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비전
(Photo : 기독일보) 예수비전선교회 비전트립 참가자들과 박문환 목사가 아가페선교훈련원에서 모임을 가졌다. 가운데 박문환 목사, 오른쪽 조성원 목사, 김귀아(나가노 대학 4), 이와사쿠 메구미(나가노 대학 4), 백유란(나가노 대학 4) , 왼쪽 앞에서부터 다카하시 지혜(충복대학교 주거환경학과 재학), 사카모토 사오리(간사이 대학 경제학과 졸업, 일본어 강사)

지난 8월말, 일본 나가노 대학 졸업생들과 일본인 한국유학생들이 LA에 있는 아가페사역자훈련원을 찾았다. 갓 대학을 졸업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들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예수비전선교회(JesusVisionMission, 대표 조성원 목사)의 비전트립(Vision Trip)을 위해서다.

선교사의 약 50퍼센트가 목회자 자녀로 구성된, 목회자 자녀를 돕기 위한 취지로 세워진 예수비전선교회는 한국 청주에 본부를 두고 지역교회가 선교와 지도자 양성을 위해 협력하는 초교파적 교회연합체다.

그런데 이들이 품은 비전은 심상치 않다. 단일민족으로는 세계최대 미전도국, 선교사들이 꺼리는 땅, '선교사의 무덤'이라는 관용구가 따라붙는 일본에 복음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저희가 학교로 들어가게 된 이유는 관계전도를 하기 위해서다. 공부를 하면서 일본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교회를 돕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배우는데 최선을 다했다. 선교사로 갔지만 동시에 학생으로 간 것이니 공부를 잘 못하면 친구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어렵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 친구들이 저에게 먼저 물어왔다. 너는 다른 친구들과 다른데, 뭐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사는지, 또 왜 이렇게 밝은지,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는지 물었을 때, '나는 크리스천인데...'라며 예수님을 만난 얘기를 해줬다. 때로는 친구들의 겉모습과 속내가 달라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상처받은 것으로 끝나면 안 되니 계속 기도하며 다가갔다. 결국 친구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를 다니게 됐다."이번 비전트립에 참여한 백유란 자매의 말이다.

조성원 목사
(Photo : 기독일보) 조성원 목사

이들의 이야기는 CTS에서 8.15 특집 '나가노의 기적'이란 제목으로 방송되었으며 일본NHK를 통해서 몇 번 방영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조성원 목사는, 예수비전선교회에서 파송한 유학생선교사들이 이뤄낸 '나가노의 기적'을 조용한 부흥운동이라 불렀다.

"혼슈 지방에 위치한 나가노현은 일본에 세워진 첫 번째 개신교 교회인 요코하마 해안교회(1871년 설립)에 이어 두 번째 교회가 세워진 곳으로 100여년전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 1861~1930, 일본 메이지·다이쇼시대 그리스도교의 대표적인 지도자로 무교회주의자)의 부흥 운동이 일어난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부흥사경회를 이끌며 학교를 세우며 활발히 활동했으나 지역주민의 반발로 그 운동들은 사장됐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가노에 유학생 선교사를 보내셔서 부흥운동이 일어났다. 보수적인 성향의 지역이라 유학생이 오는 것을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유학생의 90퍼센트가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유수한 대학원에 진학해 모범을 보이니 차츰 우호적이 됐다. 시의원들이 이 소문을 듣고 학교를 찾아오기도 했고 NHK뉴스에도 몇 번 등장했다."

예수비전선교회는 전문인 사역자로 팀을 구성해 일본교회에 파송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기도 하고 대학재학 중 휴학하고 일본에 가서 섬기고 돌아오거나 일본신학교에 진학해 일본교회 목회자가 되어 사역하는 경우도 있다. 후쿠오카, 구마모토, 고베, 동경, 나가노 등 일본 전역에 70여 명을 파송했고 현재는 40여명 정도가 일본에서 사역하고 있다.

이 단체가 파송한 유학생 선교사들은 한국의 미션스쿨과 일본교회의 젊은이 사역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일본대학에 진학해 학부 4년을 다니거나 박사과정까지 10년 간 일본교회를 섬기며 일본인 친구들을 전도한다. 일본의 나가노 대학, 오사카 산업대학, 구마모토에 있는 소조대학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나가노 대학에 유학생이 가서 사역한지는 올해로 6년이 됐다. 현재는 25명이 파송돼 공부하며 사역하고 있으며 졸업생들은 치바대학원 등 일본의 유수한 대학원에 진학했다.

조성원 목사는"자신의 전문직을 가진 차세대 크리스천 리더를 세우려한다.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에 능숙한 교수, 연구원을 배출해 이 사람들이 서로 네트워크 된다면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수비전선교회가 일본선교에 협력하게 된 것은 2004년 3월 후쿠오카복음선교센터(대표 구원준 선교사) 헌당식에 참석하면서부터다. 그해 여름 56명의 단기선교팀 파송을 시작한 이래 2006년부터 매해 중․장기 학생 및 전문인 선교사를 일본의 여러 지역교회에 파송했다.

