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술사가 본 나꼼수의 비밀

저의 직업은 마술사입니다. 마술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다 보니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마술사들이 사용하는 마술의 원리와 맞닿아 있고, 그 원리들을 자신의 목적과 이익을 위해 치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나꼼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워낙 큰 영향을 젊은이들에게 주고 있고 또 젊은이들은 그 영향을 받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는 꼼수다(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정봉주)’를 즐겨(?) 듣는 애청자로서 평하기는 나꼼수는 ‘마술사’들의 냄새가 짙게 풍겨나는 프로그램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꼼수는 어떠한 이슈에 관해 그것이 사실이든 허위이든 의견이든 간에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로 말미암아 그들이 말하는 것을 사실로 믿게 만들고 동의·동조·흥분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대중 선동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비밀스러운 기술은 마술 기술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결국 ‘미스디렉션’이며 이것이 그들의 목적이며 그 목적에 우리 젊은이들이 알게 모르게 선동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미스디렉션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끝부분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술이라는 장르의 예술은 다른 사람의 마음, 생각, 눈을 마술사가 계획한 곳으로 정확히 이끕니다. 사람의 모든 감각을 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술사는 사람을 속이기 위해 마술하지 않으며, 전적으로 예술을 위해 비밀기술을 사용합니다.

반면에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마술의 비밀스러운 기술을 사용하는 ‘사회·정치적 마술가’들의 동기와 의도는 그리 순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위험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어떤 면에서 그들도 ‘마술사’들이긴 합니다. 다른 점은 마술사가 사람들에게 즐거움, 행복감, 신비함, 희망을 전달하려고 한다면 ‘사회·정치적 마술사들’은 대중의 마음을 자신의 의도와 목적대로 조작·조종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정신을 조종하는 마술사’들입니다.

그럼 마술사가 본 나꼼수의 재미있는 비밀을 공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밀 1: 중복명령의 비밀

나꼼수의 첫번째 비밀은 정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중복 명령의 구조입니다. 마술사가 한 관객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 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마술의 한 장르인 멘탈 매직에서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하도록 지시하면 사람들은 거의 거부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뇌 기능이 순간적으로 두 가지 명령을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상자가 거부하지 못하도록 사고를 조종하는 비슷한 예로 세일즈맨들이 잠재 고객과 미팅약속을 잡을 때 거부하지 못하도록 사용하는 화법(Sales Talk)을 들 수 있습니다. “화요일이 좋을까요, 수요일이 좋을까요?” 라고 질문하면 사람들은 거부하지 못하고 본능적으로 두 날 중의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오전 10시와 오후 3시중 어느 시간이 좋으세요?” 라고 질문하면 순간적으로 한 가지 시간을 결정하게 되는 미팅약속을 잡아주는 ‘마술의 화법’이지요.

이 기술을 이제 나꼼수에 비교해 볼까요? 나꼼수는 주제의 배열이 일렬 형식이며 주제와 주제간의 시간 간격을 아예 없앰으로써 청취자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가치판단이나 사실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진위여부 판단이 힘듭니다. 더군다나 주제 간에 개연성 없는 나열인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진위 확인을 위해서는 ‘논리적 판단’이 되어야 하지만, ‘판단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정확한 팩트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들었을 경우, 거짓과 진실을 구분할 확률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나꼼수는 이렇게 주제들이 일렬로 속사포처럼 쏟아지다 프로그램이 끝나기 때문에, 방송이 끝난 후에는 해당 주제와 부정적인 이미지만이 각인되며, 그 주제에 대한 어떤 팩트가 아닌 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어떤 ‘믿음’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비밀 2: 보이지 않는 보조

마술사에게는 ‘보이는 보조’와 ‘보이지 않는 보조’가 있습니다. 보이는 보조는 무대 위에서 마술사를 돕고, 보이지 않는 보조는 주로 ‘맞장구’ 내지는 ‘큰 웃음’ ‘큰 반응’을 내서 관중의 분위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이지 않는 보조’는 사실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마술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공부하기 위해 외국의 유명 마술사들의 동영상을 보다 보면 과장된 반응을 보이는 청중들이 여러 번 겹치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이 사람은 섭외된 사람(보이지 않는 보조)이라는 의미입니다.

거대 도구마술(그랜드 일루젼)중 일부 마술은 관객 전체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예로 유머 프로그램에서 웃음이 유발되어야 하는 순간마다 ‘녹음된 웃음소리’를 들려주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주 큰 차이를 불러일으킵니다.

자, 이제 나꼼수를 볼까요? 나꼼수는 이 기술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다수의 입담 좋은 패널들이 과도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신뢰성,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하며 청취자로 하여금 무의식적인 동조를 하게 만드는 구조적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듣는 사람은 마치 그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비판당하는 자와 같은 편, 즉 나쁜 편이 되는 기분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다수의 동조자가 있을 때, 더욱이 기본적인 호감도마저 높은(또는 믿을만한) 동조자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을 생각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폭풍처럼 동조자의 다른 주제로 밀고 넘어가 버립니다. 이것이 나꼼수의 주장이 대세를 형성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보조’의 역할입니다. 나꼼수에서는 공동 진행자들이 바로 이 ‘보이지 않는 보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죠.

