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주일이면 이 교회 저 교회 옮겨 다니며 성가대 지휘를 하고 놀기 좋아하며 세상 편하게 살았다. 앞으로의 계획도 이전의 삶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남부럽지 않게 사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다.

91년 호주에서 WCC총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비행기 안에서 하나님은 김종환 목사가 가려던 길의 방향을 트셨다. 여독에 지쳐 비행기 안에서 얼핏 잠이 든 그를 주님께서 깨우셨다. 그리고 베드로에게 "내 양을 먹이라"하신 그 음성을 들려주셨다. 박사과정 입학허가서를 받아놓았던 그는 학교에 전화를 걸어 들어가지 않겠다고 통보하고 미련 없이 그 길을 내려놨다. 이어 바로 목회자의 길을 준비했다.

"비행기 안에서 견딜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감동을 경험했다. 자고 있는데 깨우시는 음성이 들렸다. 베드로에게 했던 '내 양을 먹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 것들이 제가 계획했던 길을 바꿔놓으셨다."

94년 1월 벤츄라감리교회 개척을 시작으로 2007년 나성한인감리교회를 거쳐 2010년 온마음교회를 개척하며 20년이 넘는 오랜 목회의 경험이 쌓였음에도 김종환 목사가 강조하는 것은 '목에 힘을 빼는 것'이다.

김종환 목사
(Photo : 기독일보) 김종환 목사는 어깨에 힘을 뺀, 교인들의 가족, 친구같은 목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교회가 수직적이기보다는 수평적인 교회가 되어야 교인들이 신앙의 기쁨과 행복을 훨씬 더 많이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직제가 없어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목회자 같지 않은 목회자가 되고 싶다. 영적 권위로 우뚝 선 목회자이고 싶진 않다. 삶을 함께 나누고, 신앙적인 부분과 말씀에 대해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였으면 좋겠다."

때문에 김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함께 영화도 보러 다니고, 박물관 견학도 하고, 어르신들과 일 년에 두 번씩 1박 2일 혹은 당일로 LA근교로 여행도 다닌다.

그의 이러한 방향성은 교인들을 향한 설교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는 누가복음 14장을 본문으로 설교하면서 "청함을 받은 자'란 '내가 선교를 이만큼 하니, 성경공부를 이만큼 하니 천국에 갈 거'라 여기며 정작 삶으로 말씀을 좇아 살진 않는 자"라 경고했다.

"지금 많은 교회가 그런 식으로 루터 시대 때 면죄부를 팔았듯, 면죄부를 남발하고 있을 수 있다. 그리스도를 모른 채 신앙생활의 형식만 갖춘 자들을 향해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말씀이다."

그러면서 그는 "생활 속에서 성경을 못 읽고 성경을 못 찾아도 괜찮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 그리스도를 믿고 사는가를 자문자답해보는 것이다. 성경의 말씀을 다 알진 못하더라도 복음에 순종하고, 그리스도의 종 된 자로 살려는 몸부림이 초대 교회, 박해시기에는 많았다. 안락해지면 그런 마음이 줄어든다"며 얼마나 말씀을 아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말씀대로 사는 것이라 경고했다.

말씀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성찰해봤다면 '아는 것'과 '따르는 것'이 천지차이임을 알 것이다. 혹자는 심지어 '사탄도 말씀을 안다(물론 전부는 아니다)'고 말한다. 삶과 신앙의 일치가 쉽지 않음을 그는 산상수훈을 예로 들어 강조했다.

"우리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익숙지 않아서, 손해 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아 산상수훈을 지키기 쉽지 않다. '겉옷을 달라는 데 속옷까지 줘라', '오른뺨을 때리는 자에게 왼뺨을 데라', '오 리를 가달라 하면 십 리까지 가줘라.' 이 말씀을 외우라 하면 쉽게 외운다. 그러나 그렇게 사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 바리새인이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교인들은 그렇게 살면 천국에 가는 줄 안다."

그는 교회가 말씀을 알려주는 것까지만 할 뿐, 말씀의 실천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교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겨버린다며 교회의 쇄신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따라서 그가 교인들에게 기대하는 바도 복잡하고 현학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예수님처럼 단순 무식하고 순진한 교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리새인들, 유대인의 눈에 비친 그리스도는 갈릴리 출신 목수아들로 단순하고 무식했다. 십자가에 자신을 매다는 이들에게 대항하지 않고 십자가를 달게 지셨다. 그리스도의 온유함을 닮은, 어깨에 힘주지 않는 교인으로 성장하길 기도한다."

