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아닌, 기도로 움직이는 기적의 배' 선교선(船) 로고스호프가 지난달 29일 한국을 찾았다. 로고스호프는 울산을 시작으로 부산과 군산, 인천 등을 방문하며 오는 8월 19일까지 활발한 선교활동을 진행한다. 로고스호프의 이번 한국 방문 슬로건은 LOGOS(말씀·메시지), HOPE(희망), GLOBAL(글로벌), PARTNERSHIP(협력) 이다. 길이 130m에 폭 25m, 옥상까지 13층 건물 높이의 1만 2천톤급을 자랑하는 이 배는, 세월호 참사를 위로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입항해 '희망 메시지(Logos Hope)'를 곳곳에 전할 예정이다. 로고스호프의 '한국 상륙'을 맞아 출간된 관련 서적들을 소개한다.

항구에서 항구로, 희망을 나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

로고스호프 이야기

신사랑 외 | 새물결플러스 | 272쪽

'복음의 기동대'라는 뜻을 가진 오엠선교회(Operation Mobilisation)는, 지난 2009년부터 항해를 시작한 로고스호프 이전에도 로고스호와 둘로스호 등을 운영하며 세계를 누벼 왔다. 로고스호는 1975년과 1980년, 둘로스호는 1992년과 2007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배들은 무슬림과 내전 지역, 빈민 및 공산주의 국가들을 방문하며 사역해 왔다. 한국교회는 지난 2004년 이 두 척의 배를 대신할 로고스호프 매입에 적극 동참하기도 했다.

<로고스호프 이야기>는 이 배에서 섬기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젊은이들의 활동과 간증들을 담고 있다. 선교사 자녀로 신학교를 졸업하고 로고스호프에서 2년간 사역했던 신사랑 선교사를 비롯, 여러 청년들이 공동으로 책을 만드는 일에 참여했다. 로고스호프는 이전의 선박들보다 큰 규모로, 60개국 4백여명의 사역자들이 그 속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떠다니는 작은 유엔(지미 카터 전 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비행기라면 장거리 운항이 불가능한 데다 기장·부기장과 몇 명의 승무원으로도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지만, 망망대해에서 몇 달이고 머물 수 있는 배는 그렇지 않아서 다양한 직종의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하고, 서로 간의 호흡이 중요하게 된다. 로고스호프는 배인 동시에 서점이고, 그들이 사는 집인 동시에 교회인 것. 실제로 로고스호프에는 갑판, 엔진, 식당, 청소, 서점 등 5대 부서가 있다.

"모두 각자 다른 삶과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 다양함 가운데 한 분이신 우리의 아바 아버지 하나님만을 예배하고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참 감격스러웠다. 주일에 함께 모여 각자의 언어로 기도하는 멋진 광경을 보며, 종말에 모든 민족과 방언과 나라와 족속이 다 함께 모여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이 이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시 67:2-5)."

110개국 6천여명의 선교사들이 함께한 오엠선교회는 인도에서 선교 사역을 하던 중, 더 많은 기독교 서적을 공급하기 위해 선교선 사역을 고안하게 됐다고 한다. 효율적으로 책들을 운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배를 이용하다, 운반 도중 목적지가 너무 멀어 항로 중간 중간 인근 항구에 들러 휴식을 취했다. 이들은 정박지에서 자연스럽게 현지인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고 갖고 있던 책들을 나눠주거나 판매했고, 그 경험을 살려 본격적인 선교선 사역에 나선 것.

로고스호프가 지난달 29일 한국 울산에 도착, 환영받고 있는 모습.
로고스호프가 지난달 29일 한국 울산에 도착, 환영받고 있는 모습.

해군 출신의 저자는 로고스호프에 승선하자마자 'BST(Basic Safety Training)'라는 해상 안전훈련을 경험한다. 훈련은 선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재해와 사고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대처하기 위해 무려 3일간 계속되는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BST는 개인의 안전 뿐 아니라 새로 탑승한 선교사들을 어느 부서로 배치할지 결정하는 최종 과정이기도 하다. 선교사들은 순서대로 6m 높이의 배 4층에서 바다로 뛰어내렸고, 바다에서 오래 떠 있는 방법, 긴 소매와 긴 바지로 임시 튜브 만드는 방법, 단체로 물에 떠서 생존하는 방법, 각종 구명장비를 착용한 채 수영하는 방법 등을 익힌 후에야 구명정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서점에 배치됐다.

장시간 배에서 생활하며 여러 국가들을 다니는 일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변화무쌍한 바다가 세차게 요동칠 때면 아무리 적응을 완료했어도 또다시 배멀미가 시작되고, 나라마다 다른 화폐 단위 때문에 서점을 운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리비아에서는 비밀경찰이 배 곳곳에 잠복하면서 감시를 하기도 했고, 계속되는 공동체 생활은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극심한 실망과 아픔을 주고받는다.

로고스호프에 마련된 서점의 모습.
로고스호프에 마련된 서점의 모습.

비자 문제로 몇몇 선교사들이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아예 배 자체가 들어가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그런 가운데서도 로고스호프는 이름 그대로 라이베리아 어린이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면서 희망을 갖게 하고, '선교사'라는 이름으로 들어가기 힘든 나라들을 방문해 복음의 접촉점을 마련하고 있다.

"체형의 변화, 언어 때문에 겪는 좌절, 체력적 한계, 그리고 관계 싸움 등으로 사방이 꽉 막힌 것처럼 느껴질 때가 너무 많다. 이처럼 로고스호프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천사들이 승선하고 있는 파라다이스의 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선교사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용광로이자 훈련소이다." 선교사들은 승선 후 로고스호프에 대한 '환상의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광대한 수맥에 가라앉아 침체기를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진솔하게 드러내면서,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이렇게 로고스호프의 사람들은 모두가 약한 선교사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약함은 하나님을 더욱 붙잡는 기회가 된다. 여기서 우리가 의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 뿐이며, 우리의 공급자와 피난처 되시는 분도 하나님 뿐이라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는다. 나아가 그 절박함과 간절함 속에 우리는 하나님을 깊이 만난다. 그렇게 될 때 우리의 노동은 더 이상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 주를 향한 기도가 되고 예배가 된다. 그런 까닭에 우리 배는 날마다 무의미한 노동을 하는 노예선이 아니라, 배 구석구석에서 드러지는 예배로 가득한 배가 되는 것이다."

책에는 이외에도 저자를 비롯한 여러 선교사들이 두바이와 레바논 등 중동, 스리랑카와 인도 등 남아시아, 아프리카와 유럽 등에서 겪었던 일들이 기록돼 있다.

선교지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로고스호프.
선교지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로고스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