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중국을 향해 탈북난민의 강제북송을 중단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6일 정오, 전세계 48개 도시에서 탈북난민들의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부산과 광주에 이어 서울에서 8백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번 집회는 ‘탈북난민북한구원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김삼환 목사, 이하 탈북교연)’과 ‘탈북난민북한구원 세계교회연합(공동회장 박희민·김삼환 목사)’에서 공동 주관했다. 이들은 美 LA에 본부가 있는 ‘북한 자유를 위한 한인교회연합(대표간사 손인식 목사)’과 탈북난민 강제북송이 완전 중단될 때까지 격월 첫째주 목요일 중국대(영)사관 앞에서 집회를 갖기로 하고, 첫 집회를 이날 개최한 것이다.


1부 기자회견과 2부 기도회 순으로 열린 이날 모임의 정식 명칭은 ‘탈북난민 북송반대 전세계(37개국 48개 도시) 동시집회 및 중국 억류 60일째 전재귀 목사 석방촉구 서울집회’였다. 이날 집회에는 뙤약볕 속에서도 지난 2월 탈북난민 강제북송반대운동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경찰이 1개 차선을 막아서야 할 정도였다.


1부 기자회견에서는 김규호 목사(기독교사회책임) 사회로 관계자들의 발언과 구호제창 등이 이어졌다. 서경석 목사는 먼저 지난 2월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자들 30여명이 강제북송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탈북난민구출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에 한국교회 차원의 동참이 일어나게 된 경과를 보고했다. 이후 최병두 목사(예장통합 증경총회장)는 모인 성도들에게 “우리의 이 운동은 궁극적으로 남북통일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합력하여 선을 이루자는 말씀대로 계속해서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운동을 함께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손봉호 박사(네트워크 고문)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손 박사는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 (중국의) 강제북송을 저지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에게는 법보다 중요한 원칙이 있는데, 무고한 사람을 고통당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을 협박하거나 깎아내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 아니라, 좀 더 좋은 나라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모였다”며 “중국이 탈북민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고, 이는 결국 중국을 위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탈북자 한옥정 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후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탈북자판 ‘미녀들의 수다’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 중인 한옥정 씨가 나와 탈북자들의 참상을 증언했다. 한옥정 씨는 “저는 21살에 언니를 찾으러 중국으로 나왔는데 그때 인신매매를 당해 지금 14살 된 딸이 있고, 아버지는 탈북 후 대사관 앞에서 붙잡혀 지금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셔 생사를 모른다”며 “여성이라면 묻고 싶고 꺼내기 싫은 이야기를 이 자리에 나와 하는 것은 개나 돼지만도 못한 탈북자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씨는 “우리가 탈북자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닌데,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갓집 개만도 못하다는 말을 직접 체험했다”며 “이렇게 탈북자들을 위해 함께 외쳐 주시고 울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북한에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이 무너지고 십자가가 세워질 때까지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상헌 이사장(북한인권정보센터)과 홍순경 위원장(북한민주화위원회)의 대표발언, 주선애 교수 등 ‘탈북난민과 함께하는 105인’에 대한 감사의 꽃 증정 후에는 김길자 대표(대한민국사랑회)가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에서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짓밟고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자 국제난민협약 가입국의 자격이 없다”며 “중국 정부는 세계인권선언과 국제난민협약의 강제송환금지 규정과 유엔의 거듭된 권고를 받아들여 탈북자 강제북송을 철회하고 이들을 원하는 나라로 송환시킬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7월 9일 하얼빈 공항에서 체포돼 60일째 억류중인 전재귀 목사에 대해 “전 목사가 도움을 청하는 탈북자들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성직자이길 포기하는 것이고 그들을 도와준 것은 목회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임무이자 사랑을 실천한 것 뿐”이라며 즉각 석방을 강력히 촉구했다.

▲지난 2월부터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운동에 한국교회의 참여를 호소해 온 서경석 목사(네트워크 공동대표, 왼쪽)와 김규호 목사가 집회 후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현실을 폭로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2부 기도회는 김충립 목사(탈북교연 공동회장) 사회로 송기성 목사(정동제일교회)의 기도 후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가 설교했다. 최 목사는 ‘자유 평화 인권 구원 통일’이라는 제목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인데, 탈북자들을 죽음의 소굴로 다시 돌려보내선 안 된다”며 “이 모임은 반드시 헛되지 않을 것이고, 하나님께서 탈북자들과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를 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탈북난민들의 강제북송중지를 위해(정봉기 남서울세은교회 목사)’, ‘전세계 동시집회의 활성화를 위해(이의식 수유동교회 목사)’, ‘전재귀 목사 석방을 위해(김한동 한빛교회 목사)’ 등을 놓고 합심기도했으며, 결의문 낭독(한창영 목사)과 축도(최병두 목사)로 모든 순서가 마무리됐다.


결의문에서는 중국 정부를 향해 △제네바 난민지위협약과 난민의정서, 난민지위협약 제33조와 고문방지협약 제3조 규정에 의거 북한동포 강제북송을 즉각 중단할 것 △유엔이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채택하고 있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준수할 것 △탈북동포를 도왔다는 이유로 구금된 전재귀 목사를 인도적 차원에서 석방할 것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우리나라 국회를 향해서는 제19대 국회에서 조속한 시일 안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탈북교연은 규모를 확대해 제2회 집회를 오는 11월 1일 전세계 50여개국 60여개 도시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또 오는 15일까지 학생대상 탈북수기 공모전, 21일 오후 2시 탈북난민 북송반대 및 기독교 북한구원 대책포럼(프레스센터), 23일 오후 7시 30분 탈북동포와 함께하는 2012 한가위 위로잔치(명성교회) 등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