 선택할 수도 있고, 선택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이나 선출직 공무원(목민관/ 지휘관/ 기관장)은 선택할 수 있다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타인들과의 공동 선택에 의한다. 그래서 인간관계, 즉 만남은 복 받은 사람의 증거인 것이다.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를 보면, "목민의 벼슬에 있는 사람이란 다른 백성들을 굽어살펴야 하며, 어디서나 검소해야 하고 청렴해야 한다. 일상생활은 절도 있고 단정한 옷차림에 늘 노인을 공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흉년을 맞으면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어 길러주며 백성들의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 관속(官屬)들을 통솔하기 위해선 위엄과 믿음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그들의 잘못된 점은 타이르고 감싸주며 가르치고 깨우쳐주어 바로잡아야 한다"고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 등 투표로 선출하는 공직자도 있고, 그들이 임명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국·실장과 각종 공무원도 있다. 학자들은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를 강조하지만, 선택할 권한도 없는데 고약한 사람과 만나게 되면 절망, 실망, 낙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때문에 실망하는 국민이 없어야 하고, 국무총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국민이 없어야 하고, 국회의원과 장·차관 때문에 속상하고 억울한 국민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성경에는 지배자(ruler)가 아니라 인도자(leader/ helper/ mentor/ coach/ 公僕)를 강조하고, 그 대표를 섬김의 지도자(Servant Leader)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생 동안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는 없다. 때로는 멀리하고 싶은 사람과 살 수밖에 없다.

남편은 내가 선택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결정되는 시어머니나 시누이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 "투표용지를 손에 들고 있을 때까지는 내가 주인이지만, 일단 투표함에 넣은 뒤부터는 당선된 사람의 노예가 된다"는 말이 있다. 결국 '만남'은 하나님의 은총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복이란 것은 하늘에서 현금 뭉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적합한 시간에 적합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