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법학회(회장 서헌제 교수) 주최 제4차 세미나 ‘목회 승계와 목사 임면에 대한 법적 접근’이 25일 오후 한국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감리교에 이어 최근 예장 통합(총회장 김동엽 목사) 제98회 정기총회에서 일명 ‘세습방지법안’이 통과되면서, 이에 대한 교회법·사회법적 고찰을 시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서는 강봉석 교수(홍익대 법대)가 ‘공정한 목사직 승계에 대한 법적 접근’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교회 세습’이 북한의 정권 세습, 재벌 세습과 함께 ‘3대 세습’으로 불리며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자 최근 ‘세습방지법’ 제정으로 대처하는 교단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신학·성서학·사회학·윤리학 등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이 이뤄지고 있지만 ‘법적 접근’은 미흡했다며 논의를 시작했다.
‘세습’보다 ‘불공정한 목사직 승계’란 표현이 어울려
담임목사에게 과도한 권한의 집중 자체를 견제해야
강 교수는 먼저 ‘교회 세습’ 용어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세습’은 재산이나 신분, 직업 등을 한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교회 세습은 교회 자체가 아니라 교회를 대표하는 담임목사직이 대물림되므로 용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에서 문제되는 세습은 혈연관계가 대부분이지만, 지연 또는 학연에 의해 승계되는 문제도 있다”며 “무엇보다 ‘세습’은 그 자체에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현상을 포괄하는 단어로 ‘불공정한 목사직 승계’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교회 내에서 목사직 혈연 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원인으로는 “교회의 권력과 권한이 담임목사 개인에게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강 교수는 “20년 이상 담임목사로 있다 퇴직하여 원로목사로 추대되면 교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 후임목사가 돼 껄끄러운 관계가 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재임 기간 동안 알게 모르게 행했던 잘못도, 자녀가 담임목사로 오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리라는 마음도 동기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목회직의 혈연 세습이 사회적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그 자체에 대응하기보다는 근본 원인인 권한과 권력의 집중에 대응해 어떻게 권한 행사를 통제할 것인지를 문제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교회 기관으로는 교인총회나 당회가 있으나, 교인총회의 경우 개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관이기는 하나 현실에 있어서는 명목상 기관으로 존재할 뿐이고, 당회의 경우 담임목사가 성장시킨 교회들은 권한 행사를 적절하게 통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담임목사 자녀’ 청빙 차별 안 되지만, 우대해도 안 돼
‘세습방지법안’, 헌법의 ‘보편타당성’과 어울리지 않아
이후에는 ‘교회 세습’의 절차적 합법성에 대해 따졌다. 강봉석 교수는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평등의 원리를 선언하는데, 이 규정은 모든 국가 생활영역과 기본권에 적용·보장되는 법질서의 기본명제”라며 “기본권 규정은 원칙적으로 모든 국가권력 뿐 아니라 사립학교나 회사, 나아가 교회단체 등 사법상 법률관계에서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청을 개교회 담임목사 임직과 연관시킬 경우, 교단 헌법에 의해 목사 자격이 구비된 자는 설령 담임목사의 자녀라도 청빙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평등의 원칙은 담임목사의 자녀 뿐 아니라 다른 지원자들 입장에서도 적용돼야 한다”며 “단지 담임목사의 자녀라는 이유로 청빙에 있어 우대를 받는다면 다른 지원자들이 차별을 받는 결과”라고 했다. 이는 공무원 임용에서 ‘장관의 자녀’라는 이유로 우대받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세습방지법 제정’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강 교수는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되나, 교단 헌법에 세습방지 규정을 두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며 “헌법에 규정될 사항은 어느 시대에나 보편타당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세습방지 규정은 여기에 무리가 있다”고 풀이했다. ‘교회 세습’ 때문에 교회가 안팎으로 비난받는 특수성을 고려해 불가피한 측면을 인정할 순 있지만, 바람직한 입법은 아니라는 것.
그는 또 “세습방지법 제정은 앞에서 언급했듯 담임목사의 자녀가 원천적으로 차별받는 불평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유형의 담임목사직 계승, 즉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는 농어촌·개척교회 담임목사직을 희생의 마음으로 맡는 것이나 전 교인들의 전적인 지지를 받는 담임목사 자녀를 청빙하는 것을 막는 결과를 가져오는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목사임기제, 원로목사제 폐지 등 도입 고려를
원하는 지도자 뽑을 권리, 지원자 권리에 우선
강봉석 교수는 이후 ‘공정한 목사직 승계’를 위한 법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목사임기제 도입 △원로목사제 폐지 △재정관리 투명화 △노회의 청빙승인 권한 실질화 △공정한 청빙절차 마련 등이다.
먼저 ‘목사임기제’에 대해서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처럼, 위임목사로 청빙되고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 다시 교인들에 의해 재신임절차를 밟는 임기제 도입이 요청된다”며 “목사는 헌법상 ‘항존직’인데, 이는 교회가 존재하는 곳이면 시대를 초월해 항상 있어야 할 직분이라는 뜻이지 위임목사가 되면 자동적으로 임기가 보장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헌법에서 목사의 시무를 70세까지라 규정한 것도 개교회 위임목사의 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의 자격이 70세까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원로목사제’에 대해서는 순수하게 명예 보존의 차원에서 활용되지 못할 경우 아예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재정관리 투명화는 예·결산 결의권을 가진 공동의회 활성화로 이룩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노회 청빙승인 권한 실질화’로 사회적 비난 소지가 있는 청빙을 막을 수 있으며, ‘공정한 담임목사 청빙절차 마련’을 통해 반드시 복수의 청빙 지원자를 대상으로 결정투표를 행하거나 지원자들 중 담임목사 자녀가 있는 경우 지원자를 3인 이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봉석 교수는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하는 신자들의 신앙적 결사체로서 비법인사단의 법적 실질을 지니는 존재이므로, 교회 구성원인 교인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람을 신앙적 지도자로 삼아 신앙생활을 함께할 자유와 권리를 지니고 있다”며 “이러한 교인들의 권리는 담임목사 지원자가 현 담임목사의 자녀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지원자들의 권리보다 더 우선돼야 마땅하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세미나에서는 이외에 ‘목사 임면에 대한 법적 접근’에 대해 추일엽 교수(한신대)가 발제했고, 논찬에는 유장춘 박사(단국대 법학)와 원성현 박사(연세대 교회사)가 각각 나섰다. 서헌제 회장은 “사실 ‘목회 세습’보다는 ‘목회 승계’라는 말이 더 어울리고, 지금까지 도덕적·윤리적으로만 접근했지만 이제 법적인 접근을 해야 할 때”라고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