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에겐 유월절, 칠칠절, 장막절 등 절기가 민족공동체 유지의 관건이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 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세요".
설날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로, 차례(茶禮)를 지내고 웃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있다. 설날에 사당에 지내는 제사를 차례(茶禮)라 하고, 어른들을 찾아뵙는 일을 세배(歲拜)라 했다. 아이들이 입는 새 옷을 세장(歲粧)이라 하고 이날 대접하는 시절 음식을 세찬(歲饌)이라 하는데, 세찬으로는 주로 떡국을 먹었다. 설 차림상은 최북쪽 신위(神位)를 바라보고 설 때 앞줄부터 첫줄에 과일(대추, 밤, 감, 배, 사과, 감, 곶감)을 놓고 둘째 줄에 포, 나물종류와 간장, 침채, 해, 식혜를 놓고 셋째 줄에 촛불(양옆 두 개)과 육탕, 소탕, 어탕을 놓고 넷째 줄에 국수, 육적, 소적, 어적, 꿀과 떡을 놓고 다섯째 줄에 떡국, 술잔, 시접(수저)과 초접을 놓는다. 그리고 내쪽(남쪽) 끝 첫째 줄 앞에다 향로와 향합, 강진잔과 술병 및 퇴줏그릇을 놓고 그 앞에 모사그릇을 놓는다.
우리나라에서 설에 관한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 백제에서는 261년 설맞이 행사를 했으며, 신라에서는 651년 정월 초하룻날에 왕이 조원전에 나와 문무백관들의 새해 축하를 받았는데, 이 때부터 왕에게 새해를 축하하는 의례가 시작됐다고 쓰여 있다. 설날은 일제강점기 양력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강제적으로 쇠지 못하게 하였으나, 오랜 전통 때문에 별 효과가 없었다. 이러한 정책은 광복 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제도적으로 양력 설에 3일씩 공휴일로 삼았으나, 오히려 이중과세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자 1985년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정해 공휴일이 되었다가 사회적으로 귀향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설날로 정착돼 오늘에 이르렀다.
1895년(을미년) 음력 9월 9일 고종이 역법(曆法)을 개정하여 태양력을 사용하고 개국 504년 11월 17일을 개국 505년 1월 1일로 삼으라는 조칙을 내림으로써 우리 역사에서 최초로 양력사용이 공식화되었다. 이 때부터 1월 1일을 설로 삼고자 하는 관(官)과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에 입각해 음력 1월 1일을 설로 삼고자 하는 민중들(民) 사이 대립이 시작되었다.
설날의 놀이로는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등이 있다. 설날 이른 아침에는 조리를 사서 벽에 걸어두는데, 이것을 복(福)을 담는 '복조리'라고 한다. 섣달 그믐날 밤에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 하여 밤을 새우는데, 이를 수세(守歲)라고 한다.
설날 민속놀이를 소개한다. ①말끈은 학교 운동장에 판을 그려놓고 돌을 번갈아 가면서 놓아 세 개가 먼저 일직선이 되면 이기는 게임이다. ②제기차기는 제기를 발로 차면서 노는 놀이로,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오래 차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③널뛰기는 여성들의 놀이로 한 사람이 널에서 뛰었다가 내려오면 상대방이 뛰는 등 서로 번갈아가며 한다. ④연날리기는 주로 청소년들이 설날에서 대보름 사이에 많이 하며 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세뱃돈을 주는 풍속은 중국에서 유래되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부모가 결혼하지 않은 자식들에게 붉은색 봉투에 약간의 돈을 넣어서 주었다. 그런 풍습이 우리나라와 일본 및 베트남까지 퍼진 것이다. 해마다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씩 더 먹는다. ⑤팽이치기 놀이는 주로 겨울철에 아이들이 얼음판 위에서 즐기는 놀이인데 지역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르다. 뺑이, 삥딩(경남), 뺑돌이(전남), 도래기(제주) 등이 있고 그 외에도 팽이, 팽돌이, 빼리, 뺑생이, 봉애, 포애, 세리 등으로도 불린다. 팽이는 약간 마른 소나무로 지름 6-10cm짜리를 골라 낫으로 밑둥을 깎아 톱으로 자르고 방앗간 주변에 가서 쇠구슬을 주워 뾰족한 부위에 박으면 완성되며 대나무 길이 60-80cm되는 끝부분에 헌 옷감 찢은 천 조각을 길게 묶으면 팽이채가 완성된다.
설 때 먹는 음식 한 그릇의 열량을 보면 아래와 같다. 떡국(463㎉), 만둣국(480㎉), 쇠고기무국(266㎉), 소 갈비찜(531㎉), 불고기(471㎉), 닭찜(245㎉), 꼬치전(582㎉), 동태전(247㎉), 산적(653㎉), 잡채(191㎉), 삼색나물(397㎉), 도라지나물(197㎉), 식혜(250㎉), 배(51㎉), 사과(57㎉) 등이다.
미국인에게 추수감사절이 가족 연합의 날이듯 우리 명절도 '가족 재상봉의 날'이어야 한다. 산해진미가 있어도 식구들이 만나지 못하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되고 만다. 결국 사람이 모이고 만나고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신앙이요 명절이다. 이것이 고속도로가 초만원을 이루어 7-8시간 운전을 하면서도 가고 오고 하는 까닭이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