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권
(Photo : 기독일보) 안인권 목사.

야고보서 5장을 보면 기도에 관해서 우리를 주눅들게 하는 얘기가 나온다. 엘리야는 우리와 성정이 같은 사람인데 그가 비오지 않기를 기도하면 3년 6개월 동안 비가 오지 않고, 그가 다시 비가 오기를 기도하면 하늘이 비를 주고 땅이 열매를 맺었다는 것이다. 열왕기서를 보면 그것은 사실이다. 하늘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엘리야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인간적으로는 우리와 다를바 없다고 말하지만 영적으로는 분명히 다른 것이 있다. 850명의 거짓 선지자와 홀로 싸워 당당하게 승리한 엘리야는 참된 하나님이 여호와임을 기도로 증명한 사람이다. 인간적인 방법이나 정치적인 방법이나 물리적 수단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직 영적인 방법인 기도로, 사람과 싸운 것이 아니라 악한 영과 싸워 이긴 것이다.

당시 북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과 바알을 함께 섬기며 종교혼합주의에 빠져 있었다. 이방 종교와 기독교가 구분이 안되는 혼합된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시대와 다를바 없는 시대였다. 혼합신앙인이 주류를 이루고 이방종교가 절대 다수가 된다해도 여호와만이 유일한 신이신 하나님이심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진노로 이미 3년 6개월 동안 기근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아합왕과 백성 앞에 나타나 어느 신이 진짜 신인지를 증명하자고 제안한다. 이것이 종교혼합주의에 빠진 시대를 살던 예언자 엘리야의 역할이자 사명이었다. 엘리야는 북 왕국 이스라엘에서 아합 왕(주전 871-852년)과 아하스 왕(주전 852-851년) 통치 시기에 예언 활동을 했다.

이 시대는 과거 이스라엘 역사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었고, 적극적인 외교정책으로 외국과의 동맹관계가 강화되고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문호 개방이 종교적인 개방으로 확대되어 이방종교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아합 왕이 두로의 공주인 이세벨과 정략 결혼함으로 이방 종교인 바알 종교가 국교화 되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슬람 신앙을 가진 국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은 더 이상 기독교 국가가 아니며 이슬람 민족을 자신의 형제라고 말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미국의 현실이 아합 왕 시대의 상황과 너무도 닮았다. 하나님의 진노를 보면서도 영적 간음 죄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종말 시대 기독교인들의 모습이 아합 시대 백성의 모습이다.

종교혼합정책이 국가적으로 적극 장려되어 바알종교가 국교화 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유일신앙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박해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도 헌법 상의 종교 자유의 보장이 타종교에 대한 차별 철폐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기독교에 대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는 역차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바알 종교와 선지자들의 절대 후원자인 왕비 이세벨은 하나님의 선지자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학살의 소용돌이를 피해 3년 동안 은신했던 엘리야는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여호와 유일신앙을 사수하기 위해 아합 왕에게 나타난다. 바알 선지자 450명과 아세라 선지자 400명을 갈멜산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한다. 감히 최고 권력자의 후원을 누리고 있던 바알 선지자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들 모두가 모인 갈멜산에서 엘리야는 백성들을 향해 "너희가 어느 때까지 두 사이에서 머뭇 머뭇 하려느냐?"라고 도전을 선포한다. 유목문화에서 농경문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가운데 정신적이고 영적인 신인 여호와 하나님 신앙을 가진 그들은 추수의 풍요와 가축의 다산의 신인 바알을 거절하지 못하고 종교적으로 혼합되어 갔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그들의 여호와 신앙은 변질되고 하나님을 배신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극도로 타락한 그들에게 갈멜산의 대결은 참 하나님과 거짓 하나님을 극명하게 구분해준다. 450명의 바알 선지자와 400명의 아세라 선지자들의 광란에 가까운 절규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 바알은 거짓 하나님이었다. 그러나 외로운 한 명의 예언자 엘리야의 기도에 여호와 하나님은 불로 응답하셨다.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께서 이스라엘 중에서 하나님이신 것과 내가 주의 종인 것과 내가 주의 말씀대로 이 모든 일을 행하는것을 오늘 알게 하옵소서 여호와여 내게 응답하옵소서 이 백성에게 주 여호와는 하나님이신 것과 주는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시는 것을 알게 하옵소서 하매"(왕상 18:36-37) 엘리야는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의 하나님, 자신과 가문과 민족의 생존을 주관하시며 보장하신 유일한 보호자는 하나님 뿐이심을 고백하는 기도를 한다. 이 고백은 선민 이스라엘뿐 아니라 모든 인생의 호흡이 여호와 하나님께 있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과 민족 전체, 나아가서 온 인류의 생존이 실체가 없는 거짓 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실존하시는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뿐 아니라 나 자신이 증명되어야 한다. 나 자신이 누군지 확실히 확신있게 증명되어야 한다. 갈멜산의 기도는 하나님을 증명하고 동시에 나 자신이 하나님의 사람임이 증명한다. 하나님의 사람은 그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증명하고 하나님은 그의 역사로 하나님의 사람을 증명하신다. 하나님의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뜻에 의해 자기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뜻에 의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에 의해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세상이 이길 수 없는 사람이다. 패배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필요하다면 패배도 하나님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을 증명하기 위해 도전한다. 목적이 승리냐 패배냐에 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을 증명하는데 있다. 분명한 것은 결과적으로 승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이 말씀 하신다. "내가 행하리니 누가 막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