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특정 단어의 "정의(definition)"가 교사 또는 부모와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 차이(gap)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모른다.
예를 들어, 필자는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거의 매번 "어렵다(hard)"란 단어의 정의가 일반적이지 않음을 느낀다. 학생들은 보통 "어렵다"라고 표현할 때 "It's hard"란 말을 사용한다. 학생들에게 그 뜻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Well, it's just hard"라고 반복한다.
필자는 이런 대화를 기회로 삼아 "hard"란 단어의 뜻이 "어렵다, difficult"인지, 아니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It takes a lot of time"인지 학생들에게 물어본다. 거의 모든 경우 후자라고 말한다. 즉, 학생들이 말하는 "어렵다"란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일이나 과제를 뜻한다. 다시 말해, "어렵다"란 것이 결코 "이해가 안 된다", "내가 소유한 지식과 능력으로는 이룰 수 없다" 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렵다"는 뜻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리하고 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들에게 자녀교육이 "어렵다"란 뜻이 "나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다"인지 아니면 "시간과 에너지와 열정이 많이 필요하기에 쉽지 않다"인지 정직히 생각해 보게 해야 한다.
자, 다시 학생의 경우로 돌아가 보자. MMO(다수가 동시가 접속하여 플레이하는 온라인게임)나 다른 컴퓨터 및 게이밍 기기를 사용하여 게임을 많이 하는 학생들은 "레벨(level)"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이런 레벨은 "난이도(difficulty)"에 따라 구별되고, 또 각 레벨의 "목표(objective)"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레벨이 높아지면서 "난이도"가 높아진다고 하는데,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게임의 레벨이 올라간다고 게임 자체가 어려워지지는 않는다. 그냥 목적을 이루는데 시간이 더 소모되고, 새로운 배경과 목적이 소개되고, 새로운 캐럭터를 만나게 된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공부와 흡사하다. 이전 레벨을 성공적으로 끝내서 얻은 "공적"과 "아이템"을 소유해야만 또 새 레벨을 정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절대 그 레벨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
교육계엔 "Game-ification"이란 말이 등장했는데, 쉽게 말해 공부를 "게임같이 만들어 주자"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일정의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스티커를 주고, 차트에 레벨을 올려주고, 랭킹과 타이틀도 주며, 공부할 내용도 "레벨"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선택하게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공부를 게임같이 인식하는 것이 초, 중학생에게는 통하지만, 고등학생에겐 시시할 뿐이란 점이다.
공부를 즐기는 학생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공부란 그 자체는 그리 재미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아무리 재미있게 접근하려 해도 거기엔 한계가 있다. 세상의 놀이문화와는 비교할 수 없이 재미없는 게 공부다. 결국, 공부를 잘 하는 학생, 충분한 지식과 기능(skill), 그리고 능력(ability)를 소유한 학생을 만들려면 지름길이 없음을 인정해야만 한다.
유명한 저자 스티븐 커비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칼을 갈고 기회를 기다려라." 그가 말한 "칼갈기"는 바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준비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배우고 성장하란 뜻을 포함하고 있다.
공부에 대해선 "재미가 없다", "선생님이 지루하다",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표현하는 아이들이 게임에 대해선 "최고의 프로가 되겠다", "게임 없이는 못산다" 또는 "게임 제작사 사장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런 학생들이 "어렵다"란 말을 사용해서 "하기 싫다", "다른 것을 하고 싶다"란 진심을 변명하도록 놓아 두어선 안되겠다. 공부가, 학교가 "어렵다"라고 변명하는 학생과 대화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해 보자. 그리고, 명쾌한 해결책을 알려주는 그런 부모, 그런 교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