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지역은 위도 상으로는 중강진과 같아 매우 추운 곳이지만 특수 해양성 기후를 이루어 겨울에도 평균 기온이 10도 정도를 유지하는 살기 좋은 곳입니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겨울에 눈도 내려 즐거움을 더해 주시도 하는 그런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 겨울 어느 날 눈이 많이 내린 밤 심방을 갔다가 늦은 시간 귀가 길에 그만 눈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밤은 깊어 도로에 차량들도 뜸한데 참으로 낭패였습니다. 도무지 해결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때마침 지나던 트럭 한 대가 멈춰 서더니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하며 한 사람이 다가 왔습니다. 그가 나의 형편을 파악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트럭으로 되돌아간 그는 쇠 밧줄을 끌고 와 나의 차에 묶고 자기 차에 연결하여 어렵지 않게 나의 차를 건져 주었습니다.

뜻밖에 받은 도움이라 너무나도 고맙고 어떻게 사례해야 될지도 모른 체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이미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얼떨결에 지폐 하나를 꺼내 건네며 사례하였더니 두 손을 내 저으며 거절하고 “너도 훗날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거든 도와주어라. 그러면 나에게 진 빚을 갚게 될 것이다.”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 가 버렸습니다. 그 때 이후로 미국 사람들의 그 협력하는 정신을 언제나 가슴에 담고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으면 돕고 사는 방향으로 노력하며 사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은 모든 다방면에서 보험 제도가 잘 되어 있습니다. 보험은 누구나 평안할 때 돈 내고 어려움 당했을 때 도움 받는 제도입니다. 이는 비단 판에 짜인 보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 전반에 걸쳐 뜻하지 않은 절망과 낭패를 당할 때가 많습니다. 그 때를 대비하여 이웃이 어려울 때, 아낌없이 돕고 사는 정신을 매우 삶을 윤택하게 하는 귀한 훈련입니다. 그러므로 현재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돈을 어디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재벌의 기준을 돈을 얼마나 벌었는가에 두지 않고 그 돈으로 얼마나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를 많이 하였는가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한번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회장인 빌게이츠가 그의 부인과 함께 아프리카를 순방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우간다에 갔을 때 그들은 참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기에는 에이즈를 비롯하여 각종 질병으로 어린아이들과 여인들이 인간 이하의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생 신발은 신어 본적이 없고 제대로 된 음식 하나 먹지 못한 채 그렇게 짐승같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본 빌 게이츠의 부인은 즉석에서 2억불의 지원금을 약속해 주고 왔습니다. 우간다 여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라는 간단한 부탁과 함께 말입니다.

절망 가운데 있는 이웃들에게 가진 것으로 나눌 줄 아는 사람, 그래서 그들은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으며 귀한 인물로 칭찬을 듣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세월이 말세를 향해 갈수록 사람들은 이기주의화 되어 가고 이웃과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다고 성경은 예언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이웃들에게는 이처럼 뜻하지 않은 재난이나 질병으로 절망 가운데 빠진 사람은 없는지? 그리고 그들 가운데 우리들이 믿는 예수님께서 서 계시지는 않는지? 다시 한 번 무관심의 무딘 감정에서 깨어나 새로운 눈으로 이웃의 절망을 나의 절망으로 감지하며 작은 자 하나에게도 깊은 사랑과 관심을 쏟아 보는 그런 아름다운 삶을 추구해야 하겠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라고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