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하는 교회로 잘 알려진 은혜한인교회. 은혜한인교회의 정체성처럼 담임인 한기홍 목사도 선교하는 목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선교를 많이 한다” 혹은 “열심히 한다”는 표현이 은혜한인교회와 한 목사의 중요한 선교 철학까지 표현하기에는 약간 부족함이 있다.


“한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부푼 야망을 갖고 미국에 유학 온 한 목사는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고 성령을 받은 후 갈보리장로교회에서 첫 목회를 시작했다. 부임 당시 70명이던 교회는 5년만에 1400여명으로 성장했다.


이후 2004년 은혜한인교회로 부임해 김광신 목사의 뒤를 이어 목회하고 있으며 현재 이 교회는 매주 5천여명 이상이 출석하는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2500명이 동시에 예배 드릴 수 있는 초대형 성전을 건축했으며 이는 지역사회 주류 언론들에도 대서특필된 바 있다.


그러나 은혜한인교회의 성장 스토리나 대형 성전 건축 스토리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사실 선교다. 은혜한인교회의 1년 예산은 2천만불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전체 예산의 40%가 선교 예산이다. 59개국에 파송한 선교사만 276명에 달한다.


성전 건축에 이어진 불경기로 인해 재정적인 어려움도 있었지만 선교 예산만큼은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않았고 기적처럼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런 은혜한인교회의 선교 스토리 가운데 오늘 인터뷰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 해 보려 한다. 바로 “함께”라는 관점에서다. “혼자서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은혜한인교회의 선교 비법이자 중요한 철학은 “함께”다. 함께라는 단어를 사용해야만 은혜한인교회의 선교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은혜한인교회의 선교 방침을 뜯어 보면“함께 선교하는 교회”라고 정리가 됩니다. 정말 그러한가요?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훈련시켜 전도를 보내실 때에 혼자가 아닌 둘씩 짝을 지어 보내셨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안디옥교회가 처음 선교사를 파송할 때도 바울과 바나바 두명을 보냈습니다. 나중이 되면 바울과 실라, 바나바와 마가가 동행하며 선교합니다. 즉 함께 선교하는 것은 성경적 모델입니다.


목회자들과 교회들도 다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은사가 다릅니다. 어떤 목회자는 설교를 잘하고 어떤 목회자는 교육을 잘 합니다. 어떤 교회는 구제를 잘하고, 어떤 교회는 섬기는 은사가 있습니다.


교회가 함께 선교하면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혼자 할 수 있더라도 같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을 창조하시고 독처하는 것이 좋지 않다 하신 후 돕는 배필로서 하와를 지으셨습니다. 아담이 완벽했다면 하와가 필요없었겠지요. 돕는다는 말은 그 부족한 부분을 돕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이든 교회든 팀사역을 하는 것은 바로 가장 성경적인 모델인 것입니다.


은혜한인교회가 지금까지 참 선교를 많이 감당했는데 그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선교하는 교회들이 연합할까”입니다. 저 역시 이런 부분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는 킴넷(KIMNET)은 선교단체들, 선교하는 교회들의 교파와 교단을 뛰어넘은 연합체입니다. 각각의 특징으로 서로를 섬기면서 선교하는 연합체입니다. 또 세계적 선교단체들의 연합체인 국제오엠선교회(OM)의 미주한인본부에서도 활동했으며 한인선교사들의 연합체인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KWMC)에서 공동의장으로 섬기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단체들은 모두 연합해서 사역하는 단체들입니다.


-연합이 그렇게 성경적인 모델이고 또 더욱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데 왜 선교 현장에서 연합이 되지 않고 있을까요?


