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량
(Photo : 기독일보) 정인량 목사

은퇴한 친구들을 보면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풍요와 여유의 골드은퇴요, 다른 하나는 빈곤과 부족의 푸어은퇴이다. 그런데 골드 은퇴자들은 실버은퇴라고도 불리운다. 골드든지 실버든지 풍요로운 은퇴생활을 꿈꾸는 것은 이제 은퇴를 앞둔 모든 이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은퇴의 시기는 점점 더 앞당겨져 조기 은퇴자들이 쏟아지고, 의학의 발전과 전 시대보다 진보된 복지혜택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니 상대적으로 은퇴후 골드은퇴인가? 푸어은퇴인가? 하는 은퇴위기(Retire Crisis)는 더욱 고조 되고있다. 포퓰리즘덕에 허황된 복지정책이 탁상행정으로 남발되어 세대간의 갈등은 또다른 사회전쟁을 불러 일으킬 조짐이다.

한국에서 치러진 대선 결과로 진보가 패배하자 마자 그들의 전유물처럼 외치던 복지를 갑자기 폐지운운하면서 협박하는 것은 고령보수주의자들에 대한 일대 선전포고로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터무니없는 복지정책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젊은이들의 과세부담이 가중되면 당연히 터져 나올 불만인 것이다. 이미 복지 선진국가의 젊은이들이 비교적 세금부담이 적은 타국가로 이민하거나, 자신들의 부를 이동하는 편법을 취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증하는 노년층의 복지를 담당해야 할 젊은이들이 출산을 거부하고 너랑 나랑만 잘살자는 극도 이기주의가 출생률을 급속도로 떨어트리고 있으니 은퇴 후 살 날들을 당연히 걱정해야할 샌드위치시대에 현재 은퇴자들이 살고있는 형편인 것이다. 더욱 한국인으로서는 늙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지극히 당연시하던 마지막 시대의 사람으로서 자녀들에게 이제는 너희 차례다 할 수 없는 억울한 시대적 불운을 한 몸에 감당해야 하기에 이들에게 있어 은퇴라는 것은 지난(至難)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녀들을 기르고 부모를 모시고 허리 휘도록 일하고 무슨 돈으로 편안한 노후를 위해 저축할 수 있을까! 게다가 바닥날 복지에 기댈 수도 없다고 한다면 전적으로 고스란히 은퇴자의 책임으로 돌려지게 될 것이다.

미주한인예장 목사들에게는 아직 정년이 없다. 정년제가 총회에 올라 오기만하면 백발의 원로들이 교단의 은퇴자들에 대한 전무한 대책을 대갈일성(大喝一聲)으로 질타하는 바람에 번번히 무산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골드은퇴는 못한다 하더라도 푸어은퇴를 면하려면 부모, 자식, 사회, 국가, 교회 모두가 이제 은퇴하려는 불운의 은퇴세대를 이해하고 격려하고 돕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동시에 은퇴자들은 자족하고 겸손한 노후를 대비하여야 한다. 일부 은퇴자들이 눈치없이 요구하고 강요해서 얻는 혜택은 결국 공동체의 해악일 뿐이다. 이런 일이야말로 푸어은퇴의 단면 일 뿐이다. 골드은퇴란 물질적 풍요에서 만이 아니라 영적, 정신적 자존감에서 얻어지는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