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주 타코마 지역에서 ‘마지막 신호’와 ‘마지막 성도’라는 책과 유튜브 동영상이 성도들에게 회자되는 가운데, 허호익(대전신학대)교수는 ‘『마지막신호』는 허황된 음모와 망상을 계시인 것처럼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마지막 신호란 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인터넷 등에 떠도는 무수한 대중적 음모론을 취합하고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런 주장이 마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놀라운 비밀이자 숨겨진 계획 또는 주님의 계시인 것처럼 주장하는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책에 등장하는 세계단일정부촉진기구는 UN과는 무관한 소규모 사설단체로, ‘소규모 사설 단체가 EU 본부에 슈퍼컴퓨터를 두고 세계단일정부를 실현 한다’는 이야기는 비현실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베리칩이 적그리스도요 짐승의 표인 666이므로, 예수를 믿는 사람일지라도 생체칩을 받으면 구원을 얻지 못한다는 주장' 역시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들인 억지풀이”라며 “요한계시록 본문에는 ‘두 번째 짐승’을 표시하는“그 수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데, 그 수는 육백육십육”(계13:18 표준새번역)이라고 했다. 저자가 말하는 바코드나, 슈퍼컴퓨터나, 생체칩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요한계시록은 기독교가 로마의 박해를 받던 시대에 쓰여진 책인데, 박해자들을 실명대신 은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초대교회는 로마의 황제였던 네로의 박해를 받으며 네로를 바다에 나온 ‘짐승’,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적그리스도’라는 의미에서 666이라고 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책에 등장하는 '생체칩을 거부한 신자들을 모두 죽이려고 가톨릭교회가 WCC를 끌어들여 종교통일을 이루고 세계정부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은 황당하기만 하다”며 “종교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 오늘과 같은 민주적인 문명사회에서, 그리고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단지 생체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무수한 사람들을 죽일 것이라는 망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허 교수는 끝으로 “교회론과 계시론적 성서해석에 대해 이단성을 의심받을 만한 이 책이, 신앙서적으로 분별없이 읽혀지고 저자의 간증집회와 그 간증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타코마 지역 한 목회자는 “타코마 지역 교회 가운데 베리칩 문제로 여러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며 “바른 신학과 성경 해석을 가지고 한 영혼이도 상처받지 않고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허호익 교수는 연세대학교 신학과 동 대학 연합신학대학원,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하고 현재 대전신학대학교 교수, 한국기독공보 논설위원을 맡고 있다.

-이하는 허호익 교수의 글 전문-


『마지막신호』는 허황된 음모와 망상을 계시인 것처럼 주장한다.

허호익교수, 대전신학대교수

『마지막 신호』와『마지막 성도』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은 저자를 데이비드 차 라고만 밝히고 있어 실명인지 가명인지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이력조차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어 이 책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예수회가 배후에서 가톨릭을 조종하고 WCC(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를 끌어들어 세계종교를 통합하고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블럭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세계단일정부를 구성하여 모든 사람들을 통제하고 노예화하기 위해 강제로 생체칩을 받게 하고 이를 거부하는 신자들을 죽일 계획이라는 것이‘마지막 신호’라는 것이다. 이 생체칩은 666이기 때문에 ‘마지막 신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순교를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적그리스도의 총제적인 공격’에 대비하여 “그들의 전략과 방법을 미리 공개함으로써 잠들어 있는 크리스천들을 깨우며, 마지막 대전쟁을 준비하여 하늘의 뜻을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주의 길을 예비하는데 있다.”『(마지막신호』, 23쪽)고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인터넷 등에 떠도는 무수한 대중적인 음모론들을 취합하고 나열한 후 그것이 마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놀라운 비밀”이요 “숨겨진 계획”(7쪽)으로서 ‘주님의 계시’인 것처럼 주장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밝히려고 한다.

1. 세계단일정부촉진기구(WFM-IGP)는 UN과 무관한 ‘세계연방운동’ 단체

저자는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블록화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제시하면서, 이러한 통합이 결국은 세계단일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UN은 단일 정부의 행정부로서 신용, 물류, 의류 등 모든 정보를 전산화하여 각국의 슈퍼컴퓨터에 통합하고 국제적인 교류의 효율성을 위해 모든 정보는 EU 본부의 슈퍼 컴퓨터에서 통합 관리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UN은 WFN-IGP라는 세계단일정부 촉진기구를 공식적으로 출범시켜 이제 공개적으로 통합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WFM-IGP’라는 단체는 ‘세계단일정부 촉진기구’가 아니라 “세계연방운동 국제 정책기구”(world federalist movement, institute of global policy)라는 소규모 사설단체로서 UN과 무관한 임의단체이므로 저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2012년 7월 9일에서 13일 동안 열린 16차 총회에 참석한 인원이 고작 수십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위의 사진 참조)은 저자가 명시한 홈페이지 www.wfm-igp.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소규모의 임의 단체가 세계단일정부를 촉진할 수 있는 현실적 역량이 있다고 보는지. 참 한심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2. 세계단일정부 출현은 비현실적이고 비성서적 주장