연합하기 위해서는 희생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희생하지 않고는 연합이 될 수 없으며 서로 섬길 때에만 연합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제가 전세계를 다니며 선교 세미나를 인도하곤 하는데 선교에 대한 일종의 오해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교회는 “우리는 너무 작아서 선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자체적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유지하기도 어려운데 무슨 선교를 하느냐”라고 합니다. 또 어떤 교회는 정반대로 “우리는 이제 규모도 되고 힘도 있으니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가지 모두 오해입니다. 알고 보면 작은 교회도 얼마든지 선교할 수 있으며 선교해야 합니다. 초대교회의 역사를 보면, 정말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 지위도 낮은 사람들이 부유하고 높은 사람들을 전도했습니다. 작은 교회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가장 강력한 복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큰 교회는 혼자 할 수 없다는 점을 반드시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혼자 선교하지 않았습니다.


-연합 없이 선교할 때 발생하는 가장 구체적인 폐단은 무엇인가요?


중복선교입니다. 예를 들면, 신학교를 하나 세우는 데만도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걸 모든 교회가, 모든 교단이 하나씩 세우려 하면 전부 영세함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다 힘들어지고 선교가 늦어짐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네트웍을 만들어서 장단점을 보완하고 협력하면 아주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선교가 중복되면 그만큼 교회로서는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선교하는 교회들이 협력하게 하는 비법이 있습니까?


은혜한인교회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교회, 다른 목회자들과 끊임없이 비전을 나눕니다. 건물도 빌려 주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무슨 프로그램을 할 때 다른 교회도 동참하게 합니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결국 그런 시도들이 네트웍이 되고 연합의 시작이 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농담으로 “한국인 선교사들은 모두 왕 같은 제사장 기질이 있다”고 합니다. 다 자신이 주도하고 이끌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이전에 우리 교회가 인도에서 미전도종족 선교를 할 때 이웃 교회 목사님들을 모시고 갔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모든 준비를 완료한 후에 그분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우리가 이미 가진 네트웍과 경험, 지식이 있었기에 그분들도 선교에 쉽게 동참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작은 교회도 선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고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역시 그분들과 함께 하면서 더 확장된 선교를 할 수 있었고 더 효율적이고 더 직접적인 선교를 할 수 있었으니 큰 이득을 본 셈입니다.


우리가 주도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선교는 우리만의 전매특허가 아니고 모든 교회, 모든 기독교인이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을 도우면 그만큼 우리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그렇게 동참해서 몇번 선교하고 나면 작은 교회들도 큰 힘을 얻게 되고 후에는 독자적으로도 선교할 수 있는 비전을 갖게 됩니다. 또 과거에는 우리 교회와 특별한 교류가 없었거나 심지어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진 교회들조차도 함께 선교하고 나면 마치 자매교회처럼 아름답게 동역하게 된 간증거리가 많습니다.


-은혜한인교회가 작은 교회들을 섬기고 선교에 동원하는 역할을 한 것이군요.


우리가 종종 그런 장을 만들곤 합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도 거저 받은 것이므로 당연히 거저 주는 것입니다. 받는 자보다 주는 자가 복된 것입니다. 그 말씀대로 자꾸 나누어 주고 섬길 때 한 비전이 이뤄지게 됩니다. 오히려 감사한 일입니다.


결국 교회는 우주적 교회로서 하나입니다. 각 지역마다 교회가 다른 이름으로 세워져 있지만 모든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하나이며 하나님께서는 한 교회의 부흥보다는 여러 교회를 통해 종국에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을 원하시기에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어 도울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님 나라를 앞당기는 일이라 믿고 있습니다.



-은혜한인교회가 선교를 열심히 하는 교회로 유명합니다. 불경기에 재정적 어려움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선교 예산을 줄였다면 좀 쉽지 않았겠습니까?


건축할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선교비를 보내는 것이 마치 선악과와 같았습니다. 이 선교비를 안 보내고 건축에 보태면 건축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건축하는 동안 중요한 선교대회도 교회가 치러내면서 고민이 더했죠. 그러나 지금 깨닫게 되는 것은 성경대로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면”입니다. 그러면 모든 것을 채워 주시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저희는 성경이 가르치는 원칙대로 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23년간 자체 성전 없이도 매년 몇백만불을 선교에 투자했는데 우리가 그렇게 하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런 대형 성전도 선물로 주신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건축 중에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선교를 중단하지 않을 때 하나님이 건축과 관련된 모든 문제도 해결해 주셨습니다.