비밀 3: 바보 만들기와 왕따 만들기

이것은 마임을 하시는 분들이나 개그를 하시는 분들도 사용하시는 스킬인데 관중 한 사람을 무대로 불러내 바보를 만들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기술입니다. 사람들을 극도로 흥분하게 만들 수 있고 거의 무조건 웃게 만들 수 있는 약간은 치사한 방법입니다. 마술하는 도중 관객 관리를 잘못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지요(무대로 여자 분을 불러내었다가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뻔 한 마술사도 본 적이 있습니다).

나꼼수에서는 다양한 ‘바보 만들기’ 대상이 나오는 데 ‘가카’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 조롱거리가 되고 큰웃음을 주고 망가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나꼼수 마술사들의 “좋은 사회를 지향한다”는 주장이야 어찌되었건 사람을 망가뜨릴 목적의 폭력에 가까운 일방적인 ‘바보 만들기’ 기술 사용은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진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길 없는 그들의 의견을 가지고 말이죠(오해마시길… 우파니 좌파니 하는 사람도 아니고 가카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그런 사람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치사하고 비열해질 수 있지만 인간은 악한 마음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반응하는 기술이 바로 세 번째 비밀, “바보 만들기, 왕따 만들기”입니다. 교육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서도 쉽게 발생하는 현상이지요.

비밀 4: 웃음

마술사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아주 유쾌하며 뛰어난 개그 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술사들의 유머는 철저히 훈련된 것입니다. 청중에게 어떠한 말과 그 행동을 하면 무조건 웃는다는 일종의 공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마술사들이 유머감각이 뛰어나야 하는 이유는 청중이 웃는 바로 그 순간 마술사들의 비밀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웃을 때에는 심리적 경계태세가 허물어지며 마음이 열려 마술사가 행하는 비밀스런 작업과 메커니즘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나꼼수를 듣다보면 대부분의 시간동안 그들은 대중을 웃기며 그들 스스로 웃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꼼수 출연진은 웃으면서 그들의 의견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박장대소를 통해 서로의 의견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주고받습니다. 대중은 그 과정에 함께 웃으며 덩달아 동의하고 동조합니다. 주의하세요~! 그들이 웃기는 순간 바로 그들의 ‘마술’이 이루어지는 순간입니다!

비밀 5: 친밀감

마술사들은 처음 마술을 보여주어야 하는 청중을 만나면 그들의 경계를 두 가지 방법으로 해제시킵니다. 첫번째는 강렬한 카리스마, 강렬한 신비감으로 의심을 할 수 없게 만들기, 두 번째는 친밀감을 만들어내고 ‘이 사람이 날 속일 것 같지 않다’는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나꼼수는 두 번째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소탈하고 진심어린 모습, 평범한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함으로써 친밀감을 얻고 그 친밀감을 바탕으로 어떤 의견을 사실로 믿게 만드는 전략. 참 탁월한 것 같습니다. 마치 술 한잔한 친구들 간의 진실한 대화처럼 말이죠.

정말이지 나꼼수는 우리를 속일 것 같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 말을 기억하시면서 다시 한 번 나꼼수를 들어보신다면 생각이 달라지실지 모릅니다. 친밀감으로 사람을 믿게 만들고 의견을 믿게 만들기는 나꼼수의 다섯 번째 비밀입니다.

미스디렉션(Misdirection)

자 이제 결론입니다. 사실 나꼼수의 마술사들은 이 다섯 가지 기술을 사용하여 하나의 총체적 기술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스디렉션(Misdirection)입니다. 미스디렉션이란,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기 위해 관객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마술사의 의도와 목적의 집합체가 바로 미스디렉션입니다.

마술사인 제가 보기에 나꼼수는 미스디렉션 그 자체로 보입니다.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들로, 비틀린 비웃음들로 청취자는 엉뚱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들만의 편협된 시각으로 대한민국에 대해 분노하게 하고 억울해하게 합니다. 그리고 흥분하게 합니다. 그 에너지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창조적 에너지가 아니라 불평불만으로 표현되는 네거티브한 에너지라고 생각합니다. 우파와 좌파를 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우리 마술사들은 가짜를 보여주지만 우리가 보여주는 것은 작은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술을 보는 아이들의 눈은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은 마술을 보며 희망을 봅니다. 그러나 나꼼수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대중을 현혹하는 잔기술들을 이용하여 대한민국을 왜곡하여 바라보게 하고 있습니다. 대중들이 남 탓으로 인한 분노와 억울함, 불평, 불만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개척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건강한 사고가 필요한 젊은 세대에게 말이지요.

우리는 이 땅의 국민들이 희망을 보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잔기술로 힘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의 비틀린 비웃음보다 진정성 있는 삶을 전심으로 살아가는 시민들의 땀방울이 더 관심 받는 나라,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이는 비밀스런 기술은 대중선동이 아니라 행복과 즐거움을 위해, 희망을 위해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언론회에 게재된 글을 허락을 얻어 실었습니다.

/월간 JESUS ARMY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