저자는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로서 세계단일정부가 구성될 것이며, 그것이 마지막 때의 징조라고 주장한다. “세계경제권이 EU, 북미연합, 아세안연합, 아프리카연합, 남미연합, 중동연합으로 통합되어 단일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46쪽)에 있으며,“ 세계의 정치, 군사, 경제등을 조정하는 실질적인 세력은 ①영국 여왕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귀족세력 ②미국의 유대인 금융 엘리트 세력 ③예수회를 중심으로 한 로마가톨릭 세력”(199쪽)이라고 한다. 이들이 공모하여 세계단일정부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단일국가, 단일화폐, 단일종교를 목표로 세계단일 정부를 준비하는 여러 조직들의 최상부의 배후 단체가 예수회라고 한다. 그 휘하에 정치, 경제, 군사, 정보의 통합을 위해 프리메이슨, 스텐포드 연구소, NATO, IMF, 인터폴, CIA, FBI, 유엔, G7 등의 단체가 있다. 그리고 종교 통합과 문화 통합을 한 단체로서 프리메이슨, 뉴에이지문화 클럽, 토테미즘, 그린피스, 통일교, 유네스코, 세계교회협의회(WCC), G20, EU, 로마클럽 등의 하부조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도표를 통해 설명한다.(58쪽)

그러나 이 모든 단체들은 예수회와는 전혀 무관한 독립적인 단체들이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저자가 주장하는 세계단일정부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공산권 국가와 아프리카 등의 이슬람권 국가들의 참여에 대한 언급은 없다. 대략 세계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배제된 조직을 세계단일정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하버드대 국제전략연구소장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문명의 충돌』이라는 저서에서 공산권이 몰락한 이후의 세계는 점차 문화적 차이에 의한 대립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미래의 가장 위험한 충돌은 서구의 오만함, 이슬람의 편협함 그리고 중국의 자존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문명의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으니 세계단일정부의 구성과는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예수께서는 말세의 징조 중 하나를 민족과 민족이, 나라와 나라가 하나 되어 ‘단일정부가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이 민족을, 나라가 나라를 대적하여 일어나”(마 24:7) ‘세계가 분열과 전쟁으로 치닫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세계단일정부가 구성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나 성서적으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3. 천주평화연합(UPF)은 UN과 무관한 통일교 산하 조직

저자는 세계단일정부 구성을 위해 국제적인 기독교 지도자들이 종교통합을 이루기 위해 “UPF(Universal Peace Federation)라는 종교통합기구를 통해 매우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 단체가 “UN 산하 종교통합 기구”(128쪽)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UPF는 천주평화연합(天宙平和聯合)을 지칭하며, 자신을 ‘천지인 참부모’라고 주장하는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 세계와 우주의 평화를 위해 2005년 창설한 통일교 산하 단체이다. 현재의 UN 반기문 사무총장은 ‘가인 유엔’이기 때문에 세계평화를 절대 이룰 수 없다고 하여 ‘가인 유엔’을 갱신하고 대체할 ‘아벨 유엔’으로 천주평화연합을 만든 것이므로 UN과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단체이다.

통일교에서는 120개 국가가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주장하나 이들 대표 역시 국가의 공식적 대표가 아니라 대부분 통일교 신자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단체에는 통일교 교인으로 구성된 평화군과 평화경찰을 두고 있는데, 나이든 소수의 무리가 세계와 우주의 평화를 유지한다고 하니 혀를 찰 노릇이다.

4. 666은 생체칩이 아니라 도미티안 황제 신상참배 확인표

저자는 생체칩이 적그리스도요 짐승의 표인 666이므로, 예수를 믿는 사람일지라도 생체칩을 받으면 구원을 얻지 못한다는 주장이다.(230쪽)

생체칩이 짐승의 표인 이유는 ①모든 사람에게 삽입될 준비가 되어 있고 ②이 칩을 받지 않으면 물건을 거래할 수 없고 ③개인에게 부여되는 바코드는 666으로 구분되며 ④이 정보는 음녀의 상징으로 가득 찬 EU 본부의 ‘짐승’이라 불리는 슈퍼 컴퓨터에 저장 관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140~141쪽)

짐승의 표인 666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다양한 억지풀이가 남발된 성경구절이 없을 것이다.

