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공립 대안고등학교의 시작

이재영
(Photo : ) 이재영 실장

미국내 공교육 문제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동성애 교육 의무화를 비롯한 반기독교 교육이 탄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교육에 대한 보장되지 않는 기대보다 이제 교회가 적극 나서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남가주 일원을 중심으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차세대 新개념 대안학교’를 설립해 성공리에 운영 중인 교육전문가들의 글을 연재한다. 다음은 그 세 번째 순서로 LA사랑의교회 청소년 공립 대안고등학교 학교운영책임자 이재영 실장의 글이다.<편집자 주>

“저는 9학년까지만 해도 성공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위 환경의 유혹에 넘어가 지난 몇 년 동안 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최악의 삶을 살았습니다. 집에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서도 항상 저는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내 인생에 더 이상의 기회는 오지 않는 듯하였습니다. LASR Charter School에 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학교에 온 이후로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영원히 갇혀있을 것만 같았던 내 삶이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통해 새로운 삶을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Vanya Romo”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온종일 학교에서 웃는 일뿐이 없었습니다. 마음이 즐겁거나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알아들을 수 없고 내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 주는 사람도 없다 보니 그저 상대방을 향해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은 갓 이민 온 저로서는 도저히 따라 갈 수 없었고 학교에 있는 그 시간이 저에게는 지옥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고등학교 생활은 졸업도 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이 나 버렸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잃었다는 생각보다 이제 더는 여기서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방황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만난 LASR Charter School은 나에게 새로운 꿈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Jenny Kim

5년 전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시작할 때만 하여도 하나님께서 왜 이 사역을 시작하게 하셨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늘 입술의 기도와 찬송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이라 고백했건만 5년 전 우리의 모습과 여건은 학교라는 거대한 사역을 출범시키기에는 개척 1년 차의 교회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그 때에 시작한 위험천만한 사역을 통해 우리 교회는 지금 엄청난 하나님의 역사를 목도하고 있다.

2006년 12월 24일, 한인타운 6가와 라파에트 코너의 작은 상가 오피스 건물 한 편을 빌려 교회가 개척되었다. 당시 김기섭 담임목사는 LA사랑의교회 개척비전을 다음 세대 신앙계승을 위해 세운다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다음 세대 신앙계승이라는 말이 자칫 모호한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교회가 나가야 할 분명한 목표와 방향 그리고 실천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LA사랑의교회는 차세대 목회자 지도자 양성을 위한 MTS-Ministry Training School을 세우고 학원사역을 위한 Campus Ministry 그리고 이민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K-12 기독교 기숙학교 운영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교회 개척 후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가 견실하게 성장하였다. 비록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지역사회에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러 교회도 방문해 보고 각 단체 선교팀들과 의견도 나누며 귀한 사역들도 소개받고 동참하는 기회도 얻었다. 그러나 오랜 기도 가운데 우리 교회가 커뮤니티를 위해 중복된 사역을 또 시작하기보다 이미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는 사역들을 더 돕고 동참해 주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꼭 필요하지만, 누구도 하지 않고 있는 사역을 주시도록 기다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뒤, 2007년 11월, 난 우연하게 그러나 하나님은 완벽한 계획 하심에 따라, 한 비영리단체가 주최한 커뮤니티 발전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온종일 진행된 행사에서 커뮤니티를 위해 수고하는 지도자들과 발룬티어들 그리고 관계자들이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진지한 논의들이 오고 갔다. 그중 가장 큰 이슈는 청소년들에 관한 것이었다. 청소년들의 탈선으로 인한 범죄 증가와 고등학교 자퇴와 퇴학 그리고 낮아지는 졸업률로 인해 청소년들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교회와 단체들이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강화와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다시 이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얼핏 들으면 마치 타민족 청소년들과 길거리에서 배회하고 있는 소수의 무리를 일컫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우리 한인타운의 이야기였고, 우리 한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였다. 나에게만 그렇게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체면 문화에 익숙한 한인들에게는 애써 들어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외국인들과 전문가들의 눈에는 한인 청소년들은 분명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경고해 주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이민 교회 목회자들의 교인 심방이나 상담을 통해 쉽게 드러난다. 청소년 시기에 학교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아, 또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자녀들로 인해 고통받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지 말이다.