-성도들도 목사님의 그런 비전에 동감하던가요?


저는 참 감사합니다. 이런 불황 중에도 두달에 한번꼴로 단기선교팀이 해외로 나갑니다. 그렇게 선교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민생활하는 분들이 단기선교 한번 나가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 성도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렇게 선교에 헌신적인 것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는 그들이 선교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건축을 하니 어떤 점이 좋던가요?


성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예배 드리고 신앙 활동을 하게 된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를 위해서 이 건물이 쓰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우리 교회 건물만한 공간이 드뭅니다. 그래서 지역사회 행사나 중요한 모임에 우리 교회를 개방해서 사용하게 되는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


-뚝심있는 목회의 비결이 있습니까?


목회는 사람을 잘 되게 하고 복되게 하는 일입니다. 제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정치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목사로 부름을 받은 후 하나님께 몹시 섭섭했습니다. 신학교에는 갔지만 감사가 없었죠. 그런데 이사야서 43장 1절에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는 구절을 읽고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이 나 같은 사람을 당신의 종으로 선택하셨다는 것이 너무도 놀라웠습니다. 저는 그때 “나같이 준비되지 않고 세상적인 사람이 목사가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40일간 속죄의 금식기도를 했습니다. 이 기간은 제가 철저하게 말씀으로 길들여지는 시간이었고 금식하다 죽으면 천국이고 살면 복음을 전하겠다는 각오였습니다. 성경 전권을 두번 이상 통독하고 금식 후에도 두달 가량 더 기도원에 있으면서 철저히 회개하고 기도하고 묵상했습니다. 이후로는 목회에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기도하면 말씀으로 이기게 되고 말씀을 붙드는 삶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요즘 목회는 좀 세상적인 방법론을 도입해야 잘 된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목회에 있어 세상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그러나 본질을 놓치면 오히려 복음이 퇴색되고 교회는 약화됩니다. 그렇게 약화된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따라가는 처지가 됩니다.


우리 교회의 표어는 “거룩한 신부의 영성으로 세상을 변화시키자”입니다. 곧 다가올 30주년을 고대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의 심령을 깨우고 정결한 신부처럼 변화되자는 것입니다. 목회란 생명을 주고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자신을 내어 주셔서 우리가 구원의 길을 얻었듯이 목회자들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희생하고 생명을 다해 복음을 전해 다른 이들이 구원을 얻게 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행복한 교회, 상급받게 하는 교회, 세계선교를 마무리하는 교회가 되길 원합니다. 성도들이 먼저 복음을 배워 행복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엔 많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 모든 것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먼저는 예수를 만나서 행복을 얻고 구원을 얻어야 합니다.


둘째로 모든 이들이 가치있는 인생을 살고 천국에서 큰 상을 받도록 하는 교회입니다. 바울은 왜 죽을 각오로 일했을까요? 바로 이 상급을 바랐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런 부르심의 상을 좇아 가는 교회가 되고자 합니다. 만약 천국에 단체상이 있다면 그 상을 우리 은혜한인교회 성도들이 받을 수 있도록 전교회 차원에서 열심히 사역하자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복음을 세상 끝까지 전해 주님의 다시 오심을 예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교로서 주님의 오심을 준비해야 합니다.


-끝으로 선교와 관련해 한인교회들의 사명을 다시 한번 정리해 주신다면?


한인들은 이미 타문화권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해외 선교에 얼마든지 사역할 수 있는 사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고로 해외선교를 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 자체가 다문화 사회이므로 지역사회 전도를 해외선교의 차원에서 해야 합니다. 우리가 이민자이지만 타민족 이민자들을 전도하는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 중국교회 목회자들을 초청해서 교회 성장 세미나를 했는데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같은 이민자 교회인데 한인들은 어떻게 이렇게 성장했는지 놀랍다는 것입니다. 한인교회와 성도들이 깨어서 상급을 얻도록 선교하는 교회가 되길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네. 목사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