초기의 바코드는 코드인식을 위한 가이드 바를 왼쪽, 가운데, 오른쪽에 만들어 두었는데 이 세 줄은 길이가 길어서 금방 구분되고, 이는 숫자 6에 해당하는 코드이기에 666이라 불리게 되었다. 상품에 바코드가 붙게 되자, 요한계시록의 오른손과 이마에 ‘짐승의 표’를 받은 자만이 매매할 수 있다는 구절(계13:15~16)과 관련시켜 바코드가 짐승의 표인 666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바코드가 666이라면 지난 60년 동안 사용한 바코드 500만 개에 해당하는 모든 품목이 666이 되는 것이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선으로 된 바코드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굵기가 다른 흑백 막대를 조합한 이미지로 된 QR(Quick Response) 코드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바코드 666타령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요한계시록 본문에는 ‘두 번째 짐승’을 표시하는 “그 수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데, 그 수는 육백육십육”(계13:18 표준새번역)이라고 했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바코드나, 슈퍼컴퓨터나, 생체칩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지 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배제되어야 한다.

요한계시록은 기독교가 로마의 박해를 받던 시대에 쓰여진 책이다. 그래서 박해자들을 실명(實名)대신 은유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으나, 당시의 사람들은 그 뜻을 다 이해하였다. 초대교회는 로마의 황제였던 네로의 박해를 받으면서 네로를 바다에 나온 ‘짐승’이요,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적그리스도’라는 의미에서 666이라고 하였다. 네로 가이사(Neron Kaisar)의 히브리어 자음에 수를 대입하여 모두 합하면 666이 되기 때문이다.

(N)=50 (R)=200 (O)=6 (N)=50 (K)=100 (S)=60 (R)=200

도미티안 황제 때에 두 번째로 큰 박해를 받고 밧모섬으로 피신한 요한은 요한계시록에서 도미티안을 ‘제2의 네로’로 여겨 ‘두 번째 짐승’이라는 은유로 기록한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도미티안 황제가 황제신상 분향과 참배를 강요한 역사적 배경과 일치한다. 로마제국은‘한 제국, 한 종교, 한 황제’라는 통치 이념에 따라 황제를 신으로 여겨 황제의 신상(神像)에 1년에 한 번 이상 의무적으로 분향하고 참배하는 것을 로마 시민의 의무로 강요하였다. 마치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한 것과 같다. 그리고 황제 신상 분향과 참배의 의무를 행한 사람들에게만 황제의 공식적인 인장이 찍힌 표(charagma)를 증명서로 배부하였고 이 표를 휴대하지 않은 자들을 처형하기도 했고 소지한 자들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상거래를 제한하기도 하였다.

‘오른 손과 이마’(계13:16)에 666의 표를 받았다고 표현한 것은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기도의 띠인 테필린(Thephilin)을 ‘오른 손과 이마’에 붙여 표로 삼아왔기(신6:8)때문이다. 로마황제의 인장이 찍힌 우상 숭배의 표, ‘짐승의표’를 받은 것을 ‘한분하나님만 사랑’(신6:3)하기 위해 오른 손과 이마에 감았던 ‘쉐마의 표’와 대조하기 위한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무지한 이들은 666을 바코드, 슈퍼컴퓨터, 생체칩 등이라고 해석한다.

저자가 말하는 생체칩은 베리칩을 말하는데 ‘Verification 확인, 증명’과 ‘Chip반도체 조각’을 합쳐 놓은 말로, 사람 몸속에 넣는 무선식별(RFID) 장치이다. 쌀알보다도 작은 베리칩 안에는 메모리, 안테나, 축전지가 들어 있는데, 축전지는 체온에 의해 충전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받지 않아도 되며, 메모리에는 16자리 고유번호와 128개의 핵심 유전자 코드가 들어 있다.
저자도 인정한 것처럼 생체칩은 의료용, 금융용, 매매용, 미아방지용, 출입제한용, 위치추적용, 보안허가용, 자신보호용, 신분확인용, 범죄예방용(145~146쪽) 등 다방면에 이미 사용되고 있다. 생체칩이 666이라면 이미 생체칩을 위의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크리스천들은 모두 ‘사단의 아들’이라는 말인가?