부모들 역시 마음만 간절할 뿐 어떻게 자녀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주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분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2009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LA통합교육국 산하 고등학교 졸업률이 59%임을 참작한다면 10명의 청소년 가운데 4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는 말인데 이것은 한인가정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 갓 이민 온 자녀들의 영어 미숙과 문화차이로 인해 아예 고등학교 졸업을 포기한 숫자까지 포함한다면 한인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의 평균 졸업률 수치는 훨씬 낮을 것이다.

또한, 학교를 운영하면서 정말 놀라웠던 사실은 2008년 겨울에 불어닥친 경제공황으로 인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업을 중단해야만 했던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지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이다. 한국에서 부모들이 보내준 학비로 사립 고등학교와 일반 고등학교를 잘 다니던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불체자의 신분으로, 사립학교에서 쫓겨나와 오고 갈 때 없는 신세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갑자기 뒤바뀐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학교의 현장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자존심의 상처와 분노 그리고 아픔을 보게 된다.

부모들의 경제난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반강제적 자퇴 후에 갑자기 길거리로 내몰린 우리 자녀들이 겪었을 그 고통은 누가 감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처럼 가정 형편이나 문화적 충격, 신분 문제, 영어 미숙으로 인해 잘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중도 포기했거나, 편견과 차별 그리고 잠시의 실수로 인해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에서 벗어나서우리의 관심 속에서 사라진 소외된 아이들이 우리 교회와 가정 그리고 이웃 가운데 있다. 모든 이민자 가정의 바람대로 자녀들이 전통적인 학교 시스템에서 성공하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실은 그렇지 않다. 이민자들은 자녀들 때문에 이민을 왔다고 강조하면서도 삶의 현실적 문제 앞에 자녀들을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지 못하다. 하루 12시간이 넘는 노동과 반복되는 일상, 그리고 하루의 쉼조차 허락되지 않는 이민의 현장에서 자녀들의 학교 문제나 일상의 생활까지 감당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에서 그 일차적인 책임은 부모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의 현장에서 날마다 고군분투하는 이민자들에게 자녀 교육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영어라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일도 쉽지 않으려니와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지 않고 시스템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일은 더욱 묘연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위기에 처해있을 때 돕고 싶지만 도울 수 없는 부모의 심정과 마음은 얼마나 더 찢어질지 상상하기 조차 힘들다. 나는 학교의 현장에서 우리 이민자 부모들의 멈추지 않는 눈물을 거의 매일 목격하고 있다.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지기 전에 좀 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 일은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 아니 누가 해야만 할까? 정답은 이민 교회다.

이민 교회에서 다음 세대에 관한 비전이 없는 교회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다음 세대는 이민 교회의 존폐를 가늠할 정도로 중요하다. 다음 세대를 어떻게 하나님 앞에 이끌어 나오게 할지에 대한 방법과 대안 그리고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회가 품어야 할 다음 세대에는 성실한 엘리트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 밖에 남아있는 소외된 아이들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도 이민교회가 반드시 끌어안고 가야 할 다음 세대의 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훌쩍 넘어선 우리 이민 역사의 현장에는 이들을 위한 그 어떠한 사회적 장치나 배려가 존재하고 있지 않다. 이들을 위한 학교 하나 없는 것이 우리 이민사회의 현실이다.

그저 모든 아이가 정형화된 교육 시스템 안에서 잘 버텨 줄 것이라는 바람과 다 잘 될 것이라는 부모들의 순진한 생각이 우리의 아이들을 더욱더 고통의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작된 낯선 땅 미국 사회에서 지친 우리 이민자 가정의 청소년들에게, 또한 잠시의 실수와 판단의 착오로 낯선 길로 들어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2세 자녀들에게 이제 누군가 손을 내밀어 그들을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주어야 하는 일을 해야만 다음 세대에 소망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LA사랑의교회는 이러한 시대의 부르심 앞에 그 틈새를 메꾸고자 하는 사명을 감당하기로 했다. 이민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역을 통해 이민 가정을 살리고 다음 세대를 살리는 일에 쓰임 받기를 간절히 원했던 기도를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신 것이다. 우리 교회의 개척 비전과 같이 다음 세대 신앙 계승과 학교 사역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내 곧 마음이 급해졌다. 자녀들의 교육은 Timing을 놓치면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을 붙잡고, 2008년 2월, 청소년들을 위한 공립대안고등학교를 시작하게 된다. <계속>

글=이재영 LA사랑의교회 공립 대안고등학교 학교운영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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