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기가 태어나 걸음마를 배우고, 말을 배우고, 옷 입기를 배우고, 대수와 기하를 배우고 어른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 18년 넘게 미국에서 지냈지만 영주권을 받지 못해 불법체류자가 됐다. 영주권을 신청할 때마다 거절됐다. 3년 반 동안 추방재판을 받았다. 작년 가을, 추방재판에서 판사가 물었다. "왜 영주권을 받길 원하는가?" "목사인데 선교가기 위해 영주권이 필요합니다." 그러자 판사는 "목사가 영주권이 필요하지. 당연히 줘야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1살 생일을 앞둔 아들이 있었다. 아들 생일보다 늦게 영주권이 나온다면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판사가 영주권을 앞당겨 줬다. 아들은 18년 만에 한국에 갔다왔고, 조원재 목사는 17년 반 만에 선교를 다녀올 수 있었다. 일평생 소원이던 선교의 꿈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97년 미국으로 온 조 목사는 사랑의 불꽃 잔치(Grace Tres Dias, GTD, 로마 가톨릭 쿠르지오 운동에서 유래했으나 이후 개신교 행사로 정착하며 가톨릭 색채를 제거했다. '하나님의 모두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의 체험이 강조된다.)를 통해 영적인 거듭남을 체험한 후 은혜한인교회 청년부에서 평신도 사역자로 섬기며 제자를 양육했다. 그런 그에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바로 '체류' 문제였다. 백방으로 방법을 찾아 다녔으나 뚜렷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께는 그를 향한 계획이 있었다. '목회'가 바로 답이었다.
하나님의은혜교회(God's Grace Church, ggc.la)는 작년 4월 7일에 설립된 이제 막 움을 틔우고 있는 교회다. 어른 75명, 어린이까지 포함하면 100이 채 안 된다. 어떤 교회인지 짐작이 가는가? 그러나 이 교회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그 짐작은 무색해진다.
이 교회의 담임목사인 조원재 목사와 이정호, 장영호 전도사를 만나 이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을 놓고 대화를 나눴다.
CD: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조 목사: 하나님의 은혜교회를 섬기고 있다. 목사가 된지는 10개월이 됐다. 교회 개척은 작년 4월 7일에 했다.
이 전도사: 예배진행을 맡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했다.
장 전도사: 행정을 맡고 있다. 부모님께서 모리타니아에서 선교를 하시며 경찰에도 몇 번 잡혀가셨다. 이슬람국가라 모리타니아인을 전도는 할 수 없고, 취업을 위해 모리타니아로 온 외국인들을 전도해 그들 본국에 신학교를 세워주셨다.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선교사로 파송되면서 그곳에서 5년을 보냈다. 그들이 던진 돌에 맞은 기억, 황사 먼지가 가득 일던 기억 등 그곳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아프리카를 떠나올 때는 좋았다. 그러나 제대하고 미국에 온 후 하나님께서 모리타니아를 향한 선교의 마음을 주셔서 매 순간 순간 훈련받으며 준비하고 있다.
CD: 목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14년 동안 은혜한인교회에서 평신도 사역을 했다. 이후 40일 금식기도를 할 때, 하나님께서 소명, 목회 비전, 전략, 교회 이름을 모두 주셨다. 신학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Grace Mission University에서 공부했다.
CD: 어떤 비전을 주셨는가?
조 목사: 선교하는 교회의 비전을 주셨다. 개교회적으로 선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합해서 주님의 지상명령을 이루어 가기 위해 현재 57개국에 256명의 선교사 파송한 선교단체 GMI(Grace Mission International)의 선교를 돕고 있다. 세계 선교를 마무리 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회 성장 보다는 선교에 비중을 둔다. 선교지를 넓히면 교회를 축복해주시고, 넓혀주실 것이라 믿는다.
CD: 개척 과정은?
