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이한 한국교회에서 '바른 신앙의 회복' '백 투 더 바이블(Back to the Bible)' 등이 강조되면서, '복음의 정수(精髓)'가 담긴 로마서 주석 및 관련 도서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로마서는 '복음의 교과서이자 성경 본문 전체를 여는 열쇠'로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책 중 하나이며, 기독교 구원론과 성경 신학의 핵심이 담겨 있다.

로마서 강해 또는 주석은 올해에만 김도현 교수의 <나의 사랑하는 책 로마서>를 비롯, 톰 라이트의 <로마서>와 존 머리의 <로마서 주석>, 조나단 에드워즈의 <로마서 주석>, 프란시스 쉐퍼가 로마서 1-8장을 다룬 <복음의 진수> 등이 나왔다(이상 출간날짜 순). 이 외에도 칼 바르트와 이재철 목사 등의 로마서 주석 또는 강해가 출간을 앞두고 있다.

특히 로마서는 어거스틴을 비롯해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을 변화시켰으며,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과 존 웨슬리의 감리교 운동을 모두 촉발시켰다. 특히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는 1장 16-17절은 기독교 태동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가톨릭에 맞선 '프로테스탄트'를 태동시킨 책이 로마서이다. 로마서의 저자 바울이 그러했듯(딤후 4:13), 최근 나온 로마서 도서들을 손에 쥐고, '로마서의 계절' 가을을 넘어 다가오는 겨울 추위를 이겨내 보는 건 어떨까.

존 머리 로마서 주석
The Epistle to the Romans
존 머리 | 아바서원 | 772쪽 | 35,000원

20세기의 위대한 개혁주의 신학자로 꼽히는 존 머리 교수의 대표작인 <로마서 주석>은, 영어권에서 추천받는 로마서 주석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늘 포함된다. 올해 나온 로마서 주석들 중 가장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이 책에서, 존 머리는 간략한 서론을 전개한 후 각 장의 내용을 상세히 풀어낸다.

그는 서론에서 로마서의 저자가 '바울'인 점이 중요한 이유로 '9-11장'의 존재를 꼽으며, 바울이 '개종한 유대인'이었음을 지적한다. 누구보다 유대인의 정신을 잘 알고 있었던 바울은 육신을 따라 난 동족의 불신앙 속에 내재된 위험성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족의 구원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그러한 바울은 또한 이방인의 사도였고, 이미 존재하는 로마 교회의 성도에게 이 편지로 믿음을 든든히 세우려 했다.

존 머리는 1장 16-17절에 대해 "바울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를 계속 점진적으로 설명하는데, 이는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되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다'는 것은 단순히 인간에게 이해되도록 드러났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가 구원의 능력으로 밝히 드러났다는 말"이라고 해석한다.

'하나님의 의'는 우리를 칭의에 이르게 하시는 하나님의 의이고, 하나님의 공의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하나님 앞에서 효과가 있는 의다. 이는 인간의 불의나 인간의 의와도 대조되는 것으로, 이는 칭의의 효과와 완전함과 확고함을 요약해 준다. 존 머리는 이처럼 각 장에서 주제들을 제시하면서, 이를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로마서
Romans: the New Interpreter's Bible Volume X
톰 라이트 | 에클레시아북스 | 660쪽 | 35,000원

톰 라이트 교수의 <로마서>는 대표적인 '새 관점' 학자의 주해이기 때문에 관심을 끈다. 기대대로 톰 라이트는 1장 3-4절의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사 이스라엘의 메시야로 증명됐다'는 바울의 고백에 주목한다. 그는 이 내용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서는 좁게는 로마서, 넓게는 바울 신학을 철저하게 이해하기 어려움을 발견했다. 이는 다른 많은 학자들의 바울 해석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그는 로마서에 대해 "바울의 대표적 걸작으로, 언덕들과 마을들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알프스의 산봉우리와 같아서, 바울의 다른 편지들은 거기에 대면 난쟁이처럼 왜소해 보인다"고 평한다. 그러나 "이 산을 찾은 '구경꾼'들이 모두 동일한 관점 혹은 각도에서 이 산을 조망하지 않고, 등정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경로를 택하지 않으며, 최선의 등산 경로에 대한 의견도 빈번히 갈린다"는 말로, 자신과 다른 학자들의 주해가 상당 부분 같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는 '내가 어떻게 해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답변을 신약의 저자들과 예수 자신이 제시했다고 가정해 왔지만, 이러한 질문들은 1세기 유대인들의 마음을 차지하지 않았다"며 "예수와 그의 첫 제자들에게 분명했던 사실은, 창조주 하나님은 죄와 죽음의 문제가 해결될 영광스러운 구원을 진정으로 계획하셨고, 그 계획을 예수 안에서 완성하셨으며, 이 성취를 복음 안에서 성령을 통해 적용하고 계신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주제인 '하나님의 의(1:16-17)'를 유대교적 입장에서, 바울이 던진 기독교의 질문으로써, 로마서의 주제로써 각각 풀어내고 있다. 특히 1장 17절의 주제 진술을 "단순히 '칭의'에 관한 이야기로만 보지 않고, 하나님에 관한, 그리고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함과 정의에 관한 이야기로 이해한다면, 하나의 전체로서 로마서를 관통하는 사고의 흐름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로써 9-11장이 '주요한 절정으로 의도한 부분'임이 부각되며, 이는 존 머리와는 다른 방향이다.