성경을 이처럼 무지하고 거짓되게 억지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 성경은 “무식한 자들과 굳세지 못한 자들이 다른 성경과 같이 그것도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벧후3:16)고 경고하였다.

5. 가톨릭과 WCC가 생체칩을 거부한 자신들의 신자들을 죽이는 살인집단인가?

저자는 프로테스탄트를 박해하고 살육하였던 예수회가 “막강한 권력, 세계적인 조직망, 정밀한 정보, 막대한 금력金力을 가지고 마치 첩보기관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전략을 사용하여 프로테스탄트 교회를 장악하고 세계종교를 가톨릭 안에 묶는 일을 줄기차게 진행”(224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2013년 부산에서 10차 총회로 모이는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를 통한 기독교 통합운동이 종국에 가톨릭과 합쳐져서” 종교통합기구가 만들어지면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개발된 생체칩을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받게 하고 “받지 않으면 무정부주의자요, 세계평화에 위협을 주는 자이기 때문에 이 칩을 거절하는 기독교인들은 각종 고문과 어려움을 겪는 순교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181쪽)라고 하였다.

그리고 “세계단일정부가 종교를 통합하여 새로운 종교재판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단이 예수 탄생 시 2세 미만의 남자 아이를 죽었던 것처럼 이제 사단이 다시 오실 예수님의 시대를 막기 위해 지상의 크리스천들을 잔인하게 죽일 준비를 하고 있다.”(209쪽)고 한다. 그러므로 이‘마지막 신호’를 깨달아 ‘마지막 성도’들은 순교를 각오하라고 촉구한다.

그런데 생체칩을 거부한 신자들을 모두 죽이려고 가톨릭교회가 WCC를 끌어들여 종교통일을 이루고 세계정부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는 주장이 황당하기만 하다. 가톨릭교회와 WCC가 자신들의 교회에 속한 21억 이상의 신자들 가운데서 생체칩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살인집단이라는 말인가?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가 자기 모순이며 사도신경에서 고백된 공교회(公敎會)를 살인음모집단으로 매도하고 대적하는 교회론적 이단성이 농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종교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된 오늘과 같은 민주적인 문명사회에서, 그리고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단지 생체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무수한 사람들을 죽일 것이라는 망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지 묻고 싶다.

6. 허황된 음모설로 엮어진 망상을 계시로 착각

『마지막 신호』와『마지막 성도』에는 이 외에도 히틀러가 교황과 예수회 신부들과 함께 유대인을 학살하였다거나, 록펠러가 유엔을 만들었다거나, 지구온난화는 허구이며, 기후 협의는 현대판 공산주의이며, 유대인 키신저와 프리메이슨이 세계사적 온갖 음모를 꾸몄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허황된 음모론을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나열하면서도 저자는 “이 책은 단순한 흥미와 음모설(陰謀說)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고 서문에서는 주님께서 “낮고 낮은 자(저자)에게 찾아오셔서 이러한“숨겨진 계획을 알게 하시고, 전하라고 하시니 두렵고 떨리지만, 한 편 감사하고 영광스럽다.”(6쪽)고 하였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참 다양한 영적 계시를 주님께서 보여 주셨다.”고 주장하고 “주님이 보여주신 장면”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우선 전 세계의 순교의 피를 보았다. …한국에서는 지역 곳곳에서 순교의 피를 많이 흘렸다. … 처음 시작된 그 피는 매우 붉고 깨끗한 피로 시작하여 나아가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중국까지 나아갔다.… 또한 미국을 보았다. 그곳은 순교의 피가 곳곳에 고여 있었고 흐르지 않았다.”(233~234쪽)

『마지막 신호』의 저자가 결론에서 제시하는 ‘주의 길을 예비하는 길’이 엉뚱하게도 생체칩을 거부하고 순교하라는 것이다. 마지막 시대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들이 구원받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생체칩을 거부하고 순교하는 것이라는 말인가? 이 ‘마지막 신호’가 ‘놀라운 비밀’이요 ‘숨겨진 계획’이요 ‘주의 계시’라는 말인가? 세계정부가 들어서고 종교통합이 이루어진다는 주장도 황당하지만, 가톨릭 교회가 생체칩을 거부한 크리스챤들을 죽이고 그 순교자들의 피가 지구를 적신다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고 비성서적인 허황된 망상을 주님의 계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망상 수준의 비현실적인 황당한 주장과 교회론적으로 성서해석과 계시론적으로 이단성을 의심받을 만한 주장이 주를 이루는 이 책이 신앙서적으로 분별없이 읽혀지고 저자의 간증집회가 계속되고 그 간증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