조 목사: 저와 아내 둘이 개척을 시작했다. 전도사님이 첫 가정이었고, 동생이 두 번째 가정이었다. 하나님께서 개척교회를 후원하라는 영감을 주셔서, 개척과 동시에 다른 개척교회를 섬겼다. 현재 11곳의 선교를 후원하고 있고 작년 9월, 개척한 지 5개월 반 만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현재 교인 수는 어른만 75명, 어린이까지 합치면 100명이 안되지만 부목사님, 찬양팀, 예배부, 미디어부, 교육부, 선교부, EM사역자 모두 갖춰졌다.
CD: 어떤 사역을 하고 있나?
조 목사: 11곳 선교하고 있다. 파송선교사가 두 분 계시다. 교회 사역은 선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는 8월에는 뒤셀도르프에서 청소년 사랑의 불꽃 잔치를 열고, 11월에는 인도 선교를 갈 계획이다. 우리교회가 터키 선교를 하면 좋겠다는 김광신 목사의 조언으로, 3월에 10명이 터키 선교를 다녀왔다. 통계에 따르면, 터키에 크리스천은 5천 명이 있으나 이 중 거듭난 크리스천은 이 수치의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 터키는 선교를 금지하진 않지만 국민 99퍼센트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선교하기가 쉽지 않다. 이스라엘 선교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장 전도사: 터키에 처음 갔다. 이슬람 지역은 처음이었다. 이슬람 사원이 도처에 있고, 예배 시간이 되면 이를 알리는 아잔(Adhan) 소리 때문에 영적으로 힘들었다. 그곳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졌으니 열매를 맺을 것이다.
CD: 터키 선교에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나?
조 목사: 터키는 사랑의 불꽃을 통해서 선교한다. 자체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신학교를 통해 현지에서 목회하는 분들을 돕고 그분들과 동역하는 사역자에게 무상으로 신학교육을 제공해 그분들이 터키선교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CD: 교회 개척 1년 2개월 만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여러 선교지를 후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간증할 것이 있다면?
조 목사: 미국에 온지 18년이 넘었다. 영주권을 못 받아 불법체류자가 됐다. 영주권을 신청할 때 마다 거절됐다. 3년 반 동안 추방 재판을 받았다. 하나님께서 주의 종이 되면 영주권을 주겠다는 음성을 8년 전에 들려주셨다. 작년, 안수 받기 전 추방재판을 받았는데 거절됐다. 그러나 작년 11월 4일 추방재판에서 기적같이 영주권을 받았다. 선교가기 위해 영주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더니 판사가 흔쾌히 줬다. 1월이 되면 아들이 21살이 되 더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었는데 11월 4일로 앞당겨 줬다. 아들이 18년 만에 한국에 갔고, 나는 17년 반 만에 선교를 다녀왔다. 일평생 소원이 선교를 가는 것이었다.
개척한지 1년 2개월 밖에 안됐지만 교회에서 10명이 함께 선교를 갔다. 동영상으로 제작해 놓았다. 미디어 사역에 큰 비전이 있다. 미디어의 악영향도 있지만 복음을 전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하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원주민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전략도 구상 중이다. 촬영 전문가인, 우리 교회 첫 번째 구역장은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려 오셨다가 교인이 되셨다. 아무도 없고 기도밖에 할 수 없던 상황에서, 기도를 통해 한 명씩 각재각소에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졌다. 터키 선교를 간 것도 기적이었다. 불가능했던 모든 일이 복음을 듣고 하나님을 말씀을 믿으니 이루어졌다. 18년 전에 주신 선교의 비전을 지금 눈앞에 보여주고 계시다. 교회 개척과 함께 모든 것을 보여주고 계시다. 그러니 말할 때 마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은 비전과 목표가 세워지면 다 이루신다. 성령께서 다 하신다. 처음 우리교회는 창고 건물에서 시작했다. 2달 됐는데 하나님께서 건물을 위해 기도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12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던 9월에 교인이 30명에 불과해 계속 창고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총회를 갔는데 하나님이 목사님 이름을 알려주시면서 그 목사님을 찾아가라고 하셨다. 그분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좋은 장소가 있다며 전화번호를 주셨다. 창고건물을 3,000불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주차장, 잔디밭, 교육부 공간, 식당 등 모든 필요한 공간 갖춰진 건물을 모든 유틸리티를 포함해 3,500불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4월, 개척한 지 10개월이 됐을 때, 100명 미만 개척교회 목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작은 교회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워한다. 