김종환 목사
(Photo : 기독일보) 성악을 전공한 김미경 사모는 자작곡  "하늘길에서 부르는 노래", "너는 구하라"를 담은 성가앨범을 최근 발표했다. "하늘길에서 부르는 노래"는 남편보다 먼저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아내의 남편을 향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어깨에 힘주지 않아야 함'은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가정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자기를 영적지도자로 여긴다고 영적지도자가 되나? 아니다. 가족들이 인정을 해줘야 영적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영적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자녀는 안 되나? 신앙에 본이 되는 자가 영적지도자다."

가정폭력의 당사자들을 위해서도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시했다.

"결혼하기 전, 카운슬링을 4번 한다. 두 가지 경우 이혼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첫 번째는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다. 그러나 한번은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두 번째가 폭력이다. 가정 내 폭력은 일회적인 게 아니며 습관이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적 폭력도 마찬가지다. 폭력문제가 카운슬링으로도 고쳐지지 않으면 이혼해도 된다고 얘기한다. 가정 내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허용할 수 없다. 성서가 가르쳐준 온유와 거리가 멀다."

이외에도 마약, 알코올, 도박 등 중독 문제는 수치심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회가 이 문제에 더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치스러울 수 있지만 상처를 드러내야 치료가 가능하다. 교회 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부끄러워 심각한 상태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교회에 알리고 전문기관에 의뢰해 도움을 받으며 가정을 유지하는 데 낫다. 그러나 때로는 갈수록 상처가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가정을 지킬지, 말지에 대한 판단은 매우 어렵다. 당사자도 고통스럽지만 자녀들도 굉장히 고통스럽다. 사실 자녀는 표현을 못할 뿐이지 문제가 훨씬 장기간 지속된다. 성인이 되어서도, 결혼 후 부부관계를 이룬 후에도,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평생 그 아픔이 영향을 준다. 부모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는 건강한 교회의 기저에는 건강한 가정이 있어야 한다며, 가정의 와해가 개인의 심각한 고독을 부른다고 분석했다. 대가족제도가 유지되던 과거에는 그 개인을 돌보고 위로해 줄, 이혼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보호막과 완충장치 역할을 할 사람들이 있었으나 현대 핵가족제도 하에서 가정이 붕괴되면 혼자 남는다. 혼자로서의 고독은 마지막 길로 가게 한다.

폭력은 가정 뿐 아니라 국가간, 종교간 분쟁의 커다란 화두다. 그는 종교다원주의에 동의하진 않지만 이슬람국가들의 호전적 포교 활동에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종교다원주의 문제는 여호수아 시대에도 수 없이 겪었다. 예수님 시대도 그랬고 종교적 마찰은 끊임없이 시대를 막론하고 빚어졌다. 종교이기주의가 있고, 그것을 넘어 종교극단주의가 있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종교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게 아니라 그런 종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예수님은 다른 길은 없다고 하셨고 그 신념에 있어서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십자가 외에 다른 길은 없다. 그렇다고 다른 종교의 사원에 가서 대변을 본다거나 그런 일은 하면 안된다. 이슬람 선교활동에 대한 경각심은 가져야 하나 종교증오주의는 피해야 한다. 타종교를 증오하면 안된다. 뺨을 때리면 맞으라 하신 예수님 말씀처럼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말아야 한다."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한국인 중 크리스천을 가장 먼저 선택해 미국에 보내신 것을 '신의 한 수'라고 불렀다.

"대각성 운동 이후 미국 내 영적 흐름이 매우 약화됐다. 미국 안에는 굉장히 많은 이민자 교회가 있다. 여기에는 우리를 통해 새롭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전략, 꺼져가는 선교의 불씨를 이어받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의도가 있다."

* 온마음교회(김종환 목사)는 2010년에 설립됐으며 "가정 같은 교회, 가족 같은 교인"이란 표어 아래 많고 큰 것을 지양하는 대신 신앙으로 인한 참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며 "흩어져서 그리스도인처럼 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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