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 목사.
(Photo : ) 김세환 목사.

요즘 아들 둘이 번갈아가며 운전을 배우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방법에서부터 교통 신호등과 이정표를 읽는 법, 그리고 도로주행에 이르기까지 방학 동안에 속성으로 운전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운전석에 앉을 때마다 옆 좌석에 앉아있는 저는, 저의 믿음이 엄청나게 성장함을 느낍니다. 모든 생명이 주님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순간순간 절감합니다. 운전석 옆의 조수석이 이렇게 피곤한 자리인 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 맞은 사람처럼 팔 다리가 저립니다. 아마도 옆의 손잡이를 꽉 쥐면서 용을 써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유독 큰 녀석이 운전하는 것을 즐깁니다. 불안할 때마다 "아들아! 아빠가 할까?" 물어보면, 큰 놈이 점잖게 타이르듯 제게 한 마디 합니다. "아빠, 10년 뒤에도 가족들이 차를 타면 아빠가 운전할거야?" 인정하기 싫어도 그때가 되면 분명히 60을 훌쩍 넘긴 저보다 젊은 아들 녀석들이 운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불안해 보여도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자기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누가복음 16장에 보면 주인의 돈 을 허랑방탕하게 관리하다가 정리해고를 당한 불의한 종이 등장합니다. 주인이 화가 나서 이 종에게 시간의 말미를 주고 하던 일을 마무리하라고 명령합니다. 해고를 당한 종이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제 이 자리에서 쫓겨나면 앞으로 무엇을 해 먹고 살까? 땅을 파며 노동을 하자니 늙어서 힘이 없고, 그렇다고 남에게 빌어먹자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이 종은 주인이 정리를 하도록 준 시간마저 악하게 사용합니다. 주인에게 물건을 빌려간 사람들을 불러 빌려간 물품의 수량을 절반으로 줄여 거짓 차용증서를 써주는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쫓겨난 후에 자신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남긴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주인의 태도입니다. 이 사악한 종을 향해 "참으로 지혜롭다"고 칭찬한 것입니다. 처벌을 해도 시원찮을 이 배은망덕한 종을 주인이 똑똑하다고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불의한 행동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나게 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그의 모습을 칭찬한 것입니다. 썩어져 갈 재물을 뇌물로 삼아 사람들을 산 것입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사람 낚는 어부"들로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 물질에 집착하고 사람을 놓쳐 버린다면, 이 불의한 재물로 사람을 산 사악한 종만도 못할 것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우리의 주님을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