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
(Photo : ) 김영길 목사

젊은이와 노인의 차이점은 여러 면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무엇보다도 생기가 발랄합니다. 걸음걸이도 가볍습니다. 지칠 줄 모릅니다. 치료와 회복이 빠릅니다. 식사의 양이 엄청납니다. 호기심도 많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생각보다 덜 이기적이어서 다른 사람들 일에 자주 참견합니다. 믿을만한 지도자를 만나면 강렬한 응집력이 생기고 집단적인 행동을 합니다.

젊은이와 노인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둘 사이의 옷 입기가 다릅니다. 젊을수록 몸에 꼭 끼는 옷을 좋아합니다. 청년들의 양복 윗저고리도 단추가 하나만 달려있어서 가슴 근육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조금 들어 중년이 되면 푼푼한 옷을 즐겨 입습니다. 여성들도 펑퍼짐한 통치마를 즐겨 입습니다. 그러다가 60이 지나면 아예 몸에 끼는 옷은 멀리하게 됩니다. 어느새 너그러움이 좋은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너그러움은 옷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성품에서도 나타납니다.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겠다고 결심할 일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일들은 그냥 너그럽게 넘어갑니다. 꼭 귀찮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세월이 지나고 인생의 여러 가지 경험들을 종합해 보니까, 그렇게 하나 이렇게 하나 별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젊었을 때에는 생각이 기계적으로 돌아갑니다. 각자가 자기의 생각이 더 옳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종종 사소한 일에 다툼이 일어나고 마음에 생채기가 생깁니다. 심방을 나가면서 제 차의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면 불과 10미터 차이인데도 더 가까운 길로 가라고 엄중한(?) 음성으로 명령합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조금 먼 길로 가는 것이 훨씬 더 편리하기 때문에 자주 그 음성을 무시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인생을 사는 동안에도 아랫길로 가거나 윗길로 가거나 가는 사람의 생각과 느낌만 조금 다를 뿐, 결과는 대동소이(大同小異) 할 때가 있습니다.

조금 너그러우면 가는 길에 펼쳐지는 경치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습니다. 조금 너그러우면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고집 센 사람의 고집이 독특해 보이고, 우유부단한 사람의 나약함도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며, 조금 모자란 듯 살아가는 사람에게서도 놀라운 지혜를 발견하게 됩니다.진정한 "너그러움"은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로 믿고 그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은 사람만이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덕스러운 성품입니다. 나이가 들기 전에 이런 너그러움을 소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