"현재 일본에 있는 8천개의 교회 가운데 1천 개의 교회가 목회자가 없는 무목교회다. 일본에 신학교가 70여개가 있으며 그 중 문부성인가를 받은 학교는 30개 정도다. 일본 신학교들은 진학률이 낮아 목회자가 부족하다. 학생이 없어 신학교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교회가 한국에 학생을 보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일본에 약 150년 수많은 선교사가 들어와 재정 및 인적자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개신교와 가톨릭교인수를 모두 합쳐도 일본인구 1억 2천 7백만명의 1퍼센트도 안 된다. 2010년 일본크리스천신문 자료에 의하면 평균 예배인원수는 27명이며 교인 수 1000명이 넘는 교회가 3개, 400명이 넘는 교회가 20개다. 거기에 젊은이는 없고 노인들만 있다. 그분들이 돌아가시면 교회는 간판을 내리게 된다. "

"서구 선교사들은 다 철수했다. 선교사들이 들어와 학교, 병원을 많이 세웠다. 그때 세운 대학이 굉장히 많으나 일반대학화됐다. 일본에 선교사들이 3천 2~3백 명 정도 들어와 있다. 미국 선교사가 가장 많고 한국 선교사는 1천 3백명 정도다. 선교사가 들어와도 선교 후원이 끊기니 철수한다. 일본교회는 그것을 운영할 여력이 안 된다. 1억 3천의 인구 중 기독교인수가 1 퍼센트도 안 되는 일본은 세계최대의 단일 미전도 종족이다."

"일본 선교는 누가 할 것이냐, 한국교회 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관계가 깊다. 일본교회 지도자들이 한국교회에 와서 사죄한 경우 많다. '우리 조상이 지은 죄를 용서해달라'며 한국교회에 도움을 요청해 교류를 시작했다. 한국교회는 교단의 지교회를 세우는 형식으로 선교했다. 일본교회 입장에서 봤을 때 일본교회와 관계가 없게 느껴져 이런 생각차이로 인해 갈등이 빚어졌다. "

"CCC 선교사가 파송된 곳 중 유일하게 선교가 안 된 나라가 일본이다. 90년대에 구원준 선교사가 파송돼 와세다 대학에서 선교를 시작했고 예수비전선교회는 그와 협력해 일본선교와 일본교회의 자립을 돕고 있다. 이십년, 삼십년 후를 내다보며 선교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수비전
(Photo : 기독일보) 나가노 대학 졸업반인 김귀아, 이와사쿠 메구미, 백유란 자매

그는 이번 비전 트립에 참가한 유학생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수비전선교회가 나가노 대학을 방문해 나가노 대학 학장, 교수들과 교류회의를 하던 중 나가노 대학교수가 두 명의 유학생 선교사 김귀아, 백유란 자매에게 나가노 대학에 와서 좋았던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두 자매가 한국어와 일본어로 유창하고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니 다들 놀라워했다."

"김귀아 지매는 인생의 의미와 목표를 확실하게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다. 일본이 복지 시스템은 잘 되어 있지만 진정한 복지라는 것은 사람을 온전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데 그것은 부족한 거 같다고 말했다. 자신은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발견했고 따라서 기독교와 사회복지, 종교와 복지를 함께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미션스쿨이 아니기에 이런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데 한국 목사님들도 상당히 놀라고 일본교수들도 감동했다."

이들은 장학금 기부를 통해서도 복음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었다. 조 목사는 이것을 빈익빈 부익부를 '빈익부 부익빈'으로 바꾸는 상생의 구조라고 칭했다.

"백유란 자매는 나가노 대학 특대생으로 일본 로타리장학금을 받는다. 그는 매월 10만엔씩 지급되는 장학금을 예수비전 학사공동체에 기부해 공동체가 함께 쓸 수 있게 했다. 세상의 빈익빈 부익부를 믿음으로 빈익부 부익빈으로 바꾸는 것, 이것이 우리 공동체가 추구하는 정신이다. 장학금을 공유하다보니 학사의 생활비를 6년째 70만원으로 유지할 수 있었고 한 명도 낙오되지 않았다. 올랜도에 6천만 원 정도 보내 학사를 세웠는데 그중 2천만원은 선배가 후배를 위해 내어놓은 장학금이었다. 1기, 2기 선배들이 헌신한 그 정신이 계승돼 100만원 정도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유학생 선교사들이 일본에 가서 청년부를 부흥시켜 2부 예배가 생겼다. 일본은 크리스마스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다. 학사에서 크리스마스 기간에 일본 학생, 중국학생을 한 주간씩 초청했는데 2~3백 명씩 왔다. 그 자리를 통해 자연스레 복음을 전했다. 이제는 행사를 교회로 옮겨서 치른다. 그 행사에 참석한 친구들이 교회 분위기와 문화가 좋아 교회를 다시 찾아오니 일본 목사님들이 놀란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선교의 걸림돌이 산재한다. 와(和)문화와 토착종교, 조직문화가 그것이다.

