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을 걷다
(Photo : ) 팔레스타인을 걷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서로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유대인 10대 소년 3명의 실종으로 촉발된 양측간 '피의 보복'은 이곳이 '성지(聖地)'임을 무색케 하고 있다. 앞선 지난 2월 이곳을 진천중앙교회 성지순례단은 폭탄테러라는 참극을 겪기도 했다. 실로 '사랑과 생명과 평화의 발상지'보다는 '인류의 화약고'가 어울린다.

<팔레스타인을 걷다>는 스테디셀러 <사귐의 기도(이상 IVP)>를 쓴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전한 설교들을 토대로 썼다.

저자는 "많고 많은 성지순례 안내 책자가 있음에도 설교를 책으로 묶어내는 이유는, 성경의 배경이 되는 지역에 대한 역사적·지리적 설명을 담은 책은 많았지만 이면을 보고 생각하게 하는 책은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이 글을 통해 성지순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도록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부제도 '성지에서 길어낸 생명과 평화의 묵상'이다.

최근의 분쟁 때문인지 아랍인들에 대한 이야기에 눈길이 간다. 저자는 텔아비브 공항 검색대에서 삼엄한 경비를 경험하고, 한 팔레스타인인이 던진 얼음 주머니를 맞기도 했다. 그리고 성경 속 하갈을 묵상하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가진 두 가지 오해를 지적한다.

첫째는 이스마엘이 모든 아랍인의 조상이라는 오해이다. '아랍인'은 특정 민족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아랍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스마엘이 무슬림의 조상이라고 반드시 말할 수 없다는 것. 특히 이곳의 분쟁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시작됐고, 당시만 해도 이곳 주민들 중 약 20%가 기독교인이었으나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둘째로 이스마엘과 그 후손이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는 오해이다. 성도들은 성경 속 이스마엘이 저주받은 자식이기 때문에 그들의 후손인 아랍인들도 저주받아 마땅하고, 그러므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언제나 이스라엘 편을 들어야 한다고 오해한다는 것. 저자는 "이스마엘은 비록 약속의 자녀는 아니었지만, 하나님께 복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하갈과 이스마엘이 당한 고통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똑 부러지지 않는 대응'을 놓고 "지금도 세상 사람의 집 혹은 팔레스타인 땅처럼 불의가 판치고 피눈물 흐르는 곳이 많지만, 하나님은 그 같은 실수와 악행과 눈물과 한숨을 엮어 결국 그분 뜻을 이루신다"며 "하나님은 보시는 하나님이요 들으시는 하나님으로, 때로는 모르시는 것 같고 무심한 것 같고 편애하시는 것 같지만 다 보고 듣고 계신다"고 전한다.

이외에도 책에는 단순히 '관광 코스'로서가 아닌 성지순례를 통한 여러 묵상과 함께, 이 시대의 '하갈(약한 자)'들을 향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들이 녹아 있다. 순례는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존재를 만나러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입니다."

저자는 "물론, 굳이 성지순례를 하지 않아도 이 책은 순례자의 마음을 알게 해줄 것"이라며 "우리 인생길 자체가 순례이므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