(왼쪽부터) 존 머리 로마서 주석, 로마서(톰 라이트), 복음의 진수(프란시스 쉐퍼), 로마서 주석(조나단 에드워즈).
(왼쪽부터) 존 머리 로마서 주석, 로마서(톰 라이트), 복음의 진수(프란시스 쉐퍼), 로마서 주석(조나단 에드워즈).

프란시스 쉐퍼 복음의 진수

The Finished Work of Christ
프란시스 쉐퍼 | 생명의말씀사 | 344쪽 | 17,000원

개정판이 나온, 프란시스 쉐퍼 박사의 <복음의 진수(원제: 프란시스 쉐퍼의 로마서 강해)>는 '로마서 1-8장에 나타난 복음의 이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쉐퍼 박사는 프랑스의 종교개혁자들이 성경의 가르침으로 로마 가톨릭 교리에 맞섰던 12세기 성당 건물 인근에서 밤마다 학생들에게 로마서를 가르쳤고, 당대는 물론 바울 당시에 지성적으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로마서를 적용함으로써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자아냈다고 한다.

초창기 연구활동 산물인 이 책에서, 쉐퍼는 서론과 주제(1:1-17), 칭의(1:18-4:25), 성화(5:1-8:17), 영화(8:18-39)로 나눠 한 구절씩 해설하는 형식을 취한다. 쉐퍼는 책 전체 내용인 1-8장에 대해 "1장 16-17절 말씀에 대한 해설"이라고 할 정도로 이 두 구절을 중요시했다.

저자는 "오늘날 지성적인 세상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도 복음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되고,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며 "아울러 지성적인 면에서 복음을 가르치는 일에도 부끄러워해선 안 되는데, 복음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인간의 사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적인 진리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7절의 '믿음'에 대해선 "믿음의 의미는 이신칭의를 넘어선다"며 "즉 믿음으로 의롭게 된 후에도 우리는 의롭게 살아야 하는데, 이는 구원의 두 번째 측면인 성도의 성화를 말한다"고 했다.

로마서 주석
The Power of God
조나단 에드워즈 | 복있는사람 | 568쪽 | 25,000원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의 <로마서 주석>은 이정규 강도사의 '슬로우 리뷰'에서 전한 것처럼 에드워즈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그가 성경의 여백에 적은 글들과 작품 전집에 나오는 로마서 관련 내용 전부를 그러모아 묶어낸 책이다. 트리니티 복음주의신학교의 존 거스트너가 시작한 작업을 같은 학교의 데이비드 로비와 벤저민 웨스터호프 교수가 완성했고, 에드워즈 전문가인 더글러스 스위니 교수가 감수했다. 끝에는 에드워즈가 로마서를 본문으로 했던 설교 개요가 실려 있다. 직접 쓴 글이 아닌데도 한 절마다 주석이 상세하게 달려 있다.

1장 16-17절과 관련해 저자는 "여기서 '하나님의 의'는 단순히 죄인을 의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방법을 의미할 수 없고, 하나님께서 죄인들에게 제공하신 도덕적·법적 의를 의미한다"며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가 갖고 있으며 또 그들을 의롭게 만들거나 정당하게 만드는 의는 바울 사도가 인용하는 구약 본문(합 2:4)로 증명되고, 다음으로 여기에 18절의 '그들의 불의'처럼 정반대 사실이 대조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또 "평범한 믿음과 구원에 이르게 하는 믿음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잘못된 교리나, 이 두 믿음은 종교 교리에 대한 단순한 지성적 동의에 있다는 잘못된 교리들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며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구원에 이르게 하는 믿음은 특별히 구원의 조건으로 성경에서 충분히 강조되고, 따라서 우리는 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