"일본의 문화를 와 문화라고 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여 자기화한다. 일본에 선교사가 가서 일본화되어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또 일본은 애니미즘(정령숭배 사상,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 토테미즘(친족과 동물이 특정한 관계를 지닌다는 믿음)이 흔하다. 동네 마다 골목마다 조상신을 섬기는 신사가 있고 잡신을 많이 섬겨 영적으로 혼탁하다. 크리스천들이 가면 영적인 싸움이 일어난다."

"성령 충만하지 않으면 신앙이 변질되고 영향을 받게 된다. 나가노에는 선광사라는 불교의 총본산 같은 절이 있어 영향력을 미친다. 크리스천 중 약한 사람들은 악몽을 꾸거나 정신이 멍해진다. 일본인들은 조상신을 섬기다 보니 굉장히 조직적이며 공동체로부터 혼자 고립되는 것, 이탈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한다. 이런 문화 때문에 학교에서 신앙을 갖게 됐어도 집에 돌아와서는 예수 믿는다고 밝히기 어렵다. 그나마 교회라도 있어야 다닐 수 있을 텐데 교회를 찾기도 쉽지 않고 신앙을 독려해줄 친구를 찾기도 어렵다."

공동체문화로 인해 일본에서 관계전도가 아닌 노방전도 형식의 전도는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노방전도를 하면 심각한 반응들이 나온다.  위협하기도 하고 주먹으로 때리기도 한다. 전도편지나 간증집을 통해서 전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조 목사는 아가페사역자훈련원과 협력을 결심했다.

"일본청년들을 한국이나 미국으로 데려와 세계를 보여주고 오픈 마인드를 심어줘 일본인들에 의한 일본의 복음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교회, 미국교회의 도움이 필요한데 아가페사역자훈련원의 시스템과 취지가 좋아 협력관계를 맺게 됐다. 일본 선교의 비전이 있는 청년들을 아가페사역자훈련원에 데려와 훈련해 일본복음화에 헌신할 수 있는 전문인 사역자로 길러낼 것이다. 올해는 탐방을 위해 왔고 내년부터 같이 훈련받을 것이다."

한편, 아가페사역자훈련원을 통해 미국 내 일본선교에 뜻이 있는 이들과의 네트워크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청년들 가운데 일본 선교에 뜻이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의 창이 되어줄 것이다. 꼭 장기선교가 아니더라도 1~2년 중‧단기로 자기 달란트를 가지고 봉사할 수 있다. 단기선교를 다녀오면 해외인턴쉽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대부분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취득하기 때문에 외국계, 특히 일본계 기업에 취업이 잘 된다. 장기선교를 원하면 일본에서 신학교를 진학하거나 자기전공에 맞는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다."

이번 비전트립에 참가한 김귀아 자매는 일본선교를 가게 된 계기에 대해"처음부터 선교를 결심한 것은 아니다. 17살 때 하나님과 관계가 깊어지면서 하나님이 원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나님이 원하는 것은 목회자의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선배들을 통해서 예수비전선교회를 알게 됐다. 공동체를 체험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자연스레 일본에 대해 듣게 돼 일본선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일본어를 공부하고 나가노 대학으로 가게 됐다"고 말했다.

비전트립에 동행한, 예수비전선교회의 선교사가 전도한 이와사쿠 메구미는 그 선교사와 대학원도 함께 진학하게 됐다. 그는"졸업여행으로 미국에 여행을 가는데 같이 가자는 제안에 동행하게 됐다. 엘에이의 탁트인 풍광이 인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예수비전
(Photo : 기독일보) 다카하시 지혜와 사카모토 사오리

일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청주 충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에 진학해 다니고 있는 다카하시 지혜는 제일교포 출신 목회자 어머니를 둔, 목회자 자녀다. 그는 일본사람들은 기독교 지식이 전혀 없고, 교회에 대해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 개인주의적인 생활을 하다 한국에 들어와 접한 공동체생활이 새로웠다고 했다.

일본인 부모를 둔 사카모토 사오리는 간사이 대학을 졸업하고 고려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1년간 공부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을 3개월 앞두고 한국에 유학을 오게 된 그는"하나님의 계획이었는지 한국에 와서 공부하며 한국교회에 대해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변화를 나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조성원 목사는 "아가페사역자훈련원과 한일미국교회 청년들이 협력해 일본선교를 할 수 있는 훈련된 재원들이 많이 나와 세계선교전문일꾼으로 성장하길"바란다는 기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