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막 시작하고 고 옥한흠 목사와 같은 노회에 있으면서 자주 교제하였다. 그때 그의 교회는 지금의 사랑의교회가 아니라 강남은평교회란 이름으로 작은 상가 이층에서 목회를 하였는데 얼마후 그는 노회장이 되고 나도 임원중에 하나가 되어 많은 일을 같이 한 적이 있다. 그때의 일이다. 노회에 서울대학과 총신대원을 졸업해 막 개척해서 청운의 꿈을 품고 목회를 시작한 젊은 목사가 그만 암에 걸려 병상에 누워 오늘 내일 하는 가운데 노회원들이 심방을 하였다. 간절한 마음으로 찬송과 기도한후 고 옥 목사가 시편 94:17-19절을 가지고 설교한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여호와께서 내게 도움이 되지 아니하셨더면 내 혼이 벌써 적막 중에 처하였으리로다 여호와여 나의 발이 미끄러진다 말할 때에 주의 인자하심이 나를 붙드셨사오며 내 속에 생각이 많을 때에 주의 위안이 내 영혼을 즐겁게 하시나이다" 병자는 얼마나 간절하게 말씀을 받는지 아멘 아멘을 연호하며 하나님이 다시 살려주실 것을 염원하였다. 그는 예배후 간증하면서 하나님이 다시 살려주실 것을 확신한다 하였는데 얼마후 타계하고 말았다. 그런데 나는 이제껏 그의 간절한 눈망울을 잊지 못한다. 그의 눈망울은 생명의 간절한 희구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한국 현대문학 소설계에 기린아였던 최인호가 세상을 떠나 고인이 되었다. 그런데 병상에서 남긴 마지막 유고(遺稿)인 시가 그의 장례미사에서 배우 안성기가 낭독하므로 알려졌는데 다음과 같은 생명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시이다.
먼지가 일어난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야 겠다
나는 생명
출렁인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보름 전. 서울 성모병원 21층 107호에 누워 있을 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삶과 글에 대한 의지를 구술하여 그의 형수가 받아 적은 것이라 한다. 호사가들이 먼지가 누구인지, 당신이 누구인지 논하도록 내버려 두고 단지 그가 '나는 생명 출렁인다'고 노래한 그 생명을 생각하면 된다. 생명은 부활로 저 영원한 생명 영생으로 연결되어있지만 어차피 그곳은 살아서는 가 볼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생명을 경험하는 일생이 그토록 소중하게 다가 온 것 쯤이라는 것은 무지렁이라도 능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 뉘라서 생명의 존엄을 경박하게 논할수 있으랴마는 특히 생명이 경각간에 달려있는 자에게는 생명의 존귀함에 대한 관조가 남다를 것이다. 고인이 된 최인호가 남긴 명작 소설에 많은 생명의 고귀성을 말하였을 것이지만 그가 남긴 제목도 없는 6줄의 유작시 아니 그저 짧은 중얼거림이라 해도 좋을 이 엽편시를 통하여 시를 통한 생명의 울림은 다시 한 번 경건히 옷깃을 여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