또, 첫 번째 구역장이 첫 번째 선교간 곳의 첫 번째 선교사가 되었다는 것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CD: 오늘날 크리스천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조 목사: 하나님과 친밀함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크리스천이 신앙생활은 하지만 하나님을 정말 아는가? 교회 마다 다 건강한가? 성도들의 삶이 모든 면에서 성경의 가르침과 일치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럴까?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하나님을 알고자 하고, 닮아가며,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기복신앙을 넘어 영혼 자체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오늘날 교인들을 보면서 내린 결론은 하나님과 교제의 친밀함이 없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대부분이 하나님을 믿으나 알지 못한다. 하나님을 알아 가고자 노력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경건생활이 중요하다. 그날 그날 마다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이 있어야 한다. 로고스(logos)가 레마(rhema, 로고스가 '기록된 객관적인 말씀'이라면, 레마는 '구체적 삶에 적용되고, 행동을 이끌어 내는 말씀'으로 '주관적 체험'에 방점이 놓인다)가 되어 내 삶 가운데 적용되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능력이 나에게 임해야 한다. 말씀과 기도로 다 되는 게 아니라, 레마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전도사: 조 목사님처럼 다른 목사님, 설교자들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말씀하신 것을 직접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가운데 믿음의 분량만큼 채워주신다는 것을 삶을 통해 몸소 보여주신 분이다. 예배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느낄 수 있다. 기름부음이 예배 가운데 항상 있다. 평신도 때도 항상 그러셨다. 하나님과 항상 친밀할 수 없더라도, 하나님과 친밀해지려 애쓰는 모습을 항상 보여주셨다. 평신도로 살수도 있었으나, 목사님께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통로의 역할을 해주셔서, 하나님을 만나고 사역을 담당하게 됐다.
CD: 바구니 작전(basket operation)을 통해 제자를 양육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작전은 무엇인가?
조 목사: 김광신 목사님이 만든,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제자양육 모형이다. 가정교회, 셀교회 단휘로 사람들을 제자화하고, 그들을 평신도 리더로 세워 동역하는 방식이다.
CD: 한 가족의 날 행사는 어떤 행사인가?
조 목사: 불신자를 초청해 아주 기본적인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다니라'고 권하기 보다는 교회 다니는 목적을 설명한다. 작년에 40명 정도 참석해서 6명이 교인이 됐다. 올해 10월에 이 행사를 다시 열 것이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으로부터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겠다고 약속하시는 장면을 담은 창세기 12장에는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그 나이 칠십오 세였더라"(창12:4)고 적혀있다. 시간을 훌쩍 건너 뛰어 창세기 21장에 이르면 "아브라함이 그 아들 이삭을 낳을 때에 백 세라"(창21:5)는 말씀이 나온다. 성경책 단 몇 장을 넘기면 건너뛸 수 있는 이 두 말씀 사이 시간의 격차는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간단히 건너뛸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아브라함이 하란을 떠나자마자 사라에게 잉태의 조짐이 있었다면? 혹, 몇 년 안에 후손이 태어났다면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공명이 그대로 간직될 수 있을까?
히브리서 기자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내가 너는 반드시 너를 복주고 복 주며 너를 번성케 하고 번성케 하리라 하셨으니...저가 이같이 오래 참아 약속을 받았으느니라"(히6:13-15)라고 말한다.
개척 1년 2개월 밖에 안 된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하고 선교지 11곳을 후원하고 모든 주요 사역팀을 구성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놀라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놀라운 일들은 이미 그 약속을 붙들고 '오래 참은' 그 시간 속에 이미 잉태되어 있었으며, 그 '오래 참음'이야말로 